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중도매인 채소1동 경매장 위치 변경 요구 ‘논란’

입력 : 2021-06-16 00:00
01010100801.20210616.001308779.02.jpg
서울 가락시장 채소 중도매인들이 경매장 위치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채소 경매 모습.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난항

한중연 서울지회 혼잡 주장 “경매장 2층에 배치해달라”

서울시공사, 사업 취지 훼손 공사비 최소 1200억 더 들어 사실상 물류 마비…수용 불가

전문가들 “물류 대란 우려” 시장관계자 “이기주의” 비판

 

서울 가락시장 채소 중도매인들이 현대화사업이 진행 중인 채소1동의 경매장 위치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채소 중도매인들의 요구를 수용하면 건립비용 증가와 함께 농산물 물류 정체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도매인 “채소1동 경매장 2층으로 올려야”=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2009년 시작해 203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건물과 소매동 건립을 마쳤고, 농산물 도매를 담당할 건물이 순차적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이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건물은 2024년 착공해 2027년 완공 예정인 채소1동이다. 채소1동은 지난해부터 배치·설계 협의를 진행했고, 7월 최종 설계안에 대한 공모가 실시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가 최근 채소1동의 경매장을 2층, 중도매인 점포를 1층에 배치해달라고 요구해 난항을 겪고 있다. 기본 설계안에는 경매장과 전체 3분의 2가량의 중도매인 점포가 1층에 들어가고, 나머지 점포는 2층에 배치돼 있다.

한중연 서울지회는 기존 설계안에 점포간 통로가 5∼6m로 너무 좁게 설계돼 있어 혼잡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엄주헌 한중연 서울지회장은 “자체 설계안대로라면 통로폭은 10∼20m가 되고 경매장도 3616㎡(1094평) 더 확보할 수 있다”며 “기존 설계안에 대한 회원들의 반대가 높아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공사 “물류 효율화 훼손, 수용 불가”=서울시공사는 채소1동 경매장을 2층에 배치하면 효율적이지 않고 현대화사업의 근본 취지가 훼손된다는 입장이다.

공사의 분석에 따르면 경매장이 2층에 위치할 경우 수직 물류가 증가해 혼잡도와 물류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하루에 최소 2674t의 물량이 2층에서 1층으로 엘리베이터 18대를 통해 내려가야 하는데,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엘리베이터 혼잡도가 100%를 넘어 사실상 물류가 마비된다는 설명이다.

점포간 통로폭이 너무 좁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현대화사업이 완료되면 실내로 화물차 등의 출입은 금지되고, 지게차·전동차 등만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분석 없이 막연하게 10m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지회 설계안을 따를 경우 연면적이 정부가 2016년 승인한 채소1동 재건축 연면적 8만2351㎡(2만4911평)를 3만3715㎡(1만199평)나 초과해 사업비와 사업기간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사는 하중 변경과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에 따른 공사비가 최소 1272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적용받아 타당성 재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는데, 타당성 재조사를 받는 데만 최소 4∼5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공사 관계자는 “한중연 서울지회의 설계안은 경매장에서 반입장·반출장을 없애는 등 물류 효율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물류 대란 빚을 것”=전문가들도 경매장을 2층에 배치하면 물류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물류전문업체 로지스올의 나병진 컨설턴트는 “경매장이 1층에 있으면 반입·반출 차량이 몰리는 시간에 외부공간을 활용하며 대기할 수 있는데 2층은 어려워 정체가 심할 수밖에 없다”며 “화물 엘리베이터는 일반 엘리베이터보다 속도가 느려 수직 물류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교수도 “중도매인 점포에서 배송 나가는 물량은 소량씩이지만, 경매장으로 들어오는 물량은 한번에 대량을 취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매장을 1층에 배치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경매장이 1층에 있으면 물량을 전부 소화하지 못할 경우 외부공간을 쓸 수 있지만 2층은 그럴 수 없다”며 “농민이 위탁한 물건이 제대로 놓이지 못해 거래가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 농민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장 관계자들 “이기주의적 발상” 비판=다수의 시장 관계자들은 채소 중도매인들의 주장이 이기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됐다며 비판하고 있다.

출하자단체 관계자는 “중도매인들이 1층에 점포를 배치해달라는 건 기본적으로 소매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영도매시장은 도매기능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중도매인 주장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도 “정가·수의 매매 비중을 늘리는 등 대량 물류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같이 주장하는 건 이기주의”라며 “가락시장의 발전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