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경매단위 일방적 변경에도 규정 없어 ‘사각지대’

입력 : 2020-05-22 00:00 수정 : 2020-05-23 17:25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복숭아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가락시장 도매법인·중도매인 최근 복숭아 경매단위 변경

농가 손해 가능성 큰데 주산지와 협의 안해 ‘파문’

비슷한 논란 매번 되풀이 시장 거래 신뢰성 훼손 우려

서울시공사, 관리 나서야
 



공영도매시장에서의 농산물 경매단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불거진 복숭아 사례(본지 2020년 5월 13일자 6면 보도)처럼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주산지와 협의 없이 제멋대로 경매단위를 바꾸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영도매시장의 구체적인 경매방법은 도매시장 개설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도록 위임돼 있다. 서울시 등 대다수 지자체도 조례를 통해 경매방법부터 절차·시간·장소 등을 세세하게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경매단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락시장에서는 2016년에도 유통상인들이 참외 경매단위를 10㎏ 한상자 기준 6등급에서 8등급으로 일방적으로 세분화해 주산지 생산자단체가 강하게 반발한 사례가 있다.

당시 생산자단체들은 가락시장이 주산지와의 협의 없이 거래의 효율성만 앞세우며 ‘유통편의주의적 발상’을 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일방적인 경매단위 변경은 공영도매시장의 거래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북지역의 한 산지조직 관계자는 “농가수취값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라면 주산지와 반드시 협의하는 게 마땅하다”며 “복숭아 주산지조차 모르게 결정됐는데 어떻게 가락시장을 공정·투명하다고 말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도매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개설자의 수수방관이 자초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권승구 동국대학교 교수는 “공영도매시장의 존재 이유는 농산물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아주는 데 있다”며 “출하농민에게 불리할 수 있는 복숭아 경매단위 변경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복수의 시장 관계자는 “거래방법과 관련한 사안은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게 원칙”이라며 “공사가 참외의 경매단위 변경으로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적절한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출하농민의 수취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매단위를 변경할 때 반드시 주산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연히 의사결정 과정에서 품목별 주산지의 의견이 반영되는 게 맞다”며 “다만 경매단위를 강제하는 방식보다는 시장관리운영위 같은 공식 협의기구에서 논의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j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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