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단합과 분담으로 유통혁신 이끌다

입력 : 2019-08-15 00:00 수정 : 2019-08-16 23:39

위풍당당 한국농업-프레임을 창조하다

■ 산지조직 (1)성공 일군 우수조직 2곳

전국 곳곳에 산재한 산지조직은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농산물 유통을 소리 없이 혁신해왔다. 소비지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던 과거에서 벗어나 전문화·규모화·조직화를 통해 이제는 소비지와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며 한국 농업의 저력이 되고 있다. 탄탄한 영향력으로 농산물 제값 받기를 실현하고 있는 우수 산지조직 2곳을 둘러보고, 전문가들로부터 산지조직이 한걸음 더 나아가는 데 필요한 조언을 들었다.

 

충남 금산 만인산농협 전순구 조합장(오른쪽부터)과 박기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센터장이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할 상품의 품질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깻잎 하면 역시” 충남 금산 만인산농협

작목반·APC 공선회 조직화 전문성 갖춰 고품질 깻잎 생산

농가간 결속력 강화에도 큰 힘 공선회 농가엔 최저값 보장도

복합상품화로 지역간 상부상조 부가가치 높여 소득향상 ‘한몫’




인삼과 함께 충남 금산의 대표 농산물로 떠오른 게 깻잎(2016년부터 3년 연속 매출 500억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추부깻잎>으로 유명한 만인산농협(조합장 전순구)이 있다. 1982년 경남 밀양에서 가져온 깻잎 종자를 농가에 보급하면서 미약한 ‘첫걸음’을 뗀 뒤 마침내 ‘전국 최고’라는 창대한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농가소득 증대 추진 우수사무소(2017년), 농산물 대외마케팅 대상(2018년) 등 20여개의 상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만인산농협은 농가조직화와 연대를 통한 상품다변화를 두발로 삼아 오늘도 힘차게 뛰고 있다.



◆조직화된 농가는 든든한 허리=만인산농협의 깻잎농가는 철저히 조직화돼 있다. 개인보다는 조직의 힘이 좋은 값을 받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조직화된 농가는 고품질 깻잎 생산·유통의 든든한 허리라는 게 만인산농협의 판단이다. 작목반이나 공선회 팀별로 농가를 세분화한 결과 재배기술 공유는 물론 결속력 강화, 경쟁력 향상 측면 등에서 유리했다. 실제로 깻잎농가들은 저마다의 여건에 맞춰 작목반에 가입한다. 모두 38개 작목반(반원 최소 15명 이상)은 5개 작목회에 4~14개씩 묶여 있다. 이를 총괄하는 조직은 추부깻잎연합회다. 회원은 996명에 달한다.

만인산농협은 판매계에 전담직원을 배치하고 회원들의 농사를 지원한다. 마을별로 설치된 간이집하장(35개)까지만 농가들이 수확·포장한 깻잎을 내놓도록 한다. 이후 순회수집한 깻잎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등으로 출하한 뒤 가격을 정산해준다.

또 다른 조직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공선출하회다. 대형 유통업체에 주로 납품하는 270농가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다시 품종별·인증별로 세분화된다. 유기농·무농약·농산물우수관리(GAP)·수출 깻잎을 생산하는 공선회로 나뉘며, 무농약공선회는 더 세분화해 학교급식·유통업체 등 납품처별로 팀을 구분한다. 구성원도 10~15명으로 제한한다.

박기범 APC 센터장은 “이 정도 인원이 상호 원활한 의사교류와 교육 집중도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팀원수라고 판단했다”며 “각 팀은 매월 2~3회 모여 회의를 갖는다”고 소개했다.

만인산농협은 특히 공선출하회 농가를 대상으로 ‘최저단가 지지제도’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생산원가 상승분과 도매시장 출하농가와의 수취값 차이, 상품화 진전에 따른 경영개선 효과를 반영해 최저값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다.

지지단가는 공선회의 팀별 회의를 통해 품종별·인증별로 책정된다. 올해의 경우 깻잎 2㎏을 기준으로 유기농 2만5000원, 무농약 1만7000원, GAP 1만5000원으로 단가가 정해져 공선회원의 평균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상품다변화 위해 다른 산지와 연대=깻잎 단일품목으로 매출을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만인산농협은 일찍부터 이런 위기의식을 갖고 복합상품화를 통한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3년 출하품목에 케일을 추가한 것이 출발이다. 유통업체 바이어에게 상품의 샘플을 보여주면서 구입의사를 확인한 뒤 농가에게 재배토록 했다. 이후 상추(2014년), 포도·가지(2015년), 모둠쌈채소·풋고추(2016년) 등으로 해마다 품목을 늘려왔다. 6월말 현재 깻잎을 기본으로 45개 품목, 270가지 상품을 주요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 중이다.

특히 지역 내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품목은 다른 주산지와 연대하고 있다. 충북 충주(친환경쌈채소), 경기 여주(가지)·이천(쌈채소), 경남 밀양(고추·애호박), 전북 남원(준고랭지 채소), 충남 당진(양채류), 제주(브로콜리) 등 공급처가 전국을 망라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만인산농협 APC는 2017년 137억원, 2018년 1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공선회원 1인당 지난해 평균 매출액도 86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목표는 각각 240억원과 1억원이다.

만인산농협은 앞으로 수출확대, 온라인시장 진출, 1인가구를 겨냥한 초경량상품 개발 등으로 시장·상품군(50개 품목)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전순구 조합장은 “더 많은 농가가 핵심조직인 공선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재 가동률 150%에 달하는 APC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100농가보다 1억원을 버는 300농가를 육성한다는 원칙을 갖고 앞으로도 조합원들의 소득향상을 위해 농산물 팔아주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산=이승인 기자 silee@nongmin.com

 

이해간 경북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오른쪽)가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서 참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외의 메카’ 경북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

경매값 지지·신속 대금정산 농가·농협의 참여 이끌어내

대형마트 물량 APC 배분 주도 통합관리로 바이어 대응력 강화

전자경매제로 가격 투명성 향상 실시간 시세 안내 등 노력 지속

 


경북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 이해간)은 산지조직화 및 농산물 판매사업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성공적인 조직운영 덕에 사업 첫해(2007년) 433억원이던 판매액은 지난해 3배가량인 1114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목표액은 1250억원이다.

이해간 대표는 “출하시기·물량조절과 통합마케팅으로 가격을 지지하면서 농가와 지역농협의 참여를 유도한 결과 판매사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주조공법인은 2007년 4월 부지 2만7704㎡(약 8400평) 규모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공판장 등을 건립하고, 9개 지역농협이 8억5500만원을 공동출자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첫해엔 경험부족과 과도한 비용 등으로 10억원가량의 적자가 났다.

2008년 성주조공법인 주관농협으로 선정된 대가농협은 생산농가와 지역농협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판장 경매가격 지지에 힘썼다. 일주일 정도 걸렸던 대금정산도 출하 다음날로 앞당기는 등 서비스를 강화했다. 그 결과 2년 연속 흑자결산으로 경영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2013년에는 공모를 통해 성주농협이 주관농협으로 선정됐다. 성주농협은 조직과 유통구조를 재정비하고 지역농협간 공조체계 구축에 힘썼다. 지역농협이 APC 운영과 공선회를 조직해 관리하고, 성주조공법인은 대형 유통업체 납품물량을 지역농협 APC에 배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이광식 성주조공법인 상무는 “지역농협이 제각각 결정했던 납품단가와 출하량을 통합관리해 바이어의 횡포를 줄이고 납품값도 높였다”면서 “납품물량과 가격을 공정하게 결정해 신뢰를 쌓고 지역농협의 참여를 높인 결과 연합사업이 크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지역농협은 생산농가 조직과 재배기술 지도 등을 전담하고, 성주조공법인은 통합마케팅과 판매전략 개발·운영에 집중한 게 성장동력이 된 셈이다. 자체 공선회도 한번 탈퇴한 회원은 재가입이 불가능하도록 관리하는 등 결속력을 강화했다.

이한주 공선회장(58)은 “참외를 엄격히 선별해 품질을 관리한 덕에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납품단가도 시중가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며 회원간의 강한 조직력을 강조했다.

2013년엔 공판장에 전자경매제를 도입해 거래가격의 투명성을 높였다. 출하대금은 경매 다음날 펌뱅킹(온라인 금융거래) 등으로 보내 출하주의 편의를 높였다. 또 경락시세를 실시간 문자메시지로 발송해 농민들의 출하를 유도하고 있다. 홍수출하 땐 성주군의 수매자금을 활용해 가격지지에 나선다. 아울러 품종단일화를 추진해 균일한 품질의 참외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형 유통업체로 판로를 넓히고 수출확대도 이끌어내고 있다.

이 대표는 “생산농가를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판매·홍보 창구를 단일화해 성주 참외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주=오현식 기자 hyun2001@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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