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까지 북상한 사과, 과잉공급 우려 “종합적 중장기 전략 절실”

입력 : 2018-03-14 00:00 수정 : 2018-03-16 16:24

사과 주산지, 지구온난화로 대구·경북서 강원까지 확대

강원, 과수산업 청사진 걸고 사과 등 재배 육성 계획 발표

국내 과일 소비 줄어드는데 재배면적 확대로 공급 늘듯

“지자체별 과수산업 육성, 전체 과일 수급에 큰 영향 각계 전문가 머리 맞댄 중장기 발전방안 마련해야”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작물 재배 한계지가 북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균기온이 1℃ 상승하면 재배지가 80㎞ 올라오는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1911년부터 2010년까지 100년 동안 평균기온이 1.8℃ 상승해, 과거 대구·경북이 주산지였던 사과의 경우 경기 포천·연천 등 경기 북부까지 주산지가 확대됐다. 최근엔 강원지역의 사과 재배면적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강원도는 5년 내 사과를 비롯한 5대 과수 재배면적을 2017년에 견줘 60% 이상 늘리겠다는 내용의 과수산업 청사진을 최근 발표했다.

강원 과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분명 플러스 요인이지만, 지구온난화에 대응한 국내 전체 과수산업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중장기 발전계획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농민신문DB


◆강원 사과 5년 내 2000㏊까지 확대=강원도는 최근 ‘강원 과수산업 발전 청사진’을 제시하며 향후 5년간 160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도가 역점 추진하는 ‘신농정’의 핵심산업으로 과수산업을 집중 육성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재배면적 확대다. 도는 4개 분야 31개 사업을 추진하되, 2022년까지 사과·배·포도·복숭아·단감 재배면적을 2017년 대비 60% 증가한 3400㏊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중점 육성품목은 사과다. 도는 2017년 기준 853㏊인 사과 재배면적을 2022년까지 2000㏊로 늘릴 방침이다. 실제로 강원도의 사과 재배면적은 2005년 144㏊에서 2010년 384㏊로 5년 만에 두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 이후에는 재배지역이 정선·양구·영월·평창 등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지난해 853㏊까지 급증했다. 올해는 930㏊를 넘어설 전망이다.

도는 재배지 확대와 함께 과수산업 기반조성도 중점 추진한다. 소비지향적 생산기반 확충을 위해 과실전문단지 조성(100㏊), 사과 명품과원 조성(550㏊), 과수 스마트팜 확산(40곳) 등 13개 사업에 116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산지유통센터(4곳), 과수 저온저장시설(340동), 과수전용 가공시설(2곳) 설치 및 학교 과일간식(연 5만5000명) 지원 등 산지유통·소비시스템 구축을 위한 7개 사업에도 340억원을 투자한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우리 지역 과일은 서늘한 고랭지 기후와 높은 일교차로 과육이 치밀하고 당도와 맛이 우수하다”며 “동계올림픽 이후 강원도가 역점을 둘 ‘신농정’의 대표산업으로 과수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민신문DB


◆국내 과일수급 이상 없나=강원지역에서 온난화에 대응한 과수산업 육성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기존 과수 주산지에서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사과는 아직까지 강원도의 재배면적 비중이 높지 않지만 계획대로 2022년에 2000㏊까지 늘어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상보다 빠른 재배지 북상으로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과잉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7년 사과 재배면적은 3만3600㏊로 전년 대비 1%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3만4100㏊까지 소폭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과농사를 짓는 이모씨(전북 장수)는 “최근 5년 새 사과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 값이 불안했다”며 “강원에서 사과 재배면적이 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빠르게 증가할지는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국내 과수산업에 적지 않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대로 상황을 방관하면 과일 수급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신선과일 전체 공급량은 2000년 273만7000t에서 2016년 336만7000t으로 23% 증가했다. 이중 국내산 과일 공급량은 9% 증가한 반면 과일 수입량은 132%로 더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신선과일 자급률은 2000년 89%에서 2016년 79%까지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과일 소비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국내 6대 과일 1인당 소비량은 2000년 47.7㎏에서 2016년 41.6㎏으로 감소했다.

임영아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별 각개전투식 과수산업 발전계획은 국내 전체 산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변화 추이를 정확히 분석하고, 종합적인 지역별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지구온난화에 대응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농업관련 연구기관들이 각 지역별로 세밀한 맞춤전략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홍기, 춘천=홍경진 기자 hgs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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