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생양파 면적 줄었다더니…엉터리 통계에 ‘혼란’

입력 : 2021-05-03 00:00 수정 : 2021-05-04 01:46

통계청 조사, 현실과 괴리 커 농경연 조생종 집계와 2배 차

결과 믿은 농가 피해·동요 우려

표본 설계때 현장 특수 미반영 대면 없이 필지 실측도 문제

농업통계사업 일원화 절실

 

“요즘 조생양파 물량이 많아서 시세가 안 좋은데 올해 조생양파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훅 줄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마늘·양파 재배면적 조사 결과’를 두고 주산지 농민들의 비판이 거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올 2월 내놓은 재배면적 조사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는 데다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농경연 조생양파 재배면적 두배나 차이=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양파 재배면적은 1만8014㏊로 지난해 1만4673㏊보다 22.8% 증가했다. 조생종은 1500㏊로 전년(1985㏊) 대비 24.4% 줄고, 중만생종은 1만6514㏊로 지난해(1만2688㏊)보다 30.1% 늘었다.

이는 농경연 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있다. 농경연은 올 양파 재배면적을 지난해(1만7930㏊) 대비 3.4% 증가한 1만8532㏊로 발표했다. 조생종은 2939㏊로 전년(2683㏊)보다 9.5% 늘고 중만생종은 1만5593㏊로 전년(1만5247㏊) 대비 2.3% 증가, 평년(1만7524㏊)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두 기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재배면적 수치뿐 아니라 증감률 차이가 크다.

특히 조생양파 재배면적 차이는 두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통계청은 조생양파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다고 한 반면, 농경연은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고 밝힌 점도 혼란을 주는 대목이다.
 

◆통계청 재배면적 현실성 떨어져=산지에선 통계청의 양파 재배면적 조사 결과와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발표대로 올 조생양파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24.4% 감소했다고 보기엔 물량 증가로 조생양파 성출하기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초만 해도 서울 가락시장에서 1㎏당 1500원선에 거래되던 양파값은 최근 600∼7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전년과 평년 동기에 견줘 30%가량 낮은 값이다.

이같은 시세 하락은 저장양파값 강세에 따른 조생양파 조기·홍수 출하와 재배면적 증가가 주요인이라는 게 현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민관이 조생양파 출하를 연기하는 수급안정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분석에 기반한 것이다.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의무자조금단체가 제주 서귀포시 등을 제외하고 주산지 7개 시·군의 올해 조생양파 파종면적 전수조사를 한 결과만 해도 1900㏊가 넘는다”며 “통계청 발표대로 조생양파 재배면적이 1500㏊밖에 안됐다면 시장논리에 따라 가격이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과 동떨어진 재배면적 조사 결과가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농가들이 올해 중만생종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30.1% 대폭 늘어날 것이란 통계청 조사를 믿으면 올 하반기 가격 하락을 우려해 낮은 가격에 밭떼기거래(포전거래)를 할 수도 있다”며 “회원농가들에 통계청 조사 결과에 동요하지 말라는 연락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반복되는 농업통계 괴리=농업통계 문제는 어제오늘 불거진 일이 아니다. 통계청과 농경연이 각자 방식으로 작물 재배면적·생산량 등을 조사하다보니 결과물이 확연히 다른 경우가 많고, 이때마다 현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특히 통계청의 조사 결과가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 통계청은 지난해에도 양파 재배면적을 예년보다 크게 낮은 1만4673㏊(농경연 1만7930㏊)로 발표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로 인해 농경연에 비해 통계청 조사에 농업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농경연은 마늘·양파 재배면적 실측조사의 표본을 구축할 때 주산지와 비주산지에 다른 가중치를 둔다. 마늘·양파는 다른 작물에 비해 주산지가 뚜렷한 만큼 주산지에 더 큰 가중치를 둬 현장성을 고려한다는 취지다. 반면 통계청은 재배면적 조사 표본을 설계할 때 주산지와 비주산지를 달리 취급하지 않는다.

노호영 농경연 양념채소관측팀장은 “통계청이 먼저 발표되는 농경연의 재배면적 조사 결과를 참고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생긴다면 기관간 조사 결과 차이로 수급 예측에 혼선을 빚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통계사업을 농림축산식품부로 이관해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지난달 27일 이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고, 마늘·양파 의무자조금단체도 관련 내용의 건의문을 통계청과 청와대에 최근 전달했다.

이태문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올해 마늘 재배면적도 농경연은 전년(2만5372㏊) 대비 7.3% 줄었다고 한 반면 통계청은 14.4%나 감소했다고 밝혀 논란”이라면서 “제대로 된 수급대책을 세우려면 농업통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마늘·양파 재배면적 조사 때 농가 대면조사 없이 필지 실측조사만 하다보니 다른 기관과 조사 결과에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농식품부·농경연 등과 협의해 농업통계에 대한 혼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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