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체간 ‘밥그릇 싸움’에 농민은 ‘찬밥’…“설립 취지 되살려야”

입력 : 2018-01-12 00:00 수정 : 2018-03-02 14:10
8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공영도매시장 제도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희철 기자 photolee@nongmin.com

공영도매시장 제도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운영상 문제점 지적 봇물 시장도매인제 도입 놓고 “가격형성 기능 훼손” 반발 커

정가·수의매매, 장점 많지만 수입 농산물에 치우쳐 문제

상장예외거래 확대로 농가 대응력 약화 우려도

“정부, 이해당사자 목소리에 휘둘리지 말고 중심 잡아야”
 


“이쯤되면 공영도매시장에서 ‘공영’을 떼야 하는 것 아닌가.”

“출하농산물 수수료로 운영되는 공영도매시장이 농민들의 이익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유통주체나 관리공사간 주도권 싸움에만 매몰돼 있다.”

“수입 바나나나 수입 당근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이 출하농민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기에 허구한 날 으르렁대는가.”

8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농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설훈·박완주·이개호·위성곤 의원, 자유한국당 홍문표·이만희·이완영 의원, 국민의당 황주홍·정인화·김종회 의원이 공동 주최한 ‘공영도매시장 제도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공영도매시장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20여년 가까이 진행돼온 도매시장 거래제도의 개선과 관련한 논쟁은 한발짝도 진전되지 못했다. 과거 논쟁의 핵심이 시장도매인제 도입이었다면 요즘은 정가·수의매매 운영, 상장예외품목 지정, 대금정산 조직 운영 등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공영도매시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이해당사자의 목소리에 휘둘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공영도매시장과 관련된 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등의 제도가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설립·운영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통주체간 밥그릇 싸움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나 관리공사 등이 제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여전히 시설현대화사업 진행과 보조를 맞춰 경매제와 함께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유통환경에 맞춰 거래주체간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제도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민단체·생산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박신욱 경남대 교수는 “시장도매인제는 거래단계를 줄여 농민과 소비자에게 이익을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제도가 공정하게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면서 “거래제도의 다양성 측면에서 이를 배척해서는 안되겠지만 정부와 개설자가 임의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도매시장의 가격형성 기능을 흔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장문철 합천유통 대표는 “현재 강서시장에서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했지만 농가가 농산물 유통가격을 결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산받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고 주장했다.

김봉학 전북 익산원예농협 조합장은 “산지가 조직화·대형화되는 시점까지는 현 경매제의 문제점을 시장도매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가·수의매매 확대=구매자에게 가격과 물량을 제시하는 방식인 정가매매와 상대를 정하는 수의매매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변화가 높은 경매제도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정부는 도매시장법인 거래에서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12년 8.9%에서 2016년 20%로 상향 조정했으며, 이를 법인 평가에 연동시켜 실효성을 높이고자 했다.

문제는 정가·수의매매 확대가 국산 농산물의 가격변동성 완화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도매시장법인이 수입 과일과 같이 수급을 안정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영역에만 한정해 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자금력이 큰 중도매인이나 대형 출하처에 유리해 중도매인간 또는 산지 내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박신욱 교수는 “정부가 앞장서 정가·수의매매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가 이 부분을 도매시장 평가 주요 항목에 반영해 거래주체를 압박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예외품목 확대=상장예외품목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생산자나 소비자의 후생증대를 위해 예외적이며 일시적으로 운영돼야 할 상장예외 지정 품목이 과도하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말 기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상장품목은 52개인 반면, 상장예외품목은 116개에 달한다. 전체 물량의 9%, 금액으로는 13%에 해당하는 물량이 상장예외로 거래될 만큼 시장이 커졌다.

상장예외거래가 확대되면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먼저 상장예외품목을 거래하는 중도매인수와 거래물량의 증가로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고, 수의매매에 의한 가격결정으로 유통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세금탈루나 대금결제의 안전성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상장예외거래 확대로 중도매인들의 영향력이 커지면 농가의 시장대응력이 약화돼 공정성과 투명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장예외품목이 늘어나면 중도매인은 농안법에 규정돼 있는 시장도매인과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홍기·박현진 기자 hgs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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