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시장 시장도매인 불법거래 만연…2년간 638억 달해

입력 : 2022-05-13 00:00

60곳중 58곳, 중도매인에 농산물 판매…농안법 위반

도매시장법인 “경매제 위축·값 하락으로 출하자 피해”

전문가 “한 시장 두 거래제 ‘부작용’…위법 원천차단을”

영업구역 분리 안돼…개설자 서울시 의무소홀 지적도

 

사진=농민신문 DB

서울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불법거래로 강서시장 경락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등 부작용이 커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97% 불법거래 연루…거래 규모 638억원=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최근 서울시로부터 받은 ‘강서도매시장 시장도매인 불법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2020년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총 60개사 가운데 58개사가 중도매인과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제37조 제2항은 ‘시장도매인은 해당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에게 농수산물을 판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제31조 제2항은 ‘도매시장 개설자가 허가한 농수산물을 제외하고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 외의 농수산물은 거래할 수 없다’고 명시해 이같은 거래는 모두 불법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시장도매인이 국세청에 등록한 매출합계표 명세서의 거래처 사업자등록번호와 중도매인 사업자등록번호를 대조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조사 기간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다.

조사 결과 2019∼2020년 2년 동안 시장도매인 58개사가 중도매인 144개사와 농산물을 거래했다. 이 기간 이뤄진 불법거래 규모는 637억6700만원으로 강서시장 전체 거래액의 4.33% 수준이다.

불법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진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들은 농안법 위반으로 모두 행정처분 대상이다. 농안법 제82조에 따르면 도매시장 개설자 등은 농안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 업무정지 등을 명할 수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현재 규정대로 심사위원회를 거쳐 해당 업체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개설자인 서울시에 요청한 상황”이라며 “처분 수위를 정해 곧 행정처분이 이뤄질 것”이라 밝혔다.



◆시장도매인 “농안법, 현실과 맞지 않아”…도매시장법인 “불법거래로 경매제 위축”=이번 사태에 대해 시장도매인들은 중도매인과 거래를 금지한 농안법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매 고객이 강서시장 중도매인인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강서시장 도매시장법인 농산물 수집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도매인들이 시장도매인한테 구매하는 것을 강제로 막는 건 유통 현실과 맞지 않다는 논리다.

정희정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마트인 줄 알고 팔았는데 나중에 중도매인으로 밝혀지는 등 시장도매인들 입장에서 억울한 사례가 많았다”며 “중도매인들이 도매시장법인으로부터 상품 구색을 맞추지 못해 시장도매인한테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번 사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강서시장 도매시장법인들은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로 경매제가 위축될 뿐 아니라 경락값 하락에도 영향을 미쳐 출하자 피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중도매인들이 시장도매인으로부터 거래가격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상태로 경매에 참여하다보니 경락값이 시장도매인이 제시한 가격보다 높으면 입찰하지 않고 시장도매인에게 물건을 구매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결국 불법거래로 경매에 부쳐진 농산물값은 하락하고, 경매 물량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서청과는 서울시가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간 물류 동선 등을 분리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지난해 3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강서시장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 영업구역은 가운데 도로를 제외하곤 별다른 분리 장벽이 없어 불법거래가 쉽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강서청과 측 주장이다.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 제60조 제4항에는 ‘법인과 시장도매인을 함께 두는 도매시장은 반입·반출 구역을 분리하거나 물류 동선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를 구분·분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강서청과 관계자는 “서울시가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물리적으로 동선을 나눠야 했음에도 이같은 개설자 의무에 소홀한 것으로 판단돼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1시장 2거래제도 부작용…불법거래 원천 차단해야”=전문가들은 이번 불법거래 사태를 한 시장에 두가지 거래제도를 병행해 나타난 필연적인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도매인 입장에선 경매에 참여하는 것 외에 다른 방식으로 더 싸게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면 굳이 경매에 참여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한 시장 안에 두가지 거래제도가 운영되다보니 이런 불법거래 유인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법거래가 시장도매인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애초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할 때 유통단계 축소를 명분으로 세웠는데 시장도매인이 중도매인에게 농산물을 판매하면 유통단계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이런 거래를 허용하자고 주장한다면 시장도매인 스스로 도입 명분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도 “도매시장법인 경매제의 유일한 수요는 중도매인인데, 중도매인이 시장도매인과 거래하면 결국 경매제 수요가 빠져나가 심각한 가격 교란이 발생한다”며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거래를 엄격히 통제해 이같은 출하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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