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다방열전] “손님 배달이요? 금방 갈게요~” 특별한 서비스

입력 : 2018-10-10 00:00
충남 당진시 고대면 약속다방 앞에는 커피와 손님을 배달하기 위한 경차가 주차돼 있다.

시골 다방열전 (19)충남 당진 약속다방

11년 차 다방 주인 오미숙씨, 출타 불편한 어르신들 위해 차로 모셔오고 모셔다드리는 특별한 ‘배달서비스’ 제공

커피와 함께 먹을 주전부리는 물론 생일 미역국·명절 선물도 챙겨 주인장 인심에 매료된 손님들 하루에 몇번씩 찾는 단골도 있어


“커피만 드시지 말고 빵도 좀 드세요.”

“이런 거 주니깐 맨날 오잖아. 주지 마. 껄껄껄.”

충남 당진시 고대면 당진종합운동장 인근에 자리한 약속다방은 손님들에게 커피와 함께 인심을 건네는 곳이다. 아침 8시부터 간간이 드나드는 손님들은 다방에서 매번 무언가를 얻어먹고 간다. 다방 주인 오미숙씨(59)가 커피만 내어놓기 허전한 마음에 항상 주전부리를 같이 챙겨내기 때문.

“커피와 함께 드시라고 떡·빵·고구마·밤 등 가게에 있는 건 뭐라도 같이 내놓아요. 하다못해 옥수수 뻥튀기라도 드릴지언정 커피만 달랑 드리진 않아요.”

다방을 찾은 손님들은 다방 주인이 내어준 주전부리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손님이 커피값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는 걸 주인의 도리로 여기는 오씨다. 11년 차 다방 주인은 손님 식사를 챙기는 건 기본이고, 생일이면 미역국도 끓여드리고 명절에는 선물도 챙긴다. 이번 추석에도 어르신들이 즐기는 전병과자세트를 200개나 주문해 오시는 분마다 하나씩 드렸단다.

이런 오씨는 그녀만의 특별한 배달서비스도 제공한다. 그것은 바로 ‘손님 배달’. 커피를 배달하는 다방에서 손님을 배달한다는 게 대관절 무슨 말인가 싶을 수 있지만, 이곳 손님들에겐 익숙한 서비스다. 손님이 부르면 차를 몰고 집 앞으로 찾아가 다방까지 모셔오고, 다시 집까지 모셔가는 게 손님 배달이다. 배달료는 무료다. 차로 5~10분 거리에 사는 어르신들의 다방 출타가 불편할까 싶어 오씨가 그저 선의로 시작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버스나 택시 같은 대중교통이 흔하지 않은 시골에서 오씨가 손님들의 운전기사를 자처한 셈이다.

“오늘 아침에도 오씨가 데리러 와준 덕분에 다방에 올 수 있었죠. 거동 불편한 노인네를 이렇게까지 챙겨주는데 안 올 수가 없어요.”

주인의 이런 인심에 매료돼 단골손님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다방을 찾는다. 특히 사람들이 ‘약속다방 영감’이라 부르는 손낙서씨(84)는 하루에도 몇번이고 다방에 들른다. 손씨는 인근 다른 다방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이곳만 찾는 단골 중의 단골이다. 오씨도 ‘영감’이라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손씨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손재주가 좋아 주변에서도 칭찬이 자자한 사람이다.

“내 나이 쉰넷 되던 해부터 소일거리 삼아 장식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벌써 30년이 됐네요. 다 만들면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둘 나눠주곤 해요. 벽에 걸려 있는 저 지게도 제가 선물했죠.”

주인의 넘치는 인심을 가만히 받고만 있을 순 없어서였을까. 가게에는 조그마한 지게뿐 아니라 물동이·물레·돌장식 등 손씨가 선물한 장식품이 여럿이다. 오씨의 인심에 보답하는 이는 손씨만이 아니다. 다른 손님들은 때마다 고구마·호박 같은 수확한 농작물을 챙겨와 오씨에게 안겨준다. 그러면 오씨는 그것들을 다시 손님들과 나눠 먹는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찐고구마를 먹다 급하게 나가는 손님을 오씨가 붙잡았단다. 혹여나 목이 메일까 봐 김치 한젓가락을 챙겨주기 위해서였다. 그 손님은 오씨의 그런 마음 씀씀이에 감동해 올 때마다 그 얘기를 꺼냈고, 지금은 단골손님들이 모두 다 아는 일화가 됐다.

“손님들을 진심으로 대한 덕분인지 한번 온 분들이 발길을 끊지 않고 찾아주셔서 늘 감사해요.”

손님들이 서운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항상 무언가를 내어놓는 곳. 인심 좋은 주인이 인심 좋은 손님들을 맞이하는 그곳이 바로 약속다방이다.

당진=김동욱 기자 jk815@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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