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바로 여기!] 낚시꾼도, 낚시감도 물 올랐네

입력 : 2019-09-20 00:00 수정 : 2019-09-22 00:08

[주말엔, 바로 여기!] 충남 태안 주꾸미 배 낚시

주꾸미 많은 곳 찾으러 안면도 구매항서 승선

선장이 요령 알려줘 초보자라도 즐길 수 있어 한시간여 씨름 끝에 한마리 ‘휙’…손맛 짜릿

핑크뮬리 정원 있는 청산수목원도 들르길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계절 가을이면 바다가 분주해진다. 온갖 바다 것들이 제철을 맞아 살이 들어차고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집 근처 시장만 가도 제철 맞은 주꾸미며 꽃게·대하 등 해산물들이 넘쳐나지만 기왕이면 직접 바다로 나가면 어떨까. 특히 지금부터 11월까지는 주꾸미 낚시철이다. 인터넷 곳곳에 ‘100마리 잡았다’ ‘200마리 잡았다’ 하는 경험담이 줄줄이 이어질 만큼 주꾸미 낚시가 인기다. 서해안 어디든 좋다. 발길 닿는 대로 떠나보자.



주꾸미를 찾아 발길이 향한 곳은 충남 태안 안면도다. 사방이 바다라 낚싯배를 띄울 항구가 많고 주꾸미 포인트가 많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곳곳에 수산시장과 전문 식당들이 있으니 설혹 낚시에 실패하더라도 제철 맞은 해산물을 마음껏 즐길 수도 있다. 게다가 육지 같은 섬이니 접근성도 짱이다.

배를 탄 곳은 안면도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구매항. 15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작은 배다. 오전 9시에 출발해 낮 12시에 돌아오는 짧은 여정이다. 본격적으로 주꾸미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개 새벽에 나가서 오후 3~4시에 돌아오는 배를 탄다. 온종일 낚시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초보자이거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2~3시간가량 짧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주꾸미

캬! 잊지 못할 손맛

출발하기 전 선장의 ‘주꾸미 낚시하는 법’ 강의가 있었다. 낚싯줄을 풀고 감는 법, 미끼를 다루는 법, 주꾸미를 잡았을 때 올리는 요령, 가끔 주꾸미 대신 갑오징어가 올라오는데 그때는 먹물을 빼라는 등. 초보자라도 물때가 좋으면 50마리 이상 잡을 수 있으니 잘해보라는 격려도 덧붙인다.

15분쯤 남쪽 바다로 나가더니 배를 멈추고 ‘뿌뿌’ 두번 뱃고동을 울린다.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라는 시작 신호다. 배운 대로 채비를 바다에 던진 뒤 줄을 푼다. 팽팽하게 떨어지던 줄이 느슨해지면 미끼가 바닥에 닿았다는 신호다. 풀던 것을 멈추고 슬슬 감아올려 팽팽함을 유지한다. 주꾸미 낚시에 쓰는 미끼는 물고기 모양으로 만든 인조미끼인 에기다. 대개 알록달록하고, 반짝반짝한 색을 입히는데 미끼를 바다 바닥에 늘어뜨려 놓으면 지나가던 주꾸미가 호기심이 동해 올라탄다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올리면 성공이다.

주꾸미가 미끼 위에 올라타면 미세한 무게감이 느껴진다는데, 초보자들에겐 쉽지 않다. 한동안은 그저 빈 미끼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하늘은 새파랗고 구름은 새하얗고 바닷물은 짙푸른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로지 낚싯대 끝 초릿대다. 휨새가 심한가 안 심한가, 지금 올릴까 말까, 이 묵직함은 물결 탓인가, 주꾸미 때문인가, 번뇌하며 낚싯대와 눈싸움 벌이길 한시간여. 들어 올리는 족족 비어 있는 미끼를 보는 데 지쳐서 집중력이 떨어질 즈음, 선장이 저쪽에서 소리친다. “물었다 !”

반사적으로 낚싯대를 올리고 줄을 감으니 와, 진짜 주꾸미가 따라 올라왔다. 자, 이제부터다. 기다려라 주꾸미 ! 흩어지던 집중력을 단번에 회복했다. 심기일전하고 다시 반짝이는 눈으로 낚싯대와 눈싸움을 시작한다. 한마리 잡았으니 배운 대로 ‘기술’을 발휘해볼까. 고패질(미끼를 들었다 놨다 하며 주꾸미를 유혹하는 일)도 해보고 이전보다 더 자주 챔질(낚싯대를 낚아채 들어 올리는 일)도 하다보니 앗, 또 한마리가 걸렸다. 의기양양 줄을 감는데 ‘아뿔싸 !’ 주꾸미가 공중에서 몸을 날려 바다로 뛰어든다. 다시 빈탕이다.

옆 사람은 갑오징어도 두마리나 잡고 주꾸미는 열마리도 더 잡은 것 같은데, 꼴랑 주꾸미 한마리로 끝이다. 이걸로는 라면도 못 끓여 먹겠다 싶어 의기소침해 있는데 선장의 위로가 날아든다. “오늘은 물때가 안 좋아서 그렇다. 어제는 한마리도 못 잡은 사람도 있었다. 조금 때맞춰서 오면 바다가 잔잔해서 훨씬 더 잘 잡을 수 있으니 물때 맞춰서 다시 와라.” 못난 대장장이가 연장 탓한다지만, 오늘 낚시의 초라한 성적은 진짜 물때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배에서 내린다. 그래도 손맛은 봤으니 된 것 아닌가. 캬 ! 그 맛에 낚시하지.



꽃구경하고 인생샷도 얻는 식물원

바다에서 오전을 보냈으니 오후는 꽃과 나무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안면도에는 유독 수목원이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 안면도에서 자생하는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는 안면도수목원, 200여종의 허브와 500여종의 야생화가 있는 팜카밀레 허브농원까지 주제와 규모가 다른 식물원들이 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중 가을을 맞아 팜파스 축제를 열고 있는 청산수목원을 찾았다. 축제의 주인공인 팜파스그라스는 서양 억새라고 불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가 2~3m에 이르며 긴 깃털 모양의 은백색 꽃이 자라는데, 가을바람에 팜파스그라스꽃 무리가 살랑이는 모습에서는 기품마저 느껴진다.

팜파스그라스를 충분히 즐긴 뒤에는 핑크뮬리 정원으로 가보자. 벼목 벼과에 속하는 핑크뮬리는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분홍색 꽃들이 한데 모여서 피는데, 멀리서 보면 분홍색 털실 보푸라기 무더기가 풀 위에 얹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맑은 날씨에 햇빛이라도 꽃 위에서 부서지면 마치 분홍색 안개가 낀 듯하기도 하다. 이국적인 꽃들로 채워진 정원을 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여. 여유를 갖고 천천히 돌면서 사진 찍고 가을날도 만끽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 꼭 청산수목원이 아니어도 좋다. 수목원마다 제각기 특징이 있고 계절별로 축제도 열고 있으니 안면도 여행 중이라면 짬을 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수목원에 들러보자.


 


맛있는 ‘게’ 너무 많아

꽃게와 대하의 섬, 안면도에 왔으니 맛보지 않고 갈 수는 없다.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보면 곳곳에 꽃게와 대하를 파는 식당이 즐비하니 어디든 발길 머무는 곳에 들어가면 될 터다. 좀더 바닷가 분위기를 만끽하며 먹고 싶다면 안면도수산시장으로 가보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연안에서 잡은 꽃게와 대하를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 꽃게와 대하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지만 제철인 요즘에는 찜이나 구이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살이 꽉 찬 꽃게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어느 식당에 들어가든 태안 향토음식인 게국지도 판매하고 있으니 한번 먹어보자. 김치와 게를 함께 끓여낸 일종의 찌개인데, 게장으로 간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에서 우러나온 감칠맛과 배추에서 우러나는 달콤함이 잘 어우러지는 음식이다.

태안=이상희, 사진=김덕영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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