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제조연도 조작, 빙산의 일각?…전수조사 시급

입력 : 2020-11-16 00:00 수정 : 2020-11-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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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업체의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거세다. 탈부착이 쉬운 금속(사진)이나 스티커로 된 형식표지판에 농기계 제조연도(붉은 상자 안)가 표시돼 조작이 용이하다.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 방치 안된다] (상)빙산의 일각?…전수조사 시급 

‘업계 관행’ 소문 무성…시장질서 해치고 정부사업 불신 낳아

정부 합동조사단 청문회 실시

다른 업체들, 구두 확인 그쳐 전수조사 사례는 한번도 없어

농민에겐 직접적 손실 안기고 농기계 지원사업 근간 흔들어

드러나지 않은 사건 많을 수도 사후검정 실시요령 적극 해석

업계 전반 조사·강력 제재를

 

농기계업체의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은 그동안 국내 농기계시장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조연도 조작 여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고, 제조연도 조작업체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엉성하기 그지없는 게 현주소다.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관련 법령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얀마농기코리아가 농기계 제조연도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이후, 농기계업계의 제조연도 조작 관행이 아주 일부만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 사실은 본지 보도(8월3일자 19면)를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본지는 당시 유명 농기계업체가 제조연도 조작을 지시한 의혹이 있다고 자세히 보도했다.

정부는 그 직후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제조연도 조작 지시 의혹을 폭로한 대리점주에 대한 현장조사와 얀마농기코리아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진행했다.

얀마농기코리아는 정부합동조사단의 청문회에서 제조연도 조작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지역 농기계대리점과 영업사원간의 비리일 뿐 본사 차원의 지시나 개입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제조연도 조작이 업계의 관행이란 소문이 무성했음에도 다른 농기계업체에 대한 전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합동조사단은 일부 농기계업체 관계자를 불러 구두로 제조연도 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조사를 끝냈다. 현장조사나 서류확인 등은 없었다.

조사단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얀마농기코리아는 지역 대리점주가 제조연도 조작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조사에 착수할 수 있었지만, 다른 농기계업체는 구체적인 물증을 바탕으로 의혹이 제기된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세부적인 조사에 나서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이 처음으로 확인된 초유의 사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뒤늦게라도 모든 농기계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농기계업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제조연도 조작 여부 전수조사는 아직까지 단 한건도 없는 실정이다.

농기계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이번에 정부의 조사로 밝혀진 사례가 제조연도를 조작한 유일한 건이라고 믿는 업계 관계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제조연도 조작이라는 관행이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다른 농기계업체를 대상으로도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농촌진흥청 고시인 ‘농업기계 사후검정 실시요령’을 소극적으로 해석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실시요령은 농기계 사후검정 대상을 ▲농기계 안전사고 또는 품질결함에 대해 언론보도 등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가 된 경우 ▲농기계 품질결함에 대한 정보 수집 및 분석 결과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 밖에 농진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 크게 3가지로 정한다.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현행 규정을 근거로 다른 농기계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농기계 제조연도 조작은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농기계 지원사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업체들이 제조연도를 조작하면 값싼 구형 농기계를 신형 농기계인 줄 알고 비싼 값에 구매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사업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정부의 여러 농기계 지원사업 중 핵심인 ‘농업기계 구입지원사업’은 농기계의 실판매가격이 중요한 사업이다. 농민들이 농기계를 새로 구입할 때 농기계 모델별로 정해진 융자지원 한도액 내에서 실판매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을 저리로 융자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구형 농기계가 신형으로 둔갑해 실판매가격이 높아지면 정부의 융자지원액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 농업기계 구입지원사업에 든 융자예산 규모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7100억원에 달한다.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는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조사와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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