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캠핑] 불편해도 포기 못해, 난 매주 배낭을 싼다

입력 : 2022-09-26 00:00

텐트 치고 짐 푸는 데만 두세시간 훌쩍

소품으로 감성 더해 나만의 아지트 완성

풀벌레·시냇물 소리 들으며 ‘유유자적’

쌀쌀한 밤에는 화로 모닥불 보며 ‘불멍’

옆 텐트 캠퍼는 자연이 맺어준 새 친구

“서로의 여유 존중하며 에티켓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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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캠핑 마니아 장은영씨가 강원 원주 ‘그린애캠핑장’에서 각종 캠핑 장비를 설치한 후 책을 보며 휴식하고 있다. 원주=현진 기자

가을은 캠핑(야영)하기 좋은 계절이다. 바람이 선선해 덥지 않고 밤엔 적당히 쌀쌀해 모닥불을 피우기 좋다. 무더위가 지나가고 바스락바스락 낙엽 소리가 들릴 때쯤 캠핑 마니아들은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장은영씨(51·경기 성남)도 그중 한 사람이다. 10여년째 한해도 거르지 않고 캠핑을 떠나는 장씨를 따라가 1박2일 캠핑의 낭만을 느껴봤다.


캠핑 마니아 장씨와 함께 간 곳은 강원 원주 ‘그린애캠핑장’이다. 이곳은 약 3만3000㎡(1만평) 규모로 한번에 최대 120개팀(팀당 3인 기준)까지 텐트를 칠 수 있다. 캠핑장 주변은 드넓은 침엽수 군락지로 이뤄져 있고, 근처에선 섬강 물줄기를 타고 기암절벽 봉우리가 보인다. 텐트 밖 산뷰(View)·강뷰·논밭뷰를 취향껏 골라 자리 잡으면 된다.

“눈 속에서 라면 드셔 보셨나요?” 장씨가 캠핑에 빠진 건 2011년 한겨울. ‘인생 라면’을 끓여주겠다는 친구를 따라 캠핑을 갔을 때였다.

“추운 날 텐트를 치고 정신없이 라면을 입에 집어넣다가 문득 고개를 들자 사방에 설경이 펼쳐져 있었어요. 숨 막힐 듯한 경치에 ‘나도 캠퍼가 돼야겠다’ 결심했죠. 그때부터 국내는 물론 외국 오지까지 가며 텐트를 안 쳐본 곳이 없어요.”


●볕 가려줄 타프와 몸 누일 텐트부터 ‘뚝딱뚝딱’

수풀이 우거진 명당에 자리를 잡고 장씨의 조언에 따라 가져온 짐을 풀었다. 텐트·타프(차양막)·테이블·의자·화로 등등 숲속에서 쌀쌀한 하룻밤을 나려면 필요한 준비물이 많다.

장씨는 텐트를 치기 전 타프 자리부터 물색했다. 타프를 치는 건 선택이지만 타프가 있으면 자외선과 비를 막아주고 텐트 칠 구역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잘 치려면 해가 지는 방향을 보고 그늘이 생길 것을 계산해야 한다. 먼저 가장자리 구멍에 스트링(끈)을 묶어주고, 망치로 팩(쇠말뚝)을 땅에 박은 다음 이를 연결해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그다음 폴대를 천에 꽂아 땅에 지지한 채 들어 올려 큰 지붕을 만들면 끝이다.

텐트 치는 방법도 타프 설치와 흡사하다. 다만 텐트는 바닥에 먼저 방수포를 깔아야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을 수 있다. 텐트는 크기·소재·모양에 따라 종류가 무궁무진한데 최근엔 혼자 캠핑하는 ‘솔캠(솔로 캠핑)’이 유행이라 침낭 하나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작은 텐트가 인기다. 장씨는 “초보자는 30만원대(1인용) 텐트로 시작하면 좋다”고 추천했다. 가족이 많다면 그에 맞게 장비를 준비하면 된다.

텐트를 쳤으면 약간 떨어진 거리에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테이블·의자를 배치하면 된다. 화로는 안전하게 타프 밖에 설치했다. 이 모든 과정은 2∼3시간 소요됐다.

“캠핑에선 인테리어도 중요합니다. 크고 작은 랜턴으로 조명을 켜 분위기를 내고, 뜨개질로 만든 담요를 멋스럽게 의자에 걸쳐놓으면 그럴싸한 아지트가 만들어지죠.”


●자연의 품에서 달콤한 휴식…하고 싶은 거 다 해~

캠핑은 ‘고진감래(苦盡甘來)’다. 구슬땀을 흘리며 텐트를 설치했다면 남은 건 달콤한 휴식이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나르느라 후들거리는 몸을 이끌고 의자에 털썩 앉아본다. 눈을 지그시 감자 들리지 않았던 풀벌레 소리가 시냇물 흐르는 소리에 맞춰 들려온다.

“캠핑은 치열하게 살던 일상에서 멀리 벗어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어떤 것도 급하게 할 필요가 없죠.”

평소 즐기던 취미 소품을 들고 와도 좋다. 요리, 커피 마시기, 사진 찍기 등 할 게 무궁무진하다. 냄비·프라이팬을 종류별로 갖춰 스테이크·훠궈(샤부샤부)·해물찜을 해 먹을 수 있고, 캠핑용 커피 드리퍼로 커피를 내려 짙은 원두 향을 음미하는 이들도 많다.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불멍’이다. 어둑어둑 해가 지면 작은 화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운다.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거린다. 이날은 장씨를 비롯해 주변 캠퍼들이 모닥불 근처로 모였다. “캠핑의 기본자세는 배려예요. 나도 여유를 누리러온 만큼 옆 사람의 여유도 방해해선 안되죠. 이따금 낯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기회도 생겨요.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도 있죠.”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주변 사람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후 10∼11시가 되면 잘 준비를 해야 한다. 숲속에선 작은 소리도 크게 들려서 취침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사히 하룻밤을 보냈다면 머무른 자리는 잘 정리해야 한다. 캠핑용품은 제대로 정리·관리하지 않으면 녹슬거나 곰팡이가 생겨 망가지기 일쑤다. 특히 텐트는 결로가 생기기 쉬워 20∼30분 문을 열어 말려줘야 한다.

“캠핑은 불편한 취미예요. 정리도 힘들고, 벌레도 많죠. 하지만 힘든 과정 끝에 찾아오는 꿀 같은 휴식,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풍경 때문에 어김없이 다음 주말 캠핑을 준비하게 돼요. 많은 사람이 캠핑의 매력을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원주=서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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