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역사 이야기가 있다

입력 : 2018-04-16 00:00 수정 : 2018-04-16 14:11

건물과 건물 사이, 담벼락과 담벼락 사이에 생긴 골목. 그 골목은 모두 제각각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래서 특별하지 않은 골목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테마가 있는 골목이라면 그 특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은 골목을 이뤘다. 그렇게 그 옛날 누군가는 머물고, 누군가는 거닐던 골목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우리의 산 역사가 됐다.



◆서울 ‘창신동 절벽골목’
 


일제강점기에 일제는 조선총독부와 경성역, 경성부청사 등을 짓기 위해 질 좋은 돌이 필요했다. 그 돌을 구할 수 있는 채석장이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돌산이었다. 쉼 없이 돌을 캐면서 채석장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만들어졌다.

해방 후 채석장은 문을 닫았고, 1960년대 채석장 인근에 토막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더니 절벽 위에도 집이 생겼다. 그리고 그런 집 여러채가 모여 오밀조밀한 골목을 만들었다.

창신동은 절벽골목을 보물처럼 꼭꼭 숨겨뒀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1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 골목으로 400m 정도 걷다보면 창신제2동주민센터가 나온다. 주민센터 옆 편의점 골목으로 들어가 다시 왼쪽 골목을 파고들면 절벽골목이 모습을 드러낸다. 발품을 팔아 찾아온 손님에게 답례라도 하듯 절벽골목은 다양한 풍경을 선사한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40m 높이에 이르는 절벽의 장엄함에 입이 떡 벌어지고, 절벽 위에 서면 멀리 남산까지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절벽골목에 오르는 내내 만나는 좁은 길과 가파른 계단에는 주민들의 삶은 물론이고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과 추억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

이밖에 창신동을 수놓은 봉제골목과 예술가 백남준·박수근의 집터, 창신골목시장까지 함께 둘러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경기 수원 ‘행궁동 골목’
 


행궁동은 조선 22대 왕 정조가 지은 수원화성 일대를 일컫는다. 화성이 들어설 때부터 불과 수십년 전까지 수원 최고 번화가였던 행궁동에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수많은 골목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화성행궁에 머물며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자주 찾았던 정조가 거닐었다 하여 ‘왕의 골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화성행궁을 출발해 행궁동 골목을 자박자박 걷다가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생가터, 정조의 수라상을 엿볼 수 있는 수원전통문화관, 정조시대 유물을 소장한 수원화성박물관 등을 들르면 시간여행에 푹 빠져들게 된다.



◆대구 ‘근대골목’
 


대구는 도심 한편에 100년 전 이야기가 담긴 골목을 품고 있다. 이름하여 근대골목으로, 곳곳에 볼거리가 많아 골목투어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근대골목 여행은 이국적인 선교사 주택이 자리한 ‘동산 청라언덕’에서부터 시작된다.

뒤이어 1919년 3·1운동 때 집결지로 향하던 학생들이 경찰의 감시를 피해 다녔다는 3·1만세운동길, 100년이 넘은 계산성당, 민족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한 서상돈의 고택이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진한 한약 냄새를 풍기는 약전골목과 옛날 유지들이 살았던 진골목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진골목에선 1937년 대구 최초의 서양식 주택으로 지어진 정소아과의원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공공누리·대구시청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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