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엔 중국산 고추 포대 한가득…올들어 59개 업소 적발

입력 : 2018-11-09 00:00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특별사법경찰관이 경기 안양지역의 한 고춧가루 가공공장 창고에 보관된 건고추를 확인하고 있다.

고춧가루 원산지표시 단속현장 동행해보니…

고춧가루 가공공장 등 점검 중국산·국산 섞어 유통 김장철 맞아 기승 우려

외국산 냉동고추 수입량 증가 국내산 건고추산업 타격

농관원, 광학현미경 조사 등 부정유통 근절에 온힘

 

“고춧가루 원산지표시 위반 단속반입니다.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1일 경기 안양지역에 위치한 한 고춧가루 가공공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특별사법경찰관 2명이 들이닥쳤다. 예고 없이 방문한 터라 공장 관계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무실에 앉자마자 단속반원들은 건고추 반입대장과 품목 제조보고서, 상품 라벨, 작업일지, 제품 판매일지 등을 줄줄이 요구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역시나 해당 공장은 중국산 고춧가루 전문 취급업소였다. 국내산은 20% 이내에 불과했다.

국내 대부분 고춧가루 가공업체가 이런 식으로 국내산 약간과 중국산을 섞어 유통한다는 단속반의 설명이 돌아왔다.

단속반원 한명이 서류를 점검하는 사이 다른 한명은 건고추 보관창고로 향했다. 반입량과 반출량이 맞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창고에 들어서자 ‘중국산’이라는 표시가 큼지막하게 적힌 25㎏들이 포대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중국산 건고추는 정상으로 보긴 어려웠다. 크기가 일반 건고추의 두세배는 돼 보였고, 검붉은 색을 띠었다. 단속반원은 “정상관세(270%)의 10%인 27%만 내고 수입된 냉동 붉은고추는 국내에서 해동·건조 과정을 거쳐 유통된다”며 “냉동 붉은고추는 녹이면 부피가 정상 고추보다 두배 이상 커지고 과피가 찢어지며 검붉은 색을 띤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공장에서 판매되는 고춧가루의 20%를 차지하는 국내산 건고추 상태는 어떨까. 국내산 역시 정상품이 아니었다. 무늬만 국내산일 뿐 도매시장이나 대형마트에 내다 팔 수 없을 정도의 저품위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고춧가루는 대부분 소비자들이 알 만한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업체에 100% 납품한다”며 “값싼 고춧가루를 요구받다보니 중국산 냉동 붉은고추를 말린 것과 저렴한 저품위 국내산 건고추를 섞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율관세로 반입, 편법으로 건조ㆍ판매해 국내 건고추시장을 초토화하고 있는 중국산 냉동 붉은고추의 유통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찜찜함을 뒤로한 채 이번에는 인근 김치제조업체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배추·무는 국내산을 쓰지만 고춧가루는 중국산을 쓰고 있었다. 역시 중국산 냉동 붉은고추를 말려 빻은 제품이었다.

이 김치제조업체의 사장은 “납품업체에서 단가를 워낙 후려치다보니 중국산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고두환 특별사법경찰관은 “냉동 붉은고추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하다보니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김치공장이나 요식업체에서의 소비량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중국산 냉동 붉은고추를 해동·건조해 국내산으로 둔갑시키거나, 국내산과 혼합해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농관원의 설명이다.

농관원은 이에 따라 10월22일부터 12월14일까지의 일정으로 원산지표시 감시 전담 136개 반 273명과 명예감시원 3000명을 동원해 수입 냉동 붉은고추의 원산지 둔갑 차단을 위한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정부가 특별단속에 들어갈 정도로 외국산 냉동 붉은고추 수입량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20만t에서 2017년 22만4000t까지 증가했다. 올해도 9월말까지 17만1000t이 들어왔다.

냉동 붉은고추의 수입량 증가에 비례해 고춧가루 원산지표시 위반 적발건수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서만 59개 업소가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적발됐을 정도다.

경북지역 한 업체는 2016년 8월부터 2018년 10월11일까지 중국산 냉동 붉은고추와 국산 건고추를 혼합해 가공한 고춧가루 300t(4억원 상당)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김치제조업체와 대형 유통업체 등에 판매하다 적발됐다.

농관원은 이와 관련해 시중에 유통 중인 배추김치와 고춧가루를 무작위로 수거, 광학현미경으로 냉동 붉은고추 포함 여부를 확인한 뒤 단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 냉동 붉은고추는 건조과정에서 세포벽이 파괴돼 조직이 변화한다는 점에 착안해 새롭게 시도하는 조사 방식이다.

한선권 원산지관리과장은 “국민이 안심하고 김치를 구입하거나 담글 수 있도록 과학적 방법을 활용해 고춧가루의 부정유통 근절에 나서고 있다”며 “원산지표시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안양=성홍기 기자 hgsung@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