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장 결산]김영란법 여파로 선물 수요 위축…소비자, 대과보다 중소과 선호

입력 : 2017-10-13 00:00
올 추석 과일류 판매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영향으로 선물세트 수요가 줄어 값이 떨어지고 판매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추석 대목장 결산]과일류

선물용 과일 수요 줄고 제철인 사과·배 출하 겹쳐

가격하락폭 예상보다 커 ‘신고’ 배 경락값 24% 하락

유통벤더, 고가의 특품보다 상·중품 찾아 가격상승 제한

5만원 이하 선물세트만 판매량 5%가량 늘어



추석을 앞두고 과수 재배농가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10월에 맞는 추석 명절이 최근 5년 내 처음이었던 데다 명절을 낀 10일 동안의 연휴가 과일 판매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좀처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게다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추석이라 그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여러가지 궁금증을 안고 맞은 2017년 추석. 선물용이나 제수용으로 소비가 가장 많은 사과·배를 중심으로 과일류 추석 대목장을 결산한다.


◆ 김영란법 후폭풍, 가격하향 고착화=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5월 김영란법 시행이 농축산물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쳐 사과 12.2%, 배 16% 수준의 가격하락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을 앞두고 농가와 시장 관계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바로 이 점이었다. 1월 설날과 같이 선물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제철을 맞은 사과·배 등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가격하락폭은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예상은 거의 들어맞았다. 탄저병 확산으로 상품 출하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사과가격은 한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했다. 배값은 두자릿수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이 분석한 전국 주요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추석 전 보름 동안의 <신고> 배 평균 경락가격은 1㎏당 1950원으로 2016년(2571원)보다 24%가량 낮았다. 지난해 1㎏당 3270원이던 <홍로> 사과가격은 3192원으로 2.4% 하락했다.

지난해 추석과 달리 복숭아·수박·포도 등 늦여름 농산물 출하가 대부분 마무리되고 사과·배 소비가 늘어 가격도 양호하게 형성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는 분석이다.

유통전문가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 수요가 위축돼 가격이 좀처럼 오름세를 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전통시장이나 대형 유통업체에 물량을 공급하는 유통벤더들이 선물용으로 고가의 특품보다 상·중품 정도의 품위를 더 선호하는 바람에 가격상승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올해 추석 전 15일 동안 거래된 <홍로> 사과 상품 5㎏들이 가격을 보면 최고가가 3만5000원을 넘긴 날은 9월29일과 30일 단 이틀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추석 전 같은 기간에는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최고가가 3만5000원을 넘었다. <신고> 배 역시 지난해는 7.5㎏들이 상품 한상자 최고가격이 2만5000원 이하에서 거래된 일수는 단 하루였지만, 올해는 하루를 빼고 모두 2만5000원 이하에서 낙찰됐다.

이재현 서울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사는 “김영란법 영향 때문인지 대과보다 중소과를 찾는 소비자가 유독 많았다”며 “대과값이 중소과보다 덜 나와 농가에 따라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판매량 위축 속 5만원 이하 선물세트만 선전=10월 추석의 시기적 특성상 전반적으로 과일류 판매는 부진했다. 한 대형 유통업체 분석 결과, 복숭아는 전년보다 50% 이상, 수박은 80%, 참외는 30%가량 매출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으로 국내 주요 3사 대형 유통업체 가운데 2곳은 과일류 성장률이 두자릿수, 1곳은 한자릿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반적인 과일류 매출 부진 속에 5만원 이하 선물세트 판매는 큰 성장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농협에 따르면 소매매장에서 판매된 5만원 이하 과일 선물세트는 지난해 추석에 비해 5%가량 판매량이 는 반면 5만원대 이상은 15% 가까이 줄었다.

고영직 농협유통 과일팀장은 “지난해 추석은 김영란법 발효 전이라 그나마 매출이 크게 줄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지난 설날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져 7만~10만원대 선물세트 수요가 큰 폭으로 줄고 5만원 이하 상품이 대부분 팔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추석 과일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추석보다 약간 늘었다”며 “전체 상품의 70~80%를 5만원 이하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상품 구색을 맞춘 전략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10일 동안의 긴 연휴는 과일 판매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예년의 경우 과일 선물세트 판매가 택배마감 2~3일 전에 몰렸던 반면 올해는 오히려 이 기간 동안 판매량이 더 떨어지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유통업계는 장기간 연휴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소비자들이 미리 선물을 구입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추석을 보름여 앞두고 진행된 특판기간 판매성적이 예년보다 좋아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때만 반짝했을 뿐 이후에는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고 아쉬워했다.

성홍기·김동욱·김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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