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세상도 연인도 금빛 물들었네

입력 : 2018-10-15 00:00

강원 홍천 은행나무숲

10월 한달만 일반인에 빗장 풀어

입구서 오솔길 걷다 끝에 다다르면 황금색 물결 눈앞에 펼쳐져 ‘장관’

남편이 아픈 아내 쾌유 빌며 4만㎡에 2000여그루 심어 조성
 


도시에선 단풍나무나 억새꽃 같은 가을 전령사를 만나보기 어렵다. 대신 길가에 늘어선 은행나무가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노란 은행이 하나둘씩 땅에 떨어지면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에도 가을이 내려앉는다. 이 가을을 오롯이 느끼러 강원 홍천 ‘은행나무숲’으로 향했다.

 

홍천 은행나무숲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가을을 닮았다. 1년 중 오직 10월에만 일반인에게 개방돼 이때를 놓치면 1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 기회를 놓칠세라 서둘러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에 올랐다. 숲이 있는 내면 광원리에 도착하면 굳이 입구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좁은 골목길로 이어지는 여행객의 행렬은 그곳이 입구임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들을 따라 들어가니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은행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그 사이엔 끝이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나 있다. 온통 노란 세상을 기대했건만 아직 은행나무들은 푸른 옷을 채 벗지 못했다. 하지만 실망은 잠시, 오솔길 끝으로 가면 바깥세상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거기엔 황금색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들판을 가득 메운 노란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떨어진 은행잎을 날리면서 온몸으로 가을을 음미했다. 그 풍경이 눈에 익숙해질 때쯤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 노란빛의 은행나무는 황홀할 만큼 아름답지만, 고약한 냄새 탓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곳에선 냄새는커녕 상쾌함만 느껴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해답은 숲의 주인을 만나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숲은 개인 사유지다. 유기춘씨(75)가 아픈 아내의 쾌유를 빌며 1985년부터 약 4만㎡(1만2000여평)의 부지에 2000여그루의 묘목을 심어 완성했다. 관리도 부부가 하는데, 이들은 냄새를 예방하려고 열매가 떨어지기 전 재빨리 수확한다고 한다. 부부의 이런 수고로움 덕에 숲을 누비는 여행객의 표정은 마냥 밝았다.

관광이나 공원을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 아니어서 은행나무가 전부인 곳. 그래서 자연스러운 멋이 넘쳐 흐르는 홍천 은행나무숲. 이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조금 서둘러야겠다. 은행나무숲에 빗장이 걸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홍천=최문희,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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