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본체·엔진 제조연도 각인, 車처럼 등록제 도입 시급

입력 : 2020-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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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제조연도를 유추할 수 있는 차대번호(위)를 차체에 각인하도록 법에 규정한 반면 농기계는 탈부착이 쉬운 형식표지판(아래)에 제조연월·제조번호 등을 명시토록 하고 있어 조작이 어렵지 않다. 사진=현대모비스 온라인스토어 캡처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 방치 안된다] (하)불법 막을 제도적 장치 ‘시급’

현행 금속·스티커 표지판 탈부착 쉬워 위·변조 가능

제조연도 의무 표시 기종 이앙기·콤바인 등 확대 필요

위반 땐 징역 등 처벌 강화도

 

농기계 제조연도 불법 조작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기계 본체나 엔진 등에 제조연도를 새겨 제조연도 조작을 엄두 낼 수 없도록 하고, 제조연도 불법 조작에 대한 처벌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제에 농기계 등록제를 도입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농기계에 제조연도 각인 ‘시급’=얀마농기코리아가 형식표지판 불법 교체로 농기계 제조연도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된 이후, 농기계 본체와 엔진 등에 제조연도나 제조연도를 알 수 있는 표시를 새겨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농업기계화촉진법’이 농기계 제조연월을 금속이나 스티커 재질의 형식표지판에 명시한 후 농기계에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형식표지판만 교체하면 제조연도 조작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정부 조사 결과 얀마농기코리아도 형식표지판을 불법 교체하는 방식으로 제조연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에는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농기계 제조연월 표시를 임의로 지우거나 알아보기 어렵게 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조연월을 농기계 본체와 엔진에 각각 각인하는 내용의 ‘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이에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타 산업(자동차·건설기계)의 경우 본체와 엔진에 각인하는 규정이 없어 농업분야에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를 들며 법안 개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개정안의 취지를 외면한 편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는 제조연월을 표시하지는 않지만, 제조연도를 알 수 있는 차대번호를 새기도록 법제화돼 있어서다.

‘자동차관리법’은 모델연도(제조연도) 등을 알 수 있는 차대번호를 차체에 새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엔진 특성과 제조연도를 유추할 수 있는 원동기 형식을 엔진에 각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재의 허술한 시스템을 유지하면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며 “자동차처럼 제조연도를 알 수 있는 표시를 농기계 본체나 엔진 등에 새기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무 표시 대상 확대하고 벌칙 강화해야=농기계 제조연도를 의무 표시하는 기종을 현행보다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농업기계화촉진법’이 농기계 정보를 담은 형식표지판을 농기계 본체와 엔진 각각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기종을 트랙터·동력운반차·로더·굴착기 등 4개 기종으로 한정하고 있어서다.

정작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농기계인 이앙기·콤바인·베일러 등은 법이 정한 형식표지판 의무 부착 대상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업시행지침에 따라 정부 융자 지원을 받기 위해 형식표지판을 붙이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보다 비싼 중대형 농기계에 제조연도를 알 수 있는 형식표지판조차 부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중대형 농기계도 법적인 의무 표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무 표시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법은 형식표지판 부착 규정을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는데 ‘자동차관리법’을 참고해 징역형을 신설하고 과태료도 벌금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동차관리법은 제조연도를 알 수 있는 차대번호 표기를 지우거나 알아보기 어렵게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농기계 등록제 도입 검토 필요=농기계 등록제가 도입돼야 제대로 된 농기계 제조연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조연도 등을 농기계에 각인하는 것은 현행 방식보다 한발 나아간 것이지만 농기계 등록제가 병행되지 않으면 제조연도 관리를 여전히 민간에만 맡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농기계 업계에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지나친 억측일 수 있지만, 농기계에 새긴 제조연월을 그라인더(연삭기)로 밀어버린 후 다시 새기면 제조연도를 쉽게 조작할 수 있다”며 “농기계가 처음 제조됐을 때 부여받은 제조번호를 업체뿐만 아니라 정부도 보유하고 있어야 이번처럼 의혹이 제기됐을 때 발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정기 단속도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자동차와 건설기계는 모두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제조연도를 알 수 있는 차대번호를 차체에 새기면서 등록제를 병행해 제조연도 조작을 원천 차단한다.

건설기계는 등록할 때 제조연도를 유추할 수 있는 차대일련번호를 기재하도록 돼 있고, 등록 이후 부여받은 등록번호를 기종마다 법이 정한 위치에 새기도록 하고 있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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