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드라마처럼] 경기 양평- 애틋한 그 시절, 철길 따라 흐르네…

입력 : 2018-04-13 00:00 수정 : 2018-04-15 23:37
경기 양평 구둔역에서 한쌍의 연인이 영화 속 그 장면처럼 손을 잡고 철길 위를 걷고 있다.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경기 양평

영화 ‘건축학개론’ 속 두 주인공 과제 핑계로 첫 데이트하던 구둔역

폐역 됐지만 낭만적인 풍경은 여전

철길 옆 아름드리 소나무엔 방문객 소원 적힌 메모지 가득

북한강·남한강 만나는 두물머리 수채화 같은 풍경도 눈에 담아야
 


따스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이 겨우내 헛헛했던 마음을 채우는 계절이다. 첫사랑도 봄과 같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설렌다. 봄과 첫사랑은 그래서 더 잘 어울린다. 봄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 4월의 어느 날, 기억 저편에 잠자고 있던 첫사랑의 추억을 찾아 떠났다. 목적지는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 경기 양평이다.

 


경기 양평군 지평면 조그만 시골마을을 찾았다. 아련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할 만큼 낭만적인 풍경을 품고 있다는 구둔역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서울 청량리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몇차례 지나가던 이 역은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2012년 폐역 절차를 밟았다.

‘폐역’이란 단어가 가진 특유의 쓸쓸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 탓이었을까. 구둔역의 첫인상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하지만 대합실을 지나 플랫폼에 들어선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100m 정도 길게 늘어선 철길과 그 위에 서 있는 열차 한량은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롭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평온함에 이끌려 철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유유자적 걸으며 개나리꽃이 핀 주변 경치를 감상하노라니 영화 <건축학개론>의 두 주인공이 떠올랐다.
 

승민과 서연의 구둔역 데이트 장면.(왼쪽) 소원이 적힌 황금빛 메모지들.(오른쪽)


어느 봄날, 건축학개론 수업을 함께 듣던 대학 새내기 승민(이제훈 분)과 서연(수지 분)은 과제를 핑계로 구둔역에서 첫 데이트를 했다. 손을 잡고 철길 위를 걷기도 하고, 철길에서 먼저 떨어지는 사람이 손목을 맞는, 어찌 보면 유치한 내기도 하며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처럼 손을 맞잡고 철길 위를 걷는 풋풋한 연인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그들을 따라 철길을 걷다가 아름드리 소나무를 만났다. 나무에는 금줄처럼 황금빛 조각들이 둘러쳐져 있었다. 궁금증이 일어 나무 앞으로 갔다. 가까이서 보니 황금빛 조각은 메모지였고, 거기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소원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우리 사랑 영원히 …’ ‘가족 모두 건강할 수 있게 해주세요’ ‘살 (많이) 빠지게 해주세요’ 등 갖가지 소원이 봄바람을 타고 반짝였다.

대합실로 다시 들어갔다. 철길 산책이 가져다 준 여유로움 덕에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스산해보였던 구둔역의 첫인상은 온데간데없었다. 낡은 열차 시간표와 빈 매표소조차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마음속 따스한 온기가 식을세라 서둘러 차머리를 인근의 다음 목적지로 돌렸다. 두물머리(양수리)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큰 물줄기 둘이 머리를 맞댄 곳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이곳은 ‘물의 고장’ 양평에서 꼭 가봐야 할 장소로 꼽힌다. 실제로 본 두물머리는 명성에 걸맞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특히 커다란 액자 모형을 통해 본 유유히 흐르는 강은 한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었다.

낭만이 깃든 양평에서 추억을 쌓고 나니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마음은 어느새 봄비가 온 듯 촉촉이 젖어 있었다.

양평=최문희, 사진=김덕영 기자
 


 


영화 ‘건축학개론’

현재와 과거 오가며 첫사랑의 추억 그려
 


‘첫사랑’ 하면 단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건축가 승민(엄태웅 분)에게 대학시절 첫사랑이었던 서연(한가인 분)이 갑자기 찾아와 집을 설계해달라고 의뢰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극은 그들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과거 속 승민은 이제훈이, 서연은 수지가 연기했다.

서사의 무게 중심은 현재보다는 과거에 쏠려 있다. 대학 신입생인 승민과 서연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나 과제를 같이하면서 사랑을 느낀다.

2012년 3월 개봉 이후 현재까지 역대 한국영화 중 로맨스 장르 최고 흥행(누적 관객 411만645명)작으로 남아 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