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만 뛰면 ‘농산물 탓’ 보도 …소비위축에 농가 ‘직격탄’

입력 : 2018-06-11 00:00 수정 : 2018-06-12 00:18
하나로 클럽 서울 양재점의 농산물 할인판매 행사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농민신문DB

‘가격 급등’ 보도된 ‘수미’ 감자 7일 작년보다 낮은 값에 판매

배추·양배추 10㎏ 거래시세 평년 대비 3000원가량 낮아

언론 ‘농산물값 폭등’ 보도 소비위축 심화…가격 악영향

전반적 가격추이 보여주는 농산물가격지수 개발 필요

 


“10년 전 값 그대로인데 대체 왜 자꾸 농산물을 물가인상 주범으로 몰아세우는지 화가 납니다.”

최근 일부 언론의 농산물가격 관련 보도 행태가 농업계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인용하며 상당수 언론이 소비자물가 인상의 원인으로 농산물가격 급등을 지목한 탓이다.

농민들은 “저장성이 약한 몇몇 채소류가 날씨 등의 영향으로 공급량이 줄어 단기간 값이 상승한 것을 두고 마치 모든 농산물이 오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이같은 보도가 소비위축을 부르고 농산물값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주요 농산물가격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이른바 ‘농산물가격지수’를 개발해 대응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요 농산물가격 하락=언론보도와 다르게 주요 농산물가격은 2017년은 물론 평년 시세에도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값이 급등했다며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수미> 감자의 경우 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20㎏ 상품이 평균 2만5965원에 거래됐다. 지난해(2만7840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겨울 재배면적 감소와 한파로 생산량이 줄었지만 봄감자 생산이 본격화한 5월 중순 이후 값은 금세 안정세로 돌아섰다.

 


주요 채소류 역시 지난겨울 언피해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무를 제외한 배추·양배추·대파 값은 평년값을 밑돌고 있다. 5월28일부터 6월4일까지 일주일 동안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품목별 경락가격 분석결과 배추 10㎏ 한망 평균값은 3919원으로 평년보다 2703원 낮았다. 양배추 10㎏ 한망 역시 3872원에 낙찰돼 평년(6697원) 수준을 한참 밑돌았다. 대파 1㎏ 가격도 1224원으로 평년값(1527원)과 거리가 멀었다.

식당 수요가 많은 청상추나 양파값도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다. 7일 기준 청상추 4㎏ 상품 한상자 값은 평균 6836원으로, 지난해(1만224원)나 평년(1만236원)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같은 날 양파 1㎏ 상품은 690원에 거래돼 지난해(1097원)와 평년(852원)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제철을 맞은 과채류와 저장과일 역시 소비부진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6월7일 1만791원에 거래된 <대저토마토> 5㎏ 한상자는 올해 같은 날엔 8641원으로 주저앉았다. 대추방울토마토 3㎏ 한상자 값은 1만642원에서 6883원으로 떨어졌다.

5월 날씨가 좋지 않아 생육이 부진했던 수박은 이달 들어 출하물량이 늘면서 가격 역시 지난해 수준을 밑돌고 있다. 7일 상품 수박은 1㎏ 기준 1723원에 거래돼 지난해(1954원)보다 13% 떨어졌다. 저장과일인 <신고> 배는 15㎏ 한상자가 3만1038원으로, 평년보다 76% 폭락했다. 매실 역시 평년값보다 30% 이상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송충호 농협가락공판장 본부장은 “감자 등 몇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농산물값이 떨어졌다”며 “농산물 도매시장마다 매출 역조가 뚜렷할 정도로 소비침체에 따른 가격하락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농산물값 보도 신중해야=농업계는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으로 값이 오른 일부 품목을 예로 들며 농산물을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내모는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잎채소류를 재배하는 농민 이은만씨(경기 이천)는 “농산물값이 급등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일부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말하는 대로 농산물값이 그렇게 오른 결과가 ‘10년 넘게 1가구당 농업소득 1000만원’인지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10년 넘게 상추 등을 재배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값이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구본창 충남 부여 세도농협 과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산지의 어려움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으나 언론에서 농산물값이 올랐다고 하면 소비는 더 위축된다”며 “이곳 방울토마토 재배농가 상당수가 빚만 떠안고 농사를 접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고길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이사는 “감자나 애호박처럼 작황부진으로 단기간 가격이 오른 것을 전체 농산물값이 오른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체 농산물값 흐름을 보고 가격 등락을 이야기하고, 지난해보다 평년 가격과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꼬집었다.

대형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 등락폭이 심했던 특정 품목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농산물가격 변동 추이를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 맞춰 매월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면 불필요한 오해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도 느끼지만 농산물값이 크게 올랐다는 식의 보도는 결국 생산자인 농민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홍기·박현진 기자 hgs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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