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득 보는데, 왜 힘없는 농가만 돈을 내야 하나요?”

입력 : 2018-11-09 00:00 수정 : 2018-11-09 23:59
9월부터 하차거래로 전환된 양배추가 경매장에 쌓여 있는 모습. 기존 차상거래 때와 달리 팰릿에 쌓은 뒤 비닐랩핑해 출하하고 있다.

가락시장 하차거래 전환 중간점검 (상)수취값 증대, 실효성 있나

전문가 “농가 수취값 상승 여부 단기간에 판별 어려운 문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분석, 과장 많고 주먹구구식 유감”

산지·출하자단체 “비용부담 농가에 떠넘기며 희생만 강요”

고령농·소규모 농가, 작업 폭증 금전 부담 확대…농사 포기 고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추진 중인 하차거래를 두고 농업계의 불만이 거세다. 하차거래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물류 효율화와 시장 환경개선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을 산지가 전부 떠안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더욱이 개설자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경락값 상승으로 출하자에게도 이득’이란 주장을 내세워 농민들의 불만을 더 키우고 있다. 하차거래 전환이 출하자의 수취값 증대에 실효성이 있는지,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공사는 하차거래 전환의 효과로 농가 수취값 증대를 강조해왔다. 기존처럼 화물차에 산물 그대로가 아니라 포장한 농산물을 팰릿에 쌓아 출하하면 늘어나는 비용보다 경락값 상승, 거래 편의성 증대로 얻는 편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제주 양배추농가와 전남·강원 대파 출하자들이 서울시청이나 가락시장에서 집회를 열 때도 매한가지였다. 정책의 추진속도가 너무 빠르고 지원책이 모자라다는 하소연에도 늘 답변은 엇비슷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자료도 곧잘 내놨다. 하차거래 전환 전후로 가락시장과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의 경락값을 비교해보니 효과가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시장 안팎에서 “의미 없는 분석” 질타=그럼 공사가 강조해왔던 주장은 실효성이 있는 걸까. 가락시장 안팎에선 “의미 없는 분석”이란 질타가 쏟아진다.

우선 농업계 전문가들은 농가 수취값 증대를 이야기하려면 좀더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한 데다 현재 공사가 내놓은 자료는 주먹구구식 분석이라고 지적한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원예실장은 “단기적인 경락값 추이로 하차거래의 효과를 말할 수는 없다”며 “어떤 중도매인이 구매를 했는지, 품위 차이는 얼마나 나는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지금 공사가 하는 분석은 주먹구구식이고 또 어느 정도는 과장됐다”며 “효과의 산정 방식을 전문가들이 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절차부터 밟아야 옳다”고 덧붙였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도 “공사가 하차거래 전환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사실상 보여주기식 자료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서 부총장은 이어 “지금 공사에게 필요한 건 산지·농민단체와의 소통”이라고 꼬집었다.

하차거래 전환 품목의 주산지 농협이나 출하자단체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차거래로 사회적 편익이 생겼다면 당연히 비용부담도 나눠야 마땅하다는 취지다.

김대현 전남 신안 임자농협 조합장은 “가락시장이 깨끗해지고 물류가 원활해지는 데 드는 돈을 왜 우리 농민들이 다 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역시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 속에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회적 편익을 주장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그러면서 “여건이 어려운 산지가 많으니 공동집하장 건설 같은 인프라 구축을 공사가 먼저 추진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용부담 외 피해도 만만찮아=하차거래 전환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더 있다. 시장 관계자들이 “공사가 농가 수취값 증대 운운하기 전에 지금 산지와 가락시장에서 무얼 고민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무엇보다 소규모 농가의 설 자리가 더 줄어들었다. 늘어난 포장재값·물류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서다. 결국 가락시장보다 평균 경락값이 낮은 지방도매시장 출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제주 양배추농민 박수철씨(애월읍 신엄리)는 “계약재배나 밭떼기거래가 대부분이어도 여전히 자가노동력으로만 출하하는 농민도 있다”며 “안 그래도 고령화로 힘든 농촌에 하차거래는 너무 큰 부담만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이라는 대규모 소비지를 낀 가락시장에 출하하는 것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쪽파의 경우 농민이 1t 화물차로 직접 가락시장에 실어온 다음 팰릿에 적재작업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사가 상장예외품목인 산물쪽파도 팰릿에 쌓은 뒤 출하하도록 규정해서다.

경매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기존에는 충남 예산에서 아내와 함께 수확한 쪽파를 차로 가락시장에 실어오기만 하면 됐다”며 “지금은 출하할 때마다 시장 한편에서 다시 팰릿 적재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모레면 나이가 일흔인데 얼마나 더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조직화·규모화가 이뤄진 산지라고 해서 상황이 많이 나은 것도 아니다. 하차거래를 위해 필요한 장비나 시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산지농협 관계자는 “공사는 포장재값·물류비 정도만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지게차나 비닐랩핑기를 사고, 공간을 마련해서 집하장 꾸리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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