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의무자조금 본격 운영 ‘하세월’

입력 : 2019-01-11 00:00 수정 : 2019-01-12 23:55

사과·배·감귤·참다래 2017년 12월 합동 출범식

사과, 납부고지서 못 보내 배는 거출금 목표액 미달 1년여 지났지만 자리 못 잡아

의무자조금 전환 추진했던 포도·복숭아·단감·떫은감 대의원회 개최 여건 불충족

자조금단체 재원·인력 부족 통합지원센터 구성 등 필요
 


과수의무자조금이 삐걱대고 있다.

농민들 스스로 과수산업 발전을 주도하도록 2018년부터 과수의무자조금을 본격 운영하겠다던 정부의 공언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12월19일 과수분야 의무자조금 합동 출범식을 개최했다. 농식품부는 그 자리에서 2018년 사과·배·감귤·참다래 4개 품목의 의무자조금을 본격 운영하고, 임의자조금으로 운영되던 포도·복숭아·단감은 2018년 2월까지 대의원선거 등을 거쳐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하겠다고 공표했었다.

농식품부는 과수의무자조금이 본격 운영되면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자율적 수급조절과 소비촉진 행사, 농민 교육 등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떠들썩한 출범식 이후 1년여가 지났지만 과수의무자조금의 현주소는 초라하기만 하다. 의무자조금 운영을 시작한 사과·배·감귤·참다래 중 사과는 아직까지 자조금 납부고지서조차도 발부하지 못하고 있다.

거출을 시작한 품목 역시 거출금이 목표액에 크게 못 미쳐 계획한 사업을 줄줄이 포기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배의무자조금을 예로 들면 지난해 12월말까지 거출액은 6억2000여만원으로 정부가 제시한 목표액(12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2월 의무자조금 전환을 목표로 했던 포도·복숭아·단감·떫은감 4개 품목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본지 확인 결과 이들 4개 품목의 회원가입 실적은 전국 경영체나 재배면적 대비 20% 안팎에 불과했다. 의무자조금 전환을 위해서는 해당 품목 총생산량의 50% 이상을 맡고 있는 농민들(대의원)의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대의원회를 열기 위한 기본여건조차 충족하지 못해 언제쯤 의무자조금을 설치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자조금단체의 관계자는 “농식품부 지침에 따라 전국 읍·면·동사무소에서 지난해 8월1일부터 12월14일까지 약 4개월에 걸쳐 포도·복숭아·단감·떫은감을 비롯해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과 경작자로부터 회원가입과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를 받았지만 접수실적은 목표 대비 20% 정도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접수실적이 부진한 가장 큰 요인으로 자조금단체들은 사업추진을 위한 재원 및 인력 부족을 꼽고 있다. 품목마다 한두명이 근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에다 사업추진을 위한 재원도 턱없이 부족해 추진 조직을 운영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김응철 충남대학교 자조금연구센터 부센터장은 “전체 경작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일부 농협 등이 전적으로 부담하다보니 자조금단체의 인력과 운영재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회원가입 안내 등을 위한 우편발송과 농민 교육·홍보 등에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무자조금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이른바 자조금 통합지원센터를 구성하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경작자 등의 사업참여를 높이고 무임승차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조금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사람과 자조금 미납부자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고,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계자료를 자조금단체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센터장은 “해마다 수급불안과 가격하락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의무자조금 가입을 꺼리는 것은 의무자조금의 취지·목적·사업 등에 대한 농민들의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농민과 관계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의무자조금의 필요성과 기능, 설치 절차와 관련 주체별 역할 등에 대한 교육·홍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홍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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