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파 생산량 추정 실패…가격폭락 더 키웠다

입력 : 2019-07-12 00:00 수정 : 2019-07-13 23:46

산지, 사상 최대 생산 전망 정부는 17만t 증가 고수

시세 1㎏당 300원대 지속 통계청 생산량 발표 앞두고 가격폭락대책 마련 ‘급급’

 


양파값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0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선 상품 1㎏당 경락값이 372원에 그쳤다. 일주일째 300원대다. 이진희 중앙청과 경매사는 “상품성이 괜찮은 것 위주로 산지 저온창고 입고가 이뤄지는 시점이어서 품질이 낮은 물량들이 반입되는 탓이 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산지물량이 워낙 많아 값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고가 마무리되는 이달말 이전까지는 값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올 햇양파 출하철은 도매시세가 상품 1㎏당 400~500원대의 바닥세로 출발해 300~400원대의 초바닥세로 끝나는 초유의 시기로 기록되게 된다. 재배면적이 평년 대비 고작 2.2%밖에 늘지 않은 중만생종 양파가 값 폭락의 수렁에서 이렇게 장기간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양파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마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햇마늘 역시 값 폭락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논의의 초점은 가격지지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에 맞춰져 있다.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 값이 떨어졌다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파는 의구심투성이다. 재배면적은 1만8923㏊로 지난해(2만2849㏊)보다는 오히려 17%나 줄었고 평년(1만8520㏊)보다는 2.2%밖에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산량에 대한 논란은 더 가관이다. 산지와 정부간 시각차가 너무나 크다. 생산증가분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추정치는 현재까지는 공식적으론 평년 대비 17만t(15%)이다. 하지만 산지 관계자나 시장 유통인들 가운데 이를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10일 오후 김정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이 갑자기 가락시장을 방문해 양파 경매사·중도매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때를 전후해 농식품부가 양파 추가수매 카드를 검토 중이라는 말도 돌았다.

6월17일 ‘양파 수급조절 4차 대책’ 이후 값이 1㎏당 300~400원으로 바닥을 기는데도 사실상 손을 놓았던 농식품부가 이처럼 바빠진 건 통계청의 생산량 조사자료를 사전에 입수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산 마늘·양파 생산량을 이달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통계청 자료엔 무엇이 담겼을까. 익명을 요구한 농업계 관계자는 “통계청 조사 결과 양파 생산단수가 10a(300평)당 7400㎏ 전후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고, 이것을 전해 들은 농식품부가 크게 당황해 추가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생산단수를 5월초 최소 6684㎏으로 봤다가 슬금슬금 올렸다. 그래도 여전히 7000㎏ 미만이다.

이 관계자 말이 사실이라면 통계청 조사 결과는 주산지의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지에선 사상 최대였던 2014년(159만t) 수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을 5월부터 내놨다. 제주 등지의 조생종 물량(19만t 안팎)을 빼면 중만생종은 140만t 안팎이 될 거란 얘기다. 중만생종의 평년 생산량이 113만t이므로 올해 초과생산량은 28만t(25%)에 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5월17일과 6월3일 2·3차 대책에선 생산증가분을 15만t(13%)이라고 고수했고, 6월17일 4차 대책에 와서야 17만t(15%)으로 소폭 상향했다. 나상두 호남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현재까지 11만5000t 이상이 어떤 식으로든 격리됐는데도 시세가 바닥인 건 정부 예상보다 많이 생산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산지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가 4월24일 내놓은 1차 대책엔 이런 문구가 있다. ‘5월 이후 작황 변동성에 대비해 산지작황 및 수급동향 관리를 강화하고, 작황 시나리오별로 단계적 대책을 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농식품부의 태도도 비판을 받아야겠지만, 잘못된 수급예측과 예상생산량 오판으로 대란을 키웠다는 비판까지 더해질지의 여부는 통계청이 생산량을 발표하는 일주일 후인 19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