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의 작물관리법] 지하 찬공기 끌어올려 ‘10월 딸기’ 성공

입력 : 2021-05-03 00:00 수정 : 2021-05-0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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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우씨가 농장에서 잘 익은 딸기를 보여주고 있다.

명인의 작물관리법 ① 딸기농가 한민우씨

직접 개발한 펌프 ‘냉교반기’로 분화·생육 50일가량 앞당겨

정식 전 모종 뿌리 짧게 잘라 ‘직근’ 생성…크기·당도 향상

이동식베드로 재식공간 확대 생산량 증가·작업 효율 상승 

 

농산물에도 ‘명품’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명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인 정신을 발휘해 오랜 기간 공들여야만 자신만의 비법을 쌓을 수 있다.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내는 농민들을 ‘농업 명인’이라고 부른다. 농업 명인들의 영농비결을 살펴보는 <명인의 작물관리법>을 연재한다.


충남 아산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한민우씨(65)는 지역 내 대표적인 선도농가다. 8600㎡(약 26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설향>을 재배하는데, ‘10월 딸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조금이라도 높은 값을 받기 위해 아산지역 내 다른 딸기농가들보다 출하시기를 2개월이나 앞당긴 것이다.

조기 출하의 비결은 냉교반기다. 냉교반기는 일종의 공기펌프로서 지하의 찬 공기를 끌어와 시설하우스에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딸기는 저온·단일(短日)·저질소의 환경에서 분화를 시작하기 때문에 냉교반기로 이같은 환경을 조성하면 생육을 50일가량 앞당길 수 있다.

또 냉교반기는 15℃ 이하의 지하 공기를 단순히 끌어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전기세가 시판 중인 냉방기의 60∼70%에 불과하다.

한씨는 딸기 품질면에서도 다른 농가와 차별화하고 있다. 딸기 품질을 높이려면 모종 질이 우수해야 하는 만큼 모종을 아주심기(정식) 전에 단근 처리해 품질을 높인다. 딸기는 영양분을 뿌리에 보관하는데, 뿌리를 잘라내면 생존을 위해 영양분을 보관할 튼튼하고 굵은 뿌리인 ‘직근’을 만든다. 직근이 생기면 영양분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어 달고 큰 딸기를 수확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다른 농가보다 25∼30% 더 많다. 이는 그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이동식 거치대(베드) 덕분이다. 보통 시설하우스 내에 베드를 설치할 땐 작업 시 지나다닐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일정 간격을 띄워야 한다. 그러나 베드를 설치하면 ‘이동 통로 몫’으로 늘 비워둬야 하는 공간 없이 작업하는 곳만 통로를 확보해놓고, 나머지는 밀어놓으면 된다. 기존에 6줄만 들어가던 베드를 8줄까지 설치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씨는 이같은 비법을 통해 1년에 8∼9t의 고품질 딸기를 생산한다. 또 대부분의 물량은 농장에서 직판해 판로 확보의 어려움도 극복했다.

그의 영농비결은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다. 1973년 농사를 시작한 그는 딸기 이전에 오이·시금치 등 시설채소를 재배했다. 과시비로 생육장해를 입는 등 의욕이 넘치는 데 반해 농업 지식이 부족해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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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심기 전 모종 뿌리를 짧게 자른 후 생성된 직근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그때부터 전국 농업기술센터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키우는 작물과 관련한 강의를 ‘닥치는 대로’ 들었다. 이때 영농지식이 쌓일수록 작물의 생육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영농지식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2000년 딸기로 작목을 전환했을 때도 그는 편도 5시간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농협과 농기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이수했다. 이렇게 쌓인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할 수 있는 영농기술과 농자재를 연구·개발했다. 현재 그가 보유한 특허·실용신안 등록만 해도 5건에 이른다.

또 고생하며 배운 영농기술을 충남딸기연구회·한국딸기연구회 등에서 활동하며 동료 농민들과 나누고 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선정하는 5명의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배움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공부했다”며 “고군분투 끝에 얻은 지식을 동료 농민들과 공유할 때 그 가치가 배가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산=김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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