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감동벼룻길, 흐르는 강물처럼 초연한 마음으로…

입력 : 2020-05-22 00:00 수정 : 2020-05-22 23:58

유독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가 있다. 너무 광활하지 않은 트인 경치에, 결코 갑갑하지 않은 아늑한 자리들. 전북 진안의 감동벼룻길은 그런 풍경을 걷는 길이다. 널따랗게 흐르는 금강을 따라 그 주변의 높고 낮은 구릉 사이를 걷는다. 감나무가 많은 용담면 감동마을까지 이어지는 강가의 벼랑길이란 뜻에서 감동벼룻길이라고 부른다. 진안군을 한바퀴 도는 15개 진안고원길 가운데 11-1구간으로 이름 붙여진 곳이기도 하다.
 

[村스러운 걷기 여행] 전북 진안 감동벼룻길

감동마을까지 이어지는 강가 벼랑길

굽이치는 산세·흐르는 물결 따라 걸어

캠핑장으로 유명한 용담섬바위서 휴식

초록빛 물든 초여름 풍경에 마음 평온
 

갈대가 살랑이는 금강 기슭.

 


산과 산에 둘러싸인 금강 기슭을 따라

길이 시작되는 용담체련공원엔 연녹색 잔디가 펼쳐져 있다. 진안군 북동쪽의 용담면 주민들이 이용하는 이곳은 도시 체육시설 부럽지 않게 깔끔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덕분에 시작하는 걸음이 산뜻하다. 너른 공원을 뒤로하고 나선 길. 걷는 이의 뒤로는 진안군의 용강산·봉화산이, 앞으로는 무주군의 지장산·지소산이 두르고 섰다. 파란 하늘 아래 산새의 지저귐이 이곳저곳에서 성기게 들려온다.

금강을 가로지르는 신용담교에 오르면 조금 다른 두 풍경을 양옆으로 마주한다. 용담댐이 보이는 오른편 강물은 그 너머 있을 호수처럼 퍽 여유로이 흐르고, 무주군 방면의 왼편 강물은 자못 큰 소리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물결친다. 감동벼룻길이 이어지는 쪽은 하얗게 핀 갈대의 섬들이 수면 곳곳을 차지한 왼편의 강기슭이다. 그 길로 내려서기 전에 다시 오른편을 바라본다.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윤슬이 잔잔한 수면 위로 살랑살랑 흘러간다.

다리를 건너 아래로 들어서면 돌멩이가 발길에 채는, 꾸밈 없는 흙길을 걷는다. 강바닥의 돌덩이가 고스란히 비치는 맑은 물길을 왼편에, 연한 초록의 단풍나무가 싱그러운 풀숲을 오른편에 두고 걷는다. 한아름 굵기의 커다란 나무들이 걷는 이의 머리 위로 그늘을 드리운다. 산산한 바람에 일제히 나부끼는 무성한 잎새들이 내는 목소리. ‘솨~’ 하는 그 작은 소란에 초여름 길목의 녹음이 묻어난다.
 

탁 트인 경치를 감상하며 걷는 감동벼룻길.



걸음을 멈추고 잠시 가만히

“폴대는 있고…. 망치, 망치는 안 가져왔어? 아, 여기 있다 찾았다 오빠.”

왼편의 강물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덧 넓은 대지를 만난다. 하얀 갈대밭이 사라진 수면 위로 커다랗게 우뚝 선 거친 바위섬. 이 용담섬바위가 자리한 강가는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진 캠핑 부지다. 딱 봐도 캠핑은 처음인 듯한 연인들이 주차한 차 옆으로 텐트를 치고 있다. 이밖에도 대여섯대의 차량이 들어서 있다. 한 가족은 아예 작은 버스 크기의 캠핑카를 가져와 차양을 쳐놓고 바비큐 불을 피운다. 또 어떤 이는 직접 카약을 가져와 섬바위 주변을 한가로이 유영한다.

 

용담섬바위 캠핑장.


이곳 용담섬바위 캠핑장은 지난해 인기를 끈 TV 프로그램 <캠핑클럽>에 나왔던 곳이기도 하다. 얼마간의 너른 대지에, 대지와 거의 평탄하게 이어져 시야가 단절되지 않는 강물이 흐른다. 그 주변을 폭 감싸고 두른 산들. 몽글몽글한 모양의 초록 나무들이 보드랍게 산면을 채웠다. 창쾌하고 호젓한 가운데 포근하면서 안온하다. 여기선 꼭 하나하나 둘러보지 않아도 된다. 이런 풍경에 속한 것만으로 족해 눈을 감아도 그저 편하다. 캠핑으로 온 게 아닐지라도 돗자리 하나만 있으면 된다. 나무 그늘에 자리를 펴고 걷는 대신 잠시 머물러본다.

텐트를 치던 젊은 연인들은 1시간째 계속 텐트와 씨름 중이다. 살짝 높아진 언성을 뒤로하고 다시 걸음을 앞으로 옮긴다. 강물에 바짝 붙은 조붓한 숲길, 팔할이 그늘인 습한 길에서 풀 내음이 훅 하고 콧속으로 스민다. 고사리류로 보이는 양치식물이 길 양옆에 우거져 눈길을 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강기슭을 따라 까만 물잠자리가 어지러이 분주하다.

이윽고 산자락이 강 쪽으로 툭 불거진 벼룻길. 우거진 수풀에 가렸던 금강이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다. 모두 멈춘 가운데 저 혼자 흐르는 강물. 그 물결을 따라 시선이 흐른다. 가만히 그저 바라보고 서 있는다. 다시 걸음을 옮기는 길. 하얀 꽃을 피운 미나리냉이가 걷는 이의 양옆에서 산들거린다.



진안=이현진, 사진=김덕영 기자 abc@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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