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종자’ 명확한 기준도 없는데 원산지 쓰라니…

입력 : 2019-07-22 00:00 수정 : 2019-07-22 23:57

정부, 연말까지 분화 원산지 표시기준 마련

현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요령’ 종자 수입해 키워야 국산 인정

분화, 거의 묘·묘목 들여와 재배 국산·외국산 구분 분명치 않아 농가들 수입업자 내몰릴 처지

“일정기간 기르면 국산 표…품종별 세심한 분류 필요”



정부가 연말까지 분화의 원산지 표시기준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화훼종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고시(안) 마련이 진행돼 분화농가들이 자칫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현주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 사무관은 “연말에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른 농식품부 고시인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요령’을 개정하려고 한다”며 “분화의 원산지 표시를 단속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절화는 원산지 단속에 대한 요구가 많아 2017년 1월 국화·카네이션·장미 등 11개 품목을 원산지 표시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문제는 묘와 묘목을 수입해서 재배하는 분화의 경우 국산과 외국산을 가르는 기준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요령’에 따르면 오직 종자를 수입해 길러낸 경우만 국산으로 원산지를 변경할 수 있는데, 화훼에 쓰이는 묘와 묘목은 어디까지를 종자에 포함시킬 것인지가 뚜렷하지 않아서다.

2017년 종자산업법이 개정되면서 씨앗을 발아시킨 ‘묘(苗)’도 종자에 포함됐지만, 화훼에서 무엇을 묘로 볼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예를 들어 품종별로 가지를 잘라낸 삽수, 뿌리가 난 발근묘 등 쓰이는 묘가 다양하지만 이런 것들까지 고려한 명확한 기준은 없는 상태다. 또 2017년 이전부터 종자에 들어가 있는 묘목에 대해서도 통일된 기준이 없다. 더군다나 현행 종자산업법에서 종자는 묘목을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요령’의 ‘세부 원산지 표시기준’에는 묘목이 빠져 있다.

분화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단속기준을 정할 경우 벌금과 과태료를 내야 할 농가가 양산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현재 분화의 대부분이 수입 묘와 묘목으로 재배되고 있어서다. 경기 하남에서 6600여㎡(20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 관엽류를 재배하는 고미경씨(54)는 “시설하우스 안에 있는 식물 모두 인도네시아·중국 등지에서 묘목을 들여와 재배한 것들”이라며 “특히 나무류는 씨앗부터 심어서 기르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병하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 분화부장은 “지금은 외국에서 분화를 들여와 바로 유통하는 업자나 수입 묘목을 분갈이해 수개월 이상 재배하는 농가나 다 같은 ‘수입업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따라서 분화도 절화처럼 재배 여부로 국산과 외국산을 갈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종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건 절화도 마찬가지지만, 실제 단속은 재배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안진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관리과 주무관은 “절화는 원산지를 미표시했거나 국산으로 속인 게 주된 단속 대상”이라며 “국내에서 재배해 출하한 절화는 국산으로 본다”고 밝혔다.

상 부장은 “일정기간 재배한 분화는 국산으로 원산지를 변경해주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분화는 품종별로 재배기간이 다양한 만큼 기준을 세심하게 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현재 공판장에 출하되는 분화는 300여종에 이른다.

민동명 농식품부 식생활소비급식진흥과 사무관은 “지금은 묘와 묘목을 포함해 어디까지를 화훼종자로 볼지 검토하는 단계”라며 “이달말까지 농관원에서 분화 원산지 표시기준에 대한 안을 받은 후 본격적으로 관련 업계의 의견수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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