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수의 매매 활성화하려면 ‘전담 경매사’ 대폭 늘려야”

입력 : 2021-04-07 00:00

농식품신유통연구원 ‘가락시장 거래실태·개선방안’ 보고서

거래물량 비중 ‘제자리걸음’

다른 도매법인 경매가와 연동 농산물값 변동성 오히려 커져

가격 안정화 효과 크지 않아 입찰방식 차용한 매매도 문제

공동생산 등 산지 조직화 탈법행위 처벌 기준 신설을

 

공영도매시장의 경매제를 보완하고자 도입된 정가·수의 매매가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정가·수의 매매의 가격 안정화 효과가 없다는 연구보고서까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가·수의 매매 제도 활성화를 위해 법령을 정비하고 산지 조직화 등 유통 주체들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격 급등락 막고자 도입…거래 비중은 하락세=정가·수의 매매는 경매제도를 보완하고자 도입됐다. 서울 가락시장 초기 경매제는 영세농민을 보호하는 데 기여했지만 이후 공급량을 수요량에 맞출 수 없어 가격 급등락이 발생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정부는 2012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예외적으로 이뤄지던 정가·수의 매매를 경매제와 동등한 지위의 거래방식으로 격상시켰다.

정가·수의 매매는 경매제로 발생하는 가격 진폭을 완화하고자 도입된 만큼 경매처럼 거래 현장이 아닌 사전에 가격 결정이 이뤄진다. 정가매매는 출하자가 미리 가격을 정한 농산물을 도매시장법인이 구매자에게 가격·물량 등을 제시해 성립되는 거래를, 수의매매는 도매시장법인이 구매자와 협의해 가격·물량 등 조건을 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경매제를 보완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정가·수의 매매 실적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 청과부류 전체 거래물량 대비 정가·수의 매매 거래물량 비중은 2013년 10.5%에서 2018년 16.5%로 증가한 뒤 2020년 13.14%로 줄어드는 등 제자리걸음 상태다.

공사 관계자는 “전체 거래물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고 2019년부터 특별업무점검 등 정가·수의 매매 관리를 강화하면서 기준에 맞지 않는 거래가 줄어든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매값 따라 결정되는 정가·수의 매매 가격…취지 훼손하는 관행 만연=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공사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가락시장 청과부류 정가·수의 매매 거래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 도출 연구용역’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정가·수의 매매는 가격 변동성이 경매보다 높아 가격 안정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가·수의 매매 가격이 경매가격을 참조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출하자가 동일 상품을 교차 출하한 다른 도매시장법인의 경매가격을 정가·수의 매매 가격에 연동하거나, 정가·수의 매매 판매원표가 경매 판매원표 작성 1∼3시간 이후 작성되는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이다.

경매 또는 입찰방식을 차용한 정가·수의 매매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당일 시장에 반입된 물량 중 일부를 출하자와 협의해 정가·수의 매매를 하기로 결정한 후 경매진행 도중 수지식 또는 휴대전화 화면으로 최고가를 제시한 중도매인에게 낙찰시키는 방식이다.

바나나와 같은 수입 과일은 중도매인 수집물량을 도매시장법인이 정가·수의 매매로 수용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기록상장이 이뤄지고 있다. 기록상장은 엄연한 불법이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은 “정가·수의 매매가 탈법적인 기록상장의 도피처가 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시행지침에 부정거래 방지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 활성화하려면 탈법행위 처벌 기준 신설해야=정가·수의 매매를 활성화하려면 탈법행위를 방지할 처벌 기준이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농안법 제32조에 따르면 도매시장법인은 도매시장에서 농수산물을 경매, 입찰, 정가·수의 등의 방법으로 매매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현재 제32조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이 없어 기록상장 등 농안법을 위반한 방식으로 정가·수의 매매를 해도 처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담 경매사의 확충도 시급하다. 현재 가락시장에선 품목별 경매사가 정가·수의 매매도 함께 담당하고 있어 거래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자단체가 공동생산·판매·정산 등의 형태로 산지 조직화를 서둘러야 정가·수의 매매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정가·수의 매매라는 명칭이 가격 안정화 효과 등을 과다하게 내포해 오해의 소지가 큰 만큼 현실에 더 가까운 ‘수의매매’ 또는 ‘상대매매’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의매매 혹은 상대매매로 거래 개념을 규정하고 관련된 법령과 규제 조항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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