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걷기] 봄이 그린 ‘숲채화’

입력 : 2020-05-04 00:00 수정 : 2020-05-05 23:5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소 잠잠해지자 정부가 자연휴양림 43곳 등을 개방키로 했다.
지친 몸과 마음에 잠깐의 여유를 선사할 겸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신록이 한창인 숲으로 가보자. 잠시 마스크를 벗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푸른 신록이 돋아난 충남 보령 오서산자연휴양림.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가 머리를 맑게 해준다.

숲해설가와 함께한 충남 보령 오서산자연휴양림 걷기

층층나무·신갈나무·낙엽송 모두 연둣빛 물기 머금은 신록 피워내

지난겨울 다람쥐가 땅에 묻었다 깜빡한 열매에선 벚나무 자라나

곤줄박이·박새 등 번식철 맞아 분주 북방산개구리 올챙이도 쑥쑥 성장 중

분홍빛 철쭉과 흰 꽃 핀 돌배나무 뒤늦게 찾은 상춘객 다정히 맞아줘
 

 

면벽수행이 지겹긴 하나 아직은 바깥공기 쐬기 조심스러운 때다. 멀리 가지 말고 근처 숲을 찾아 신록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꽃잔치 한창이더니 이젠 연둣빛 어린 잎사귀들이 눈을 아리게 한다. 싱그러운 연둣빛 세상을 찾아 충남 보령 오서산자연휴양림으로 떠났다. 국립자연휴양림 중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나무숲이 있는 곳이다.

대숲에 들어서자 봄의 새잎이 진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 시원한 공기를 들이켜니 찬물로 씻어낸 듯 코가 상쾌하다.

“나무마다 뿜는 피톤치드 냄새가 달라요. 대나무 피톤치드는 냄새는 없는데 특유의 시원한 촉감이 있죠. 이맘때 지리산 종주를 가면 구릿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그건 구상나무 피톤치드 냄새예요.”

 

임양빈 숲해설가


오서산자연휴양림에서 관광객에게 숲의 생태와 역사 등을 설명해주는 임양빈 숲해설가의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왕이면 숲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숲해설가를 따라나선 터였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하늘도 나무도 물기를 머금은 수채화 같다. ‘숲속의 폭군’이라고 불린다는 층층나무이지만 잎 색깔은 여린 연둣빛으로 사랑스럽기 이를 데 없다. 층층나무가 폭군으로 불리는 이유는 다른 식물뿐만 아니라 제 자식도 제 영역 안에선 못살게 구는 타감작용을 해서다. 층을 쌓듯 쑥쑥 자라고 가지를 넓게 펼친단다. 신갈나무도 계절마다 잎을 바꿔 다는 일본잎갈나무, 즉 낙엽송도 연두색 옷을 입었다.

이 계절의 나뭇잎은 색깔만 보드라운 것이 아니다. 비목나무 이파리 하나를 따 꼬집어보니 향긋한 냄새에 촉감도 연하고 보드랍기 그지없다.

머리 위 신록에서 눈을 돌리니 땅에도 어느새 찾아온 신록이 눈에 띈다. 웬일인지 벚나무 잎이 옹기종기 뭉쳐서 싹을 틔웠다.

“다람쥐가 지난겨울에 벚나무 열매를 묻어놓고 깜빡한 모양이네요.” 임 해설사가 설명해준다. 숲을 걷다보면 땅바닥에서 잣나무 잎 뭉치를 보기도 하는데, 그것도 잣을 묻어놓고 겨우내 깜빡한 다람쥐 짓이란다.

찬찬히 숲을 걸으니 맑은 지저귐 소리가 들린다. 나무가 싹을 틔우느라 분주한 동안 새는 사랑하느라 바쁜 것이다. 번식철인 지금 박새는 30가지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구애한다. 임 해설가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에게서 땅콩을 얻어가는 곤줄박이도 번식철이다.

번식철인 곤줄박이가 땅콩을 입에 물고 있다.


봄 숲은 어떤 동물들에겐 이미 탁아소다. 갈수기라 물소리가 잦아든 오서산 숲속 계곡에선 북방산개구리의 올챙이가 무럭무럭 크고 있다. 3월초쯤의 이른 봄, 떼를 지어서 제일 먼저 요란하게 울어대던 개구리가 이 녀석들이었다. 그렇다고 이 어린 것들이 사는 게 놀이처럼 녹록지는 않다. 게아재비나 잠자리 애벌레 등에게 북방산개구리 올챙이는 주식이다. 그러나 생태계엔 일방이 없다는 게 임 해설가의 설명이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면 올챙이 시절 천적들을 잡아먹어요.”

곧 뭍으로 나오면 혀로 끌끌거리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왕성한 식욕을 뽐낼 녀석들이란다.

 

제철 맞은 철쭉이 연분홍색 꽃을 피웠다.


한편의 드라마를 뒤로하고 걷다보니 다시 화양연화다. 5월이 제철인 철쭉은 깊은 숲 한가운데서 분홍 빛깔을 내며 저 혼자 서 있다. 응달에서 뒤늦게 핀 돌배나무는 하얗게 흐드러져, 역시 좀 뒤늦은 상춘객을 다정히 맞아준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아까시나무와 쥐똥나무도 늦은 5월부터 시작될 개화를 기다리고 있다.

봄 숲에는 나긋나긋한 계절이 찾아와 머무르고, 또 지나가고 있다.

 


보령=이연경, 사진=김덕영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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