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중국산’ 김치 수입 최고치 찍을 듯…가정용까지 넘봐

입력 : 2018-10-12 00:00 수정 : 2018-10-13 00:10
국내 김치 수입량이 3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 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김치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농협김치가공공장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는 모습.

김치산업 어디로 가나 (상)국내시장 현주소

수입 김치 99% 중국서 들여와 업체들 ‘안전’ ‘청결’ 등 강조 가격도 국내산의 ‘10분의 1’

식당·단체급식 업소 구입 많아 일반 가정에서도 구매 증가세

지난해 27만5631t 수입 올해 9월까지 이미 20만t 훌쩍

신선배추·건고추·마늘 등 원료 생산농가에 연쇄 충격

김치·양념채소류 등 수입 파악 국내 수급안정 대책 세워야

 

“중국산 김치를 상품화한 포장김치가 인터넷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요. 가정용 시장까지 넘볼 지경이니 심각할 수밖에요.”

김치 연구에만 20년 이상 몰두하며 ‘김치박사’로 알려진 A씨.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그는 “오랫동안 김치만 보고 살아온 전문가로서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며 “수입 김치가 매섭게 국내시장을 파고드는데 국내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고 털어놨다.

배추 등 김치 원료의 가격불안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급등하고, 5월에는 김치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국내 김치산업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그는 “김치 수입업계가 지금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소포장 형태로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공략할 것”이라며 “그 시점이 국내 김치산업에 가장 큰 위기이며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김치산업의 현주소와 대응방향을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가정용 넘보는 중국산 김치=9일 국내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중국산 김치’를 입력했다. 국내에 들어오는 김치의 99%는 중국산이다. 순식간에 중국산 김치 상품 목록이 올라왔다. 상자 포장부터 대형 비닐에 담은 벌크형까지 상품 종류만 수백건이 넘었다.

상품 소개창에 들어가보니 상품마다 온갖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 때문인지 안전을 강조하는 문구가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중국산 김치라 불안한 마음이 있겠지만 철저한 품질관리와 청결한 위생관리로 납품하고 있다’는 식이다. 또 ‘너무 짜지 않고 살짝 매콤하도록 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다’거나 ‘이미 백여곳의 관공서 식당에 납품하고 있어 믿을 수 있다’는 자랑도 늘어놓고 있었다.

한 판매업자는 “신선도관리를 위해 중국 현지공장과 직거래해 유통기간을 최대한 짧게 가져가고 있다”며 “2년 전까지만 해도 주문하는 곳이 대부분 식당이나 단체급식 업소였지만 지금은 일반 가정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대형 포장형태의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중국산 김치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웬만큼 사라지면 곧바로 소포장 형태로 재포장해 공략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3년 연속 최고치 경신=요식업체는 물론 일반 가정에서까지 중국산 김치를 찾는 구매자가 늘면서 중국산 김치 수입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이후 3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 치울 것이 확실시되고 있을 정도다.

관세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김치 수입량은 2016년 25만3432t으로 최고치를 찍었지만 곧바로 2017년 약 2만2000t이 증가한 27만5631t에 달해 이 기록을 깨뜨렸다. 올해 역시 9월까지 20만7000여t이 수입돼 예년과 같은 추이라면 연말에는 28만t을 넘어서며 2017년 수입량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상품김치시장이 50만t 수준임을 감안할 때 50% 이상이 중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중국산 김치 수입이 급증하는 원인으로는 현격한 가격차와 함께 국내시장 공략을 위한 중국 현지업계의 품질경쟁력 강화가 꼽히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김치는 품질에 따라 10㎏들이 기준으로 최저 8000원대부터 형성돼 있다. 국내산 포장김치가 1㎏들이에 6000~8000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 가격에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김치가 최근 안전관리에도 공을 들이면서 날개를 단 격이 됐다.

국내 김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중국산 김치 판매업체들이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해썹·HACCP) 인증을 획득하고 있을 정도로 위생이나 안전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검역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는 건수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채소류 수급 악영향=중국산 김치 수입량 급증은 김치 원료를 생산하는 국내 농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김치 수입량 추이와 냉동고추 등 양념채소류 수입동향을 종합해 국내 채소류 수급안정 대책을 세밀히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27만여t의 김치를 담그려면 신선배추가 60만t 가까이 필요하다. 수입 김치를 국내산으로 대체한다면 그만큼 배추의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한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배추 생산량이 210만t 정도임을 고려할 때 30% 가까이 국내산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보면 국내 배추시장의 30%를 중국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김치 주재료인 건고추와 마늘·생강 등 양념채소류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이다. 김치에 함유된 고춧가루 함량은 3% 정도로,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8250t의 국내산 고춧가루 소비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면 그만큼 국내산 배추나 건고추·마늘 등의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김치 수입 급증세가 워낙 가파르다보니 국내산 배추는 이제 평년만큼만 생산돼도 과잉을 걱정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치의 원료인 배추 등의 가격변동성을 낮추고 원가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채소나 양념채소류 수급은 김치 수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중국 현지상황과 국내 김치업계 동향을 면밀히 살펴 철저히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홍기 기자 hgs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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