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섬여행-인천] ‘삼둥이섬’ 두바퀴로 천천히 … 풍경이 흐른다

입력 : 2021-04-26 00:00 수정 : 2021-04-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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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와 시도를 잇는 연도교 근처의 해안도로에서 한 관광객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인천 옹진 ‘신·시·모도’ 나들이

삼목선착장서 배 타고 10분 거리 자전거는 신도 입구서 대여 가능

다리로 연결돼 왕복 2~3시간 오르막길 많아 전동바이크도 추천

벚꽃비 내린 길따라 페달 밟으며 힐링 넓게 펼쳐진 갯벌과 하늘 맞닿아 장관

식감 쫄깃한 소라덮밥 꼭 맛봐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섬 여행이 인기다. 섬 여행은 육지 여행과 또 다른 멋이 있다. 해안을 따라 바다와 섬이 만든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고, 호젓해서 사람 걱정을 잠시 내려놔도 된다. 느긋하게 걷는 여행도 좋지만 섬을 즐기는 데는 자전거만 한 게 없다. 자전거를 타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섬 한바퀴를 돌고 나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게 느껴질 테다. 따뜻한 봄날, 자전거 여행의 천국인 인천 옹진 신도·시도·모도로 떠났다.


‘신시모도’는 신도·시도·모도 삼둥이 섬을 한번에 부르는 말이다. 섬은 신도·시도·모도 순으로 큰데 세곳을 모두 합쳐도 동서 길이가 6.3㎞, 면적이 10.19㎢밖에 안돼 자전거로 2∼3시간이면 섬 곳곳을 돌 수 있다. 인천 중구 삼목선착장에서 한시간에 한번 오는 배를 타면 10분 만에 신도에 닿는데, 다른 섬들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신도 선착장엔 자전거 대여소가 세곳이나 있다. 자전거도로는 따로 없지만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차도를 따라가면 된다. 2017년 신도에 귀촌한 박상대 자전거렌털카페 ‘안녕바다’ 대표는 “평일엔 자전거 동호회에서, 주말엔 연인·가족 단위 고객이 주로 찾는다”며 “오르막길이 많은 섬이라 자전거를 탈 때는 이 점을 고려해야 하고, 자신이 없다면 전동바이크를 타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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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의 배미꾸미조각공원에선 이일호 조각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페달을 밟으니 자전거가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힘차게 전진한다. 아차, 자전거 자물쇠를 놓고 와서 황급히 대여점으로 돌아갔더니 여기선 자물쇠가 필요 없단다. 예로부터 이 섬은 주민들이 인심이 좋고 신의 있기로 유명해 ‘믿을 신(信)’을 써서 ‘신도(信島)’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자전거를 타고 길을 따라가면 구봉산 등산로 입구까지 금방이다. 등산로 입구부터 시도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벚나무가 심겨 있어 봄에 장관을 이룬다. 벚꽃은 대부분 졌지만, 미처 꽃잎을 못 떨군 벚나무에서 꽃비가 내린다. 벚꽃비를 한참 맞다보면 신도와 시도를 이은 연도교가 나타난다. 신시모도로 혼자 여행 온 김미진씨(36)는 “8년 전 이곳에서 예쁜 벚꽃길을 본 추억이 생각나 섬을 찾았는데 꽃이 졌어도 여전히 한적하고 좋다”며 “특히 연도교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갯벌과 하늘,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마침 썰물 때라 연도교 밑으로 거대한 갯벌이 펼쳐진다. 깊은 골이 팬 갯벌은 마치 검은 사막 같다. 갯벌 한가운데서 망둥어를 낚는 어부마저 여유롭기만 하다.

시도는 신도보다 크기가 작지만, 신도와 모도를 잇는 섬이라 우체국이나 파출소 같은 주요 시설이 몰려 있다. 이곳의 특산품은 천일염이다. 지금은 고령화로 염전의 규모가 줄었지만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때를 잘 맞춰 가면 하늘이 염전을 거울 삼아 비친다. 염전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수기해수욕장에 이른다. 수기해수욕장엔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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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때 펼쳐진 갯벌이 장관이다.고령화로 규모가 줄었지만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시도 염전.

자전거를 끌고 섬의 언덕을 오르내리다보면 허기가 진다. 이곳에서 한가지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면 소라덮밥이다. 맛집이라고 할 만한 곳이 많지는 않지만 소라덮밥은 신시모도 어디서든 맛볼 수 있다. 이 일대 깨끗한 바다에서 자란 소라는 살이 쫄깃하고 탱글탱글해 맛이 좋다. 소라찜과 물회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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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모도의 대표 먹거리 소라덮밥.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면 힘을 내 모도까지 가보자. 모도는 ‘띠섬’이라는 뜻인데, 어부가 그물을 던졌더니 고기는커녕 풀(띠)만 건져 올렸다는 섬이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이름과 달리 모도의 끝자락엔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다. 이곳은 이일호 조각가의 개인 작업실이자 카페다. 마당엔 70∼80여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성(性)’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배미꾸미해변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실 수도 있다.

잠시 자전거를 곁에 세워두고 해변을 바라본다. 바다가 반짝거려 눈이 부시다. 동길산 시인의 ‘윤슬’이라는 시엔 ‘바다가 반짝이는 건 해와 바다 사이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 이 섬에 있는 건 오로지 바다와 나. 왁자지껄한 관광객도, 편의를 돕는 관광시설도 드문 소박한 삼둥이 섬이 마음에 닿는 이유다. 차를 실을 수 있는 카페리가 있어 자동차로도 섬을 일주할 수 있지만, 신시모도는 자전거 여행을 추천한다. 오랜만에 나의 동력으로 섬 이곳저곳 발길을 옮기다보면 남들이 못 보는 새로운 풍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인천=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사진=김도웅 기자, 옹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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