“정부, 녹두 수매가 현실화해야”

입력 : 2022-11-25 00:00

1등급 1㎏ 기준 7800원 

농가 “생산비에 못 미쳐”

페루산 저가로 대량유통

국산 소비부진 값 하락세

 

최근 국산 녹두값이 지속 하락하는 가운데 올해에도 페루산 녹두가 4000t 이상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들은 지난해 수입된 페루산 녹두에 대해 원산지 조사가 이뤄지는 중인데도 수입이 지속돼 국산 녹두값이 하락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 페루산 녹두 수입량 4000t=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페루산 녹두는 4232.5t 수입됐다. 페루산 녹두는 지난해 수입물량(8561.2t)에 대한 원산지 위반 의혹이 불거져 현재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일부 업체는 원산지 위반으로 세금 추징을 통보받은 상태다(본지 9월28일자 1·7면 보도).

이같은 상황에서도 올해 페루산 녹두 수입이 진행되는 것은 원산지 조사가 사후 검증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원산지 조사를 받는 수입업자가 추가로 수입한 물량은 특혜관세 적용 대신 일반 관세(607.5%)를 적용 중이다.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세관장은 원산지 조사 대상자가 동일한 수출자 또는 생산자에게 추가로 수입하는 동종동질(同種同質) 물품에 대해 협정관세 적용을 보류할 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기존 수입업자가 동일한 수출자에게 들여온 물건은 협정관세 적용을 배제한 후 사후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며 “검증기간이 길다보니 사전에 검증하면 특혜관세를 적용받아야 하는 수입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급증 여파로 국산 시세 곤두박질=생산자들은 페루산 녹두 영향으로 최근 국산 녹두의 산지 거래가격이 급락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회장 조영제)에 따르면 현재 유통상인들이 농가에서 녹두를 매입하는 가격은 평균 1㎏당 6000∼6500원선이다. 지난해 1만6000∼2만원대에 견줘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는 게 생산자들의 시각이다.

도매시장 거래가격도 약세다. 23일 서울 양곡시장에서 국산 녹두는 1㎏당 평균 1만6987원에 거래돼 지난해(2만1346원) 대비 20% 하락했다.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녹두는 정선 과정에서 감모가 발생하고 선별비·보관비·물류비 등이 추가돼 단가가 산지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조영제 회장은 “올해 국산 녹두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5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고려해도 가격 하락폭이 너무 크다”며 “수입 녹두가 낮은 가격으로 유통되다보니 수요처인 숙주공장 등이 국산을 쓰지 않아 가격 하락이 가속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대환 경북 예천농협 농산물유통사업소장도 “최근 금리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재래시장 등 녹두 수요처에서는 저렴한 외국산을 선호해 국산 녹두값이 폭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자 “수매가격 현실화해야”=국산 녹두 생산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최근 정부는 ‘국산 두류(콩·녹두·팥) 비축 지침’을 통해 국산 녹두 수매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매가격은 1등급 기준 7000원에서 7800원으로 11% 올랐다.

정부는 수매가격 인상 사유로 ‘팥·녹두 품목은 가격 등락이 심한 품목으로 안정적 생산·소비 유도를 위해서는 매입가격 인상을 통해 가격 진폭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녹두값이 많이 내려갔고 2017년 이후 녹두·팥 수매가격이 인상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산자들은 정부 수매가격이 여전히 생산비에 못 미친다며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정웅 알곡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급증한 생산비를 고려하면 수매가격이 1㎏당 1만원 수준은 돼야 한다”며 “녹두는 매년 생산량이 들쭉날쭉해 가격 진폭이 큰 편인데, 수매가격을 인상하면 공급과 가격이 모두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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