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토요일 밤…장 보러 가자

입력 : 2019-07-22 00:00 수정 : 2019-07-23 00:01
마술 공연

광주 대인예술야시장에 가다

전통시장에 모인 예술가들, 2013년부터 야시장 열어

밴드 연주·연극·마술 등 공연 어린이 위한 체험프로그램 ‘풍성’

왁자지껄한 시장 거리에서 문화생활 즐길 수 있어 이색적 참게튀김·육전·떡갈비 ‘별미’
 


한낮의 뜨거움이 물러가고, 선선한 밤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지는 여름밤에는 어쩐지 집에만 머물기 아쉽다. 태양이 잠시 비켜준 자리를 왁자지껄함으로 채우고 싶어지는 탓이다. 그런 여름밤에 딱 맞는 장소가 야시장이다. 허기진 배를 달래줄 맛있는 음식과 지친 몸을 깨워줄 활력이 넘치는 곳.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까지 풍성한 야시장은 짧아서 더 강렬한 여름밤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여기, 여기. 이 앞에 세워놓자고.”

13일 토요일 오후 6시를 넘어서자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예술시장에 하나둘 전(廛)이 펼쳐졌다. 시장의 오랜 터줏대감들은 가게 문을 닫았지만, 닫힌 가게 문 앞을 야시장 셀러(Seller·판매자)들이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셀러들은 각자 가지고 온 수공예품·먹거리·작품 등 다양한 상품들을 매대 위에 늘어놓으며 손님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야시장 예술가존에 가장 먼저 매대가 빼곡히 들어섰다. 조수경 화가도 직접 그림을 그린 부채 등을 진열했다.

조수경 화가의 전시회


“야시장이 처음 생긴 이후로 매주 나오고 있어요. 여기서는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시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으니까요.”

1959년에 개설돼 올해 환갑을 맞은 대인시장에 예술가들이 들어온 것은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복덕방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예술이 삶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시장의 빈 점포들에 예술가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여기에 2013년부터 야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며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대인예술시장의 야시장은 4~12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에 문을 연다.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셀러들이 자리를 잡는 새 어느덧 시장이 북적북적해졌다. 다정하게 손을 잡은 20대 커플부터 아이를 데리고 나선 가족들까지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야시장을 둘러보더니 음악이 흘러나오는 어느 한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많이들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원래는 이 친구들한테만 공연을 맡길 생각이었는데 저도 한곡 같이 할게요.”

발걸음이 머문 곳은 대인시장 다문화공간 ‘드리머스’. 토요일마다 이주 외국인과 지역의 예술가들이 함께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한 열린 공간이다.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 중에도, 관객석에 앉아 환호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외국인이 많아 마치 이국으로 여행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대인시장 다문화공간 ‘드리머스’에선 토요일마다 이주 외국인과 지역예술가들이 함께 공연한다.


드리머스를 뒤로 하고 셀러들의 다양한 수공예품을 구경하다보니 또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아트컬렉션숍 ‘수작(手作)’이다. 12일부터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기념해 청년작가 13인의 특별전시회가 28일까지 마련돼 있다.

“야시장 한가운데에 있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것 같아요. 아이들을 데리고 그림을 보기도 편해 종종 오는데 여기 청년작가들 전시도 그렇고 ‘한평 갤러리’ 작품도 좋은 게 많아요.”

박찬수씨(37·광주 동구)가 소개한 한평 갤러리는 시장 속에 깊숙이 배인 예술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한평 남짓한 작은 공간으로 분리된 갤러리에서 감상하는 그림이 일상과 예술을 한데 엮고, 야시장의 왁자지껄함이 배경음악처럼 흐른다. 7월의 전시 주제는 ‘풀장에서 잠시 휴가展(전)’이다.

예술적 감성을 채웠으니 이젠 고픈 배를 달랠 때다. 야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먹거리. 매콤달콤한 시장 닭강정, ‘트렌디’한 삼겹살김밥 등 야시장의 ‘베스트셀러’들도 있지만 이곳 대인예술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에 ‘참게튀김’에 손이 간다. 작은 참게를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 담아낸 음식인데 껍질째 씹어도 전혀 거슬리지 않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진해진다. 또 광주하면 떠오르는 육전과 떡갈비도 이곳의 별미. 쇠고기를 얇게 저며 부쳐낸 육전과 씹는 맛이 일품인 전통 떡갈비를 시장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니, 과연 광주답다.

육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음악에 이끌려 찾은 곳은 제1주차장과 제2주차장에서 열리는 ‘예인열전(藝人列傳)’. 매주 음악·연극·서커스·마술 등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공연이 예정돼 있던 밴드 ‘더코튼아일랜드’가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앞줄 관객들은 휴대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는다.

대인예술시장 페이스북에서 미리 일정을 확인하고 밴드 공연을 보러 온다는 이민정양(17·동구). 오늘이 세번째 방문이란다.

“학원 끝나고 친구들하고 함께 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공연도 봐요. 여기서 환호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거든요.”

남녀노소가 다 즐기는 야시장에 어린이들이 빠질쏘냐. 7월 야시장 주제인 ‘풀장풀장’에 맞춰 대인시장공원에 설치된 야외 풀장에서 물장난을 하거나 얼음족욕체험을 하는 어린이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체험존이다. 돌멩이에 대인예술시장 마스코트인 ‘붱이’ 그리기, 압화와 그림으로 장식한 부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돼 있다. 특히 매월 첫째주·둘째주는 모든 체험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단다.

낮의 열기가 사그라든 공간을 또 다른 열기로 채우는 야시장. 다만 그곳의 열기는 숨을 턱턱 막히게 하지도, 불쾌지수를 올리지 않는다. 그저 한여름 밤의 추억을 선사한다.

광주=김다정, 사진=김남우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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