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출하통로 합쳐 역량 모아야…정가·수의매매 활성화도 필수”

입력 : 2019-08-15 00:00

위풍당당 한국농업-프레임을 창조하다

■ 산지조직 (2)전문가 3인이 바라보는 현주소와 미래


대한민국 농산물 유통의 주역인 산지조직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산지 관계자 등 전문가 3인이 머리를 맞댔다. 좌담회는 전북 남원 지리산농협 포도공선출하회장인 지봉옥씨(아영면 두락리)의 농막에서 7월24일 진행했다. 지리산농협 정대환 조합장과 이창준 아영지점장이 참석해 고견을 제시했고, 이지파 남원시 원예산업과 농산물유통담당도 좌담회 내내 자리를 같이했다.
 

이정삼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

내년부터 출하권 위임받은 산지조직만 지원 높은 값 받도록 공공 급식·APC 통해 도울 것

김성우 농경연 연구위원

조공법인·연합사업단 등 겹치는 점 정리하고 농민 책임 강화 위해 의무자조금 등 조직 필요

박해근 전북 남원시조공법인 대표

 소포장화 비롯 인건비·물류비 증가, 큰 부담 제값 받도록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도입을
 





<좌담회 참석자>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해근 전북 남원시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

◆사회=이승환 산업부장



- 우선 그동안의 산지유통을 되짚어본다면.

▶이정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이하 이정삼)=정부의 산지유통정책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과 이듬해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응하고자 출발했다. 인프라는 1992년부터 계속 지어온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로 갖춰졌다. 산지조직의 유통활성화를 위한 융자금도 2조원가량 유지되고 있다. 이 덕분에 국민이 연중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받게 됐다. 다만 질적으로는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소비지의 빠른 변화속도에 대응이 더뎠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하 김성우)=지금까지 산지유통은 3차례 전환점을 겪었다. 첫번째는 1985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개장이다. 위탁상에 시달려왔던 산지가 이때부터 조직화에 방점을 두기 시작했다. 두번째는 WTO 체제다. 외국에서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오자 거래교섭력을 갖추기 위해선 조직화가 더 중요해졌다. 세번째는 통합마케팅 시도다. 산지조직이 자체적인 판매능력을 키우자 도매시장 대신 대형 유통업체로 출하하는 비중이 늘었다. 

▶박해근 전북 남원시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하 박해근)=산지조직이 체계적으로 육성돼 안정화 시점에 도달했다. 다만 편차는 존재한다. 전국의 48개 원예조공법인만 보더라도 아직 규모화에 견줘 유통을 잘 못하는 곳이 있다. 이제는 정책방향도 산지조직을 어떻게 뒷받침할지에 맞춰져야 한다.



- 산지조직이 안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은.

▶김성우=통합마케팅에는 명암이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의 직거래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도매시장 출하비중이 40%에 이른다. 결국 산지조직과 농가가 도매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조공법인, 연합사업단, 품목별 전국연합조직도 마찬가지다. 겹치는 부분은 정리가 필요하다. 품목별 전국연합조직은 하향평준화의 문제가 있다. 품목에 따라 전국조직으로 갈지, 경쟁력 있는 지역의 브랜드를 살릴지 고민해야 한다.

▶박해근=도매시장에서 제값만 나온다면 대형 유통업체로 갈 필요가 없다. 농가는 경락값 등락폭이 큰 도매시장보다 가격과 물량이 안정적인 대형 유통업체를 더 선호한다. 다만 소포장화처럼 소비지의 트렌드에 맞추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다. 해마다 늘기만 하는 인건비·물류비 부담도 마찬가지다. 특히 인건비문제로 APC 운영과 공동출하를 멈춰야 할 지경이다.

▶이정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농민이 마음대로 개별출하하는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다. 계통출하로 틀을 바꿔야 한다. 유럽은 법제화, 일본은 관행화가 돼 있다. 미국·호주는 판매처가 없으면 아예 농사를 안 짓는다. 내년부턴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산지로 보내는 지원자금을 단일화해서 출하권을 100% 위임받은 산지조직만 확실하게 밀어줄 것이다.



- 산지유통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박해근=대형 유통업체만큼 안정적인 단가가 나오고 출하량을 소화하도록 도매시장을 바꿔야 한다. 정가·수의매매 활성화가 관건인데 현재 도매시장의 구조로는 안된다. 아직도 경매장에 이미 보낸 농산물을 두고 정가·수의매매를 하고 있다. 미리 교섭을 해서 농산물이 곧바로 소비지로 가는 예약형 정가·수의매매를 해야 한다.

▶이정삼=산지유통은 도매시장·소비지와 맞물려 있다. 우선 산지가 공선출하한 농산물은 도매시장에서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대량 수요처로 연결해줘야 한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개정해 도매법인마다 정가·수의매매 전담 경매사를 둘 계획이다. 또 소비지의 큰손들이 여전히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을 사는데, 산지와 소비지를 잇는 거래 플랫폼을 정부가 만들겠다. 산지에 다년간 안정적인 판로를 만들어주는 대신 중간에 계약을 위반하면 페널티도 줄 것이다. 

▶김성우=결국 농산물 제값 받기로 돌아온다. 산지조직이 농산물을 잘 팔아줘야 산지유통도 활성화된다. 지금 대부분 농산물의 평년 생산량이 수요량 대비 과잉이다. 재배면적을 줄여도 작황이 좋으면 과잉생산이 돼버린다. 정부의 수급안정정책도 중요하지만 농민의 책임 역시 강화해야 한다. 의무자조금과 품목별 주산지협의체가 그래서 필요하다.



- 정부의 산지조직 육성방안은.

▶이정삼=목표는 딱 한가지다. 고품질 농산물이 정당하게 인정받고 값도 높은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술 좋은 농민이 돈을 더 벌고 출하권을 위임받은 산지조직이 농산물을 제대로 팔 수 있도록 돕겠다. 공공급식에는 입찰 없이 정해진 가격에 납품도 가능해졌다. 최근 공공 APC 제도도 부활시켰다. 농민은 필요할 때 사용료만 내고 쓰면 된다. 소유는 분리시켜 비용부담을 덜겠다.



- 산지조직화가 한걸음 더 나아가려면.

▶박해근=의무자조금은 꼭 필요한 정책이다. 출하권 위임도 마찬가지다. 남원시만 보더라도 계통출하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가 관련 정책을 만들 때 참고해도 좋을 정도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농민·농협에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김성우=출하권 위임은 통합마케팅의 존재이유이고 산지조직이 가야 할 방향으로도 맞다. 주산지가 확실한 품목은 지역농협이나 시·군단위에서 통합마케팅으로, 조직화가 어려운 품목이나 주산지가 아닌 시·군은 농협경제지주가 맡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이정삼=출하권을 100% 위임받은 산지조직에 정부정책을 집중하겠다. 향후 산지·도매시장·소비지 정책의 전제조건이다. 물론 구분은 필요하다. 소규모 농가는 공공급식과 로컬푸드직매장으로 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농협의 로컬푸드직매장 확산에 감사드린다.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정리=김소영·박현진·이선호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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