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청매실농원] 여기도 꽃 저기도 꽃… 마음도 꽃천지

입력 : 2019-03-15 00:00 수정 : 2019-03-17 00:09
영화 ‘궁합’의 촬영지였던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의 초가. 이즈음이면 흐드러진 매화에 둘러싸여 꽃대궐을 이룬다. 사진=김덕영 기자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

영화 ‘궁합’ 속 안식처 ‘청매실농원 초가’ 옛 정취 품은 따스함·평화로움 물씬

전망대 오르면 흐드러진 매화 가득 섬진강과 어우러진 풍경 홀리게 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한들 봄바람 꽃바람을 그리는 일편단심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남쪽 끝에서 꽃소식이 들려오면 기어이 발걸음을 떼고야 마는 것은 그래서다. 그런데 막상 가려고 하면 그 많은 꽃소식 가운데 어디서 날아온 놈을 잡아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이리 생각하고 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안 나온다면 영화 <궁합>의 촬영지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으로 가보자. 미세먼지를 뚫고 나와 온 산야를 가득 채운 매화를 만날 수 있다.



<궁합>은 조선시대 한 옹주의 부마 간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사랑을 그린 영화다. 극심한 흉년이 지속되자 왕(김상경 분)은 송화옹주(심은경 분)의 혼사를 통해 가뭄을 해소하고자 옹주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을 부마로 뽑으라고 명한다. 부마 후보들과 옹주의 궁합풀이를 맡게 된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이승기 분)은 어릴 때 함께 자란 친구 윤시경(연우진 분)으로부터 옹주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사주를 만들어내라는 협박을 당하게 된다.

청매실농원 한복판에 있는 초가는 영화 속에서 서도윤의 동생 가윤(민호 분)이 사는 집으로 나온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친구를 협박하고, 사람을 죽이는 바깥세상과 달리 이곳은 소박하지만 평화롭고 따스하다. 영화 속 서도윤이 유일하게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곳이기도 하다.

청매실농원은 식품 명인 홍쌍리씨가 운영하는 매실농원이다. 수백개의 장독이 늘어서서 장관을 만들어내는, 그 유명한 장독대를 지나 조금만 산쪽으로 올라가면 초가가 나온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10분이 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지만 느긋한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초가로 향하는 길은 돌을 쌓아 만든 야트막한 담이 굽이굽이 이어지는데, 그 아름다움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돌담의 운치를 만끽하며 천천히 걷다보면 초가에 다다른다. 한눈에 서도윤 형제가 사이좋게 밥을 먹던 그곳이 바로 여기임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초가는 영화 속 모습 그대로다. 반질반질한 마루, 촘촘하게 엮어 올린 이엉, 대청마루 뒤편 열린 창을 통해 보이는 파란 하늘, 그리고 담벼락 옆 우물 등 그 겉모습뿐 아니라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까지, 마치 영화 속으로 걸어들어온 듯하다.

초가가 이처럼 생생한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사실 이곳이 단순한 영화 세트가 아니어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촬영지가 된 만큼 그저 세트로 만들어놓았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살고 있는 살림집이다. 그래서 마루는 항상 반들반들 윤이 나고 아궁이에선 장작이 타고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음씨 좋은 주인장은 낯선 이가 불쑥 집으로 들어와도 찡그리지 않으니, 관광객도 이곳에서 영화 속 서도윤과 같은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초가를 다 둘러봤다면 이제 초가 뒤편 전망대로 올라갈 차례다. 굳이 이 계절에 이곳을 찾은 것은 봄꽃 매화를 보고자 함이었으니, 꽃구경을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꽃비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청매실농원은 봄이 되면 온통 매화 이불을 한겹 덮은 듯 하다. 16만5200여㎡(5만평) 부지에 5000여그루가 있다고 하니, 눈을 두면 그곳이 어디든 매화가 있다. 아니 오히려 이 계절에 이곳에서 매화를 피하기란 숨쉬기보다 어려울 정도다. 그러니 초가로 향하는 돌담길 굽이굽이에서, 초가 마당에서, 장독대 앞에서 매화는 질리도록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잠시의 숨가쁨을 감수하고 전망대에 오르면 산자락을 뒤덮고도 모자라 섬진강 코앞까지 뻗은 매화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카메라를 어떻게 들이대도 결과는 한장의 ‘인생샷’이 될 테니 놓치지 말고 꼭 올라가봐야 한다. 매화를 충분히 즐겼다면 저 멀리 매화 너머 아스라이 보이는 섬진강도 눈에 들여보자. 화룡점정, 금상첨화는 이를 말한 것일 터.

일기예보는 오늘도 ‘미세먼지 나쁨’을 경고하고 있지만 매화로 가득 찬 이 골짜기는 상쾌하기만 하다. 미세먼지가 매화의 기세에 맥을 못 춘 것인지 매화 향기에 홀린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광양=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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