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자드락길, 봄이 머문 자리엔…여백이 없구나

입력 : 2020-04-03 00:00 수정 : 2020-04-05 00:08

[村스러운 걷기 여행] 충북 제천 청풍호자드락길 6코스

청풍호 둘러싼 오솔길 중 제법 오르막인 능선길

따스한 햇살과 샛노란 산수유꽃 ‘봄마중’

전망데크·두무산 정상서 풍광 ‘한눈에’
 



상쾌한 공기를 맡고 싶다면 숲처럼 좋은 곳도 없을 것이다.

북적거리는 공간을 피해 집에 머물러야 하는 요즘,

답답함에 한차례 외출을 꾀한다면

여느 관광지보단 호젓한 숲이 알맞다.

얼마간 비탈진 산길을 올라 말간 호수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쐴 수 있는 곳.

따뜻한 햇살에 어우러진 새소리가 정겨운 길.

충북 제천의 청풍호자드락길 6코스를 걸었다.



봄을 맞이하고 있는 숲길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뜻한다. 그 이름처럼 청풍호자드락길은 충북 제천 청풍호를 둘러싼 산세를 따라 굽이진 오솔길을 따라 걷는 구간이다. 대부분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유순한 비탈이 이어진다. 전체 길은 1~7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6코스는 제법 오르막을 타야 하는 능선길이다. 이 코스는 ‘괴곡성벽길’이라고도 부른다. 과거 이 길의 지형이 성벽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발길 사이사이 고개 내민 보라색 제비꽃들. 청풍호를 뒤로한 성벽길 초입엔 어엿한 봄이 자리를 잡았다. 양지바른 오솔길 옆으로 노란 꽃을 틔운 산수유나무와 생강나무. 진한 청록색의 청풍호가 그 너머 시야로 함께 걸린다. 선선한 바람이 스쳤다가 이내 햇볕이 데운 공기가 훅 하고 밀고 들어오는 숲속. 조붓한 산길은 어느덧 경사진 오르막으로 바뀌며 걷는 이를 맞는다.

길 양옆으로 낙엽들이 쌓였다. 꽃과 새순만 보일 것 같은 봄. 그러나 지금 숲길엔 지난 계절의 흔적도 있다. 아직 나뭇가지를 붙든 채 죽어 있는 잎들. 산들 부는 봄바람에 바들바들 떠는 그것들도 여전히 마주하는 이 계절의 풍경이다. 다만 따스한 햇살이 시간을 봄으로 당긴다. 한두차례 내릴 봄비면 이윽고 이 풍경도 한층 푸릇해질 테다.
 

충북 제천 청풍호자드락길 6코스



호수 위를 타고 걷는 능선길

오르막 세번에 내리막 한번. 조금씩 높아지는 고도에 맞춰 걷는 이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힌다. 능선길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건너편 호수는 청아한 푸른빛에 물든다. 잔잔한 수면이 담아내는 그림이 청록의 산 대신 하늘로 바뀌는 까닭이다.

걷기를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날 즈음엔 ‘사진 찍기 좋은 명소’라고 이름 붙은 전망데크에 다다른다. 이곳에선 한껏 파래진 청풍호의 빛깔을 마음껏 끌어안고 감상할 수 있다. 지절지절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잔잔한 호수 위로 따스하게 얹힌다.

전망데크에서 돌아 나와 두무산으로 향하는 길. 여전히 능선이 이어지는 이 길에선 간단히 배를 채울 수 있는 주막 한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부침개·손두부 등이 5000원씩으로 아랫동네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 않은가. 이미 한차례 경치도 즐겼겠다, 잠시 들렀다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봄 향기 가득한 두무산 정상

이번 걷기 코스의 회귀점인 해발 478m의 두무산 정상은 전체 구간 중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다. 다불암에서 남쪽으로 난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지금껏 걸어온 길보다 조금 더 낙엽이 쌓인 가파른 경사의 숲길이 나온다. 중간에 갈림길을 마주하지만 어느 곳으로 걸어도 결국 만나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서쪽 너머 월악산 영봉이 자리한 풍광을, 왼쪽으로 가면 청풍호를 둘러싼 겹겹의 산이 내려다보이는 동쪽 풍광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두무산 정상엔 회양목이 곳곳에 자라 있다. 회양목은 4~5월에 꽃을 피우는데 은은하면서도 꽤 짙은 봄 향기를 전한다. 그 나무 속속들이 벌들이 자리했다. 너른 풍광 외엔 인적 없는 곳이지만 윙윙대는 그 소리가 빈 공간을 채운다.

산에서 내려와 괴곡리를 지나는 길. 산비탈을 깎아 만든 밭뙈기에선 이제 막 갈아엎은 듯 구수한 흙내가 풍긴다. 집마다 먹을 만치의 텃밭을 안고 사는 작은 시골 마을. 숲길에서 본 산수유나무가 이번엔 조그마한 대파밭 옆에서 노랗다. 걷기를 시작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이 길은 흙이 아닌 시멘트 등으로 포장된 길이다. 그러나 외려 봄 향기에 더해 삶의 냄새마저 그윽하게 풍긴다.

제천=이현진, 사진=김덕영 기자 abc@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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