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섬여행-신안] 일렁이는 꽃물결 ~ 넘실대는 쪽빛바다

입력 : 2021-04-26 00:00 수정 : 2021-04-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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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 박지도와 안좌도를 연결하는 퍼플교. 박지도로 향하는 다리 들머리에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봄꽃 가득 … 전남 신안 섬 나들이

압해도 명소 ‘천사섬 분재공원’ 형형색색 팬지·프리뮬러 활짝 

동백나무·파마머리 어우러진 암태도 삼거리 ‘부부벽화’ 눈길

명화 같은 팔금도 유채꽃밭

보랏빛 향연 박지도·반월도 튤립공원 임자도 풍광 황홀   

 

섬만큼 봄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 있을까. 하늘과 바다가 그어놓은 수평선 위에 만개한 봄꽃을 살포시 올려놓기라도 하면 한폭의 유화가 따로 없다. 육지보다 사람들이 덜 붐벼 차분하게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도 그만이다.

섬에 가려면 몇시간씩 배를 타야 한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전남 신안은 최근 천사대교·증도대교가 잇따라 개통되며 차로도 이 섬, 저 섬을 옮겨다니며 구경할 수 있게 됐다. 담장에 그려진 동백꽃 벽화,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 온통 보라색으로 치장한 마을이 있는 신안은 봄의 갖가지 색을 간직한 ‘보물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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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도 기동삼거리 주택 담장에 그려진 벽화. 이곳에 사는 문병일·손석심 부부의 얼굴과 담장 뒤 동백꽃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전남 신안은 그 자체로 거대한 식물원이다. 군이 사계절 내내 꽃이 피는 섬으로 만들고 있어서다. 봄에는 수선화·튤립·유채, 여름엔 라벤더·수국·원추리, 가을엔 맨드라미·아스타, 겨울엔 애기동백이 피어난다.

올봄은 유난히 꽃이 피고 지는 시기가 빨라 선도의 수선화는 가장 예쁜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신안 남부권역인 암태도·팔금도·안좌도로 방향을 틀었다. 팔금도에 232만㎡(약 70만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채꽃 단지가 있어서다.

압해대교는 목포와 신안 압해도를 잇는 섬 여행의 첫 관문이다. 다리를 지나면서 해외여행 가기 전 수속 절차를 밟을 때의 묘한 설렘이 생겼다. 비행기 대신 차를 타서 그렇지, 바다 밖은 바다 밖 아닌가.

여행길 조언을 구하고자 압해도에 있는 신안군청부터 방문했더니 ‘천사섬 분재공원’을 꼭 들르라고 추천했다. 그래서 분재공원을 먼저 찾았는데 잘 왔다 싶다. 압해도 송공산 남쪽 기슭 13만2231㎡(약 4만평) 부지에 세워진 공원에는 마치 누군가가 여러 색의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 형형색색의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공원 입구부터 길게 이어진 산책로에는 수선화·튤립이 농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키 작은 프리뮬러가 수줍은 듯 나머지 자리를 메웠다. 공원의 중심인 초화원에선 팬지가 바람에 날리며 군무를 추는데, 멀리 바다의 물결처럼 보였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를 건너고 있노라니 바다 위에 붕 떠 있는 기분이다. 10㎞가량 되는 다리를 차로 건너는 데만도 10분이 훌쩍 넘어간다. 소금기 가득한 바람, 에메랄드 빛 바다, 옹기종이 모인 어선, 반듯하게 도열한 김 양식장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이방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천사대교는 단지 두섬만을 잇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섬끼리 다리로 연결된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 4개 섬을 육지와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모든 섬을 배가 아닌 차로 이동할 수 있다니 격세지감이다.

암태도 기동삼거리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자은도, 왼쪽으로 가면 팔금도다. 삼거리에서는 과장된 크기의 벽화가 눈길을 끈다. 집주인인 문병일(79)·손석심씨(〃) 부부의 얼굴이 담장에 등장하는데, 바로 뒤에 동백나무가 있어 미용실에서 갓 파마하고 나온 것 같다. 동백꽃보다 더 화사한 미소를 짓는 벽화 속 주인공은 ‘언제나 봄이요, 날마다 청춘’일 것이다.

중앙대교를 지나면 팔금도에 다다른다. 4월의 팔금도는 그야말로 노란색의 향연이다. 논밭 곳곳에 심긴 유채꽃이 가도가도 끝이 없다. 일찍이 노란색을 사랑했던 네덜란드의 화가 반 고흐가 이곳을 찾았더라면 유채를 주제로 한 명화를 남겼으리라.

팔금도에서 다리를 건너 안좌도를 가로지르면 보라색으로 유명한 ‘퍼플섬’ 박지도·반월도가 나온다. 섬으로 연결된 ‘퍼플교’라 불리는 다리는 물론이고 마을 지붕, 동네 고샅까지 온통 보라색이다. 이뿐이 아니다. 보라색 옷을 입으면 입장료 3000원을 면제해준다고 하니 관광객마저 보랏빛이다. 몽환적인 보라색이 현실과 이상세계의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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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 ‘신안튤립공원’ 전경.

마지막으로 신안튤립공원이 있는 임자도를 찾았다. 위도상 신안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섬이라 남부권역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무안군 해제면에서 지도·해제간 연륙교→지도→임자대교를 차례로 따라가다보면 임자도에 당도한다. 신안튤립공원에는 12만㎡(3만6300평)에 20여종의 튤립이 식재돼 있다. 대광해변을 따라 피어난 300만송이의 튤립과 공원 중앙의 풍차 때문인지 ‘한국 속 작은 네덜란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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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금도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유채재배단지. 232만㎡(약 70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꽃밭을 보려는 상춘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봄을 맞이한 섬은 결코 외롭지 않다. 섬을 찾는 이들도 마찬가질 게다. 겨울을 견뎌낸 꽃들이 천지를 희망의 색으로 물들이고, 지칠 줄 모르는 쪽빛 파도 소리가 삶을 다시금 이어가게 해주니 말이다.

신안=이문수 기자 leemoonsoo@nongmin.com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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