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之, 강물은 알지…정선 뱅뱅이재

입력 : 2020-03-20 00:00 수정 : 2020-03-21 23:37
병방치스카이워크와 동강.

[村스러운 걷기 여행] 강원 정선 귤암리 뱅뱅이재

해발 583m 절벽 끝 스카이워크 휘휘 돌아 흐르는 동강이 한눈에

겨울잠에서 막 깬 산비탈 숲길엔 지난가을 낙엽이 발목까지 수북

다른 곳엔 없는 귀한 동강할미꽃 하늘 향해 고개 들고 봄맞이 한창

잠깐 멈춘 오일장도 곧 열리겠지
 


강원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에는 ‘갈 지(之)’자로 굽이굽이 난 산길이 있다.

옛날 귤암리 사람들은 오일장 등이 열리는 읍내에 나가려면 ‘뱅뱅이재’라고 부르는 이 길을 반드시 거쳐야만 했단다. 앞에는 강으로, 뒤에는 산으로 마을 주변이 온통 둘러싸인 탓이다. 지금 이맘때 이 고된 발자취를 따라가면,

그 추억을 안고 자란 듯한 귀한 꽃을 만날 수 있다.

시원한 풍광과 촌스러운 옛길, 그리고 청초한 봄을 마주하는 길이다.

 


시원한 풍광에서 시작하는 길

깎아지른 절벽 위 허공에 놓인 투명한 유리바닥. 살벌한 높이에 오금이 서늘해지면서도, 어느덧 탁 트인 풍광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곳. 걷기를 시작하는 이곳은 병방치스카이워크다. 해발 583m의 절벽 끝에 11m 길이의 U(유)자형 강화유리 구조물을 설치해놨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는 섬처럼 돌출된 산자락을 180도로 끼고 도는 동강의 물길이다. 강물이 두른 땅의 형세가 한반도 모양과 같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스카이워크에서 북쪽으로 조금 걸으면 집라인을 타는 곳도 나온다. 풍광을 가로질러 집라인이 내리는 곳은 바로 걷기의 편도 종착점인 동강생태체험학습장. 2~3시간 걸려 닿을 곳에 1~2분이면 다다를 수 있다. 만약 일행과 함께 찾았다면 그중 누군가는 집라인을 타고 먼저 도착해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스카이워크를 지나 숲 안으로 들어가는 길. 이정표를 따라 들어간 숲길은 산비탈 중허리를 따라 나 있다. 왼쪽 위에서 시작되는 경사가 길 너머 오른쪽 아래로 이어진다. 주변 경사를 받아들여 함께 비스듬히 기운 오솔길은 겨우내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지난가을 떨어졌을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발목까지 스친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숲길.


이것 또한 봄의 풍경들

얼핏 보면 계절이 잘못 찾아든 것만 같다. 3월 중순의 어엿한 봄인 지금, 이 숲은 여전히 가을과 겨울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걷다보면 느껴지는 기운이 있다. 조금씩 얼어가는 계절이 아닌, 하나둘 녹아가는 계절의 것들 말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들 아래로 걸음걸음을 폭신하게 받아내는 흙. 마치 밭갈이를 끝낸 들판의 것처럼 촉촉한 질감과 빛깔을 머금었다. 생명을 받아들일 채비가 된 땅에선 풋풋하고 싱그러운 흙내가 난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낙엽도 이윽고 주변 흙의 일부가 될 것이다. 올망졸망 새순을 틔운 나무들도 드문드문 시야에 걸린다. 아직 강원도 산중의 공기는 차지만, 내리쬐는 햇살이 덥힌 공기에 걷는 이는 어느새 외투를 벗는다.

30분~1시간 숲길을 걸으면 ‘갈 지(之)’ 모양의 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굽이가 모두 서른여섯개나 되는, 옛 주민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울타리를 따라 밧줄이 설치돼 있다. 그럼에도 제법 가파른 경사에 낙엽이 덮여 있는 만큼 미끄러질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어지러운 길을 모두 내려오면 ‘쏴아’ 하는 물소리가 들린다. 물살의 결이 시야에 잡힐 만큼 가까워진 동강이 오른편으로 흐른다.

 

바위 사이로 고개를 내민 동강할미꽃.


이맘때 볼 수 있는 귀한 꽃

동강의 빛깔은 오묘한 청록빛이다. 숲에서 내려와 걷는 길은 비록 인도가 아닌 찻길이지만, 시원하게 흐르는 동강의 물결은 흔한 아스팔트 도로의 풍경을 그림으로 만든다. 이 길을 걷다보면 왼편 강가의 암반, 그리고 오른편 절벽 사이사이에 핀 동강할미꽃을 만날 수 있다.

동강할미꽃은 강원 정선과 영월의 석회암 바위틈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꽃으로, 4월에 만개하며 자주색·분홍색·보라색·흰색 등으로 핀다. 다른 할미꽃과 달리 꽃이 땅을 보지 않고 하늘을 보고 피는 게 특징이다.

정선의 향토음식들.


걷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엔 정선오일장에 들러봄 직하다. 장은 매달 2·7·12·17·22·27일에 열리는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당분간 오일장은 임시 휴장 상태다. 다만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장내 식당들은 대부분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다. 메밀전병·곤드레밥·콧등치기·감자옹심이 등 정선의 건강한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다. 조만간 다시 장이 들어서면 더 다양한 먹거리·볼거리로 가득할 곳이다.

정선=이현진,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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