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해안 맘속 위안, 충남 태안해변길

입력 : 2020-07-31 00:00
만조에 가까워지고 있는 어은돌해수욕장. 축축이 젖은 모래밭으로 밀물이 들고 있다.

[村스러운 걷기 여행] 충남 태안해변길 3코스 파도길

만리포해수욕장·모항항 거쳐

수풀 무성히 자란 오솔길 걸어 어은돌·파도리 해수욕장 도착

거센 장맛비에 한여름 더위 싹 뜨끈한 우럭젓국에 여독도 싹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는 나날. 여름 바다는 외려 이때 가봄 직하다. 쨍한 햇볕 아래 푸른 바다, 여름철 공식 같은 그 풍경은 없다. 다만 하늘을 메운 구름 덕에 한층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을 안고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가 있다. 충남 태안해변길 3코스 파도길은 그 바다를 밟고 거니는 길이다. 해변을 지나 해변을 걷고, 얼마간 숲길을 지나 다시 해변에 닿는다.



비 내리는 만리포해수욕장. 간조를 막 넘긴 시간의 이곳엔 고운 모래가 축축이 젖어 있다. 썰물에 드러난 너른 모래밭이 추적추적 비를 맞고 있다. 우산을 두고 비옷을 입고 광활한 사장 위를 사박사박 걷는다. 그저 부슬비라면 우산도 괜찮을 터. 그러나 장마철엔 아예 비옷 차림인 게 걷는 맘이 편하다. 평소라면 인파로 가득했겠지만 이날 해변엔 갈매기들이 거닌다. 널찍한 자리가 모두 저들 것인 양 걷는 이 옆으로 띄엄띄엄 다닌다.

우비 위로 투둑투둑, 머리로 바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직은 낯선 길의 초반부. 희뿌연 운무로 아스라한 풍경의 수평선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해변을 뒤로하고 걷는 포장도로에선 바닥에 튀는 빗소리가 한층 더 커진다. 그 소리에 젖어들어 터벅터벅 걷는다. 이윽고 소박한 크기의 모항항에 닿는다. 횟집·슈퍼 등이 자리한 이곳. 다만 비 오는 날엔 대부분 불이 꺼져 있다. 그래도 일부 슈퍼 안쪽엔 주인네가 있다. 음료수 한잔 정도는 사들고 마시며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장소다.

 

태안해변길 3코스 파도길에선 해변과 해변 사이 조붓한 숲길을 걷는다.


모항항을 지나 나오는 구간은 태안해변길 3코스에서 가장 긴 숲길이다. 소나무 등 수풀이 무성히 자란 곳 사이로 조붓하게 자리한 오솔길을 걷는다. 나무가 우거졌지만 하늘은 뻥 뚫려 있다. 양옆의 수풀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걷는 이에게도 하염없이 쏟아진다. 솔잎이 쌓인 흙길 위로 군데군데 웅덩이가 파였다. 잠깐은 그 웅덩이를 피해서 걸어본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들고 자박자박 발길을 내딛는다.

어은돌해수욕장과 파도리해수욕장에선 점점 거세지는 파도를 맞이한다. 어느덧 시간이 만조에 다다라 밀려났던 바닷물이 들이치는 까닭이다. 수평선 인근의 바다 풍경이 모래밭 끝자락까지 길게 내려왔다. 하얀 포말을 몰고 오는 파도를 찰바닥찰바닥 밟으며 걷는다. 쏴 밀려왔다 도르르 빠지는 물결, 수면 위를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투두둑투두둑 지천에 가득하다. 온몸으로 마주한 거센 장맛비에 한여름 더위는 자취를 감춘다.

이처럼 비를 맞으며 거니는 바다는 실상 여름이 아니면 경험하기 어렵다. 두발에 스치는 빗물과 파도가 여름임에도 퍽 서늘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의 식당에선 충남 태안지역의 향토음식인 우럭젓국을 맛볼 수 있다.


여정을 끝내고 되돌아간 만리포. 만약 이곳에서 여독을 푼다면 뜨끈한 국물의 우럭젓국 한그릇을 권한다. 충남 태안·서산 등지의 향토음식인 우럭젓국은 얇게 저며 말린 우럭포를 사철 꺼내어 먹는 음식이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우럭포·액젓·무 등을 넣고 푹 끓여 상에 올린다. 으슬으슬 장마 진 여름철 태안에서 맛보면 좋을 별미다.

태안=이현진, 사진=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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