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철 되풀이되는 ‘대란’…산지 ‘독박’ 언제까지

입력 : 2022-06-24 00:00 수정 : 2022-06-25 14:19

출하용 목재상자 대란 되풀이

다단식 목재상자 크게 부족

충북 주산지 출하중단 사태

신규 제작 의도적 감축 의혹

업체 “낮은 회전율 탓” 반박

산지, 물류기기 다변화 절실 

“유통업체 자체제작 공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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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식 목재상자(우든칼라)가 부족해 최근 충북지역에서 수박 출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같은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면서 산지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왼쪽은 다단식 목재상자, 오른쪽은 도매시장법인 중앙청과가 자체 제작한 플라스틱 옥타곤(팔각형) 상자.

수박 출하에 사용되는 다단식 목재상자(우든칼라) 부족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해 충북 수박 주산지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출하 중단 사태를 방지하려면 업계 관행을 깨뜨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박 주산지 농협, 목재상자 부족으로 출하 중단…대안 부재에 고심=최근 충북 음성 맹동농협·대소농협, 진천 덕산농협 등 수박 주산지 농협들은 성출하기임에도 출하작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수박을 농산물도매시장 또는 대형마트 등으로 출하하려면 물류기기인 다단식 목재상자에 수박을 담아야 하는데, 목재상자 공급량이 수요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출하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임재열 맹동농협 과장은 “통상 성출하기에는 다단식 목재상자 수요량이 1일당 1000개에 달하는데, 최근에는 공급량이 400개 수준에 불과했다”며 “이번주 들어 공급량이 조금 늘어 숨통은 트였지만 아직 출하가 원활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목재상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산지농협들은 종이 옥타곤(팔각형) 상자 같은 대체 물류기기 제작 등 대안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주요 출하처인 대형마트 등에서는 대체 물류기기를 받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거기다 다단식 목재상자를 임차하는 경우와 달리 종이 옥타곤 상자는 제작 비용을 농협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해 제작개수를 늘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산지농협이 다단식 목재상자를 이용해 출하하면 정부의 ‘물류기기 공동이용지원사업’에 따라 임차료의 40%(공영도매시장 출하 60%)를 보조받을 수 있다.

김학춘 대소농협 영농지도역은 “원자재값이 상승해 종이 옥타곤 상자값도 1개당 4만원 수준으로 올라 부담이 크다”며 “출하처에서도 다단식 목재상자 외엔 받지 않는다고 해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산지 “목재상자 신규 제작 감소 영향”…KCP “낮은 회전율이 원인”=산지에선 다단식 목재상자 부족 사태가 공급업체인 한국컨테이너풀(KCP)이 의도적으로 신규 제작을 줄여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단식 목재상자는 현재 KCP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데, 다른 물류기기에 비해 제작단가가 높고 1년 가운데 약 4개월 정도만 사용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산지농협 관계자는 “신규 제작 물량을 줄이지 않고서 공급량이 반토막 날 수가 없다”며 “수익성이 악화하자 신규 제작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KCP는 올해 신규 제작을 줄이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KCP에 따르면 1년 동안 수박 출하에 필요한 다단식 목재상자 재고량은 약 15만개로 추산된다. KCP는 파손·분실 등으로 사라진 재고량을 맞추기 위해 매년 4만∼5만개를 새로 만는데, 올해도 4만개 이상 제작해 전체 재고량은 평년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단식 목재상자가 부족해진 원인은 낮은 회전율에 있다고 반박했다. KCP 관계자는 “현재 서울 가락시장 등 주요 공영도매시장과 대형마트 등과는 회수관리 계약을 맺어 회수가 빨리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산지에서 계약을 맺지 않은 지방도매시장 등에 출하하거나, 유통업체에서 다단식 목재상자를 다른 용도로 사용해 회전율이 낮아진 것이 이번 사태의 주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산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해야”=산지 관계자들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다단식 목재상자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다단식 목재상자 출하를 고집하는 유통업계의 관행을 깨뜨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수박 출하에 사용되는 물류기기는 다단식 목재상자 외에 종이·플라스틱 옥타곤 상자, 종이상자 등이 있다.

하지만 일부 대형마트와 도매시장법인 등이 여전히 다단식 목재상자 출하만을 고집하고 있어 성출하기에는 목재상자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주덕형 덕산농협 과장은 “유통업체에서 물류 효율을 이유로 다단식 목재상자 출하를 선호하고 있어 여러 불편에도 산지는 따를 수밖에 없다”며 “물류기기를 다변화하면 출하가 중단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통업체 책임하에 물류기기를 산지에 공급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가락시장 중앙청과는 플라스틱 옥타곤 상자를 자체 제작해 산지에 공급하고 있다.

이영신 중앙청과 전무는 “물류기기를 제작하는 것이 부담될 순 있지만 출하자들의 편의를 높이고, 출하까지 유도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며 “유통업체들이 산지를 고려해 물류기기를 직접 공급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음성·진천=황송민,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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