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가족과 느릿느릿 음미해보자…‘오래된 미래’를

입력 : 2018-02-12 00:00 수정 : 2018-02-13 14:51
서쪽과 남쪽 성곽이 만나는 모퉁이에서 바라본 성안의 모습. 초가집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사계절 항상 아름다운 곳이다.

전남 순천 낙안읍성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나지막한 초가집과 돌담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마치 영화촬영 세트장 같아

현재 98가구 228명 살아 민박도 하고 텃밭농사도 짓고
 

설 명절,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영화도 좋고 한판 윷놀이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여행은 어떨까.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으로 떠나보자.


낙안읍성 입구인 동문(낙풍루)으로 들어서니 나지막한 초가집들이 한쪽으로 펼쳐진다. 텔레비전에서 자주 봐온 낯익은 풍경이다. 집과 집 사이로 난, 어른 키 정도 될듯 말듯 마당 안이 은근히 들여다보이는 돌담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돌담길을 걷다보니 문득 이곳이 ‘현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효율과 속도만이 가치인 시대. 도시에서는 구불구불한 길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우리가 사는 곳에는 직선으로 구획된 길들과 높은 담장, 그리고 굳게 닫힌 대문들뿐이다.

옛날 낙안은 왜구의 침입이 잦은 곳이었다. 이에 조선초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고 왜구를 막았다. 흙으로 쌓은 성이 자주 무너지자 세종 때 돌로 짓기 시작해 인조 때 낙안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완성했다.

성안에는 주로 힘없는 민초들이 살았다. 그래서 성안의 집들은 초가집이 대부분이다. 초가지붕 위로 여름이면 박들이 주렁주렁 열리고 겨울이면 눈이 쌓인다.

임경업 장군 비각을 지나니 객사가 보인다. 관리가 왕명을 받고 오거나 지체 높은 분들이 왔을 때 묵어가는 곳이다. 사또가 집무를 보는 동헌에도 없는 단청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은 궐패(서울의 왕을 상징하는 나무패)가 모셔져 있어 망궐례(멀리서 궁궐을 바라보고 절하는 예식)를 행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재분 문화해설사는 “바닥에는 울퉁불퉁한 박석(얇은 돌)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어 자연스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면서 “상징적으로 임금이 계신 곳이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헌을 지나 서문에 닿으면 성곽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올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남쪽 성곽과 만나는 모퉁이에 이르자 금전산 아래 펼쳐진 13만5534㎡(4만1000평)의 성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영화촬영 세트장에 온 것 같다.

이곳이 낙안읍성에서 가장 전망좋은 곳. 풍경이 그림 같아 사진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군데군데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난다. 이곳은 다른 읍성과 달리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98가구 228명이 살고 있다. 주민들은 민박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인근에서 농사도 짓는다.

이 해설사는 “낙안읍성이 다른 지역 읍성들과 다른 것은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전신주도 모두 땅속으로 묻었다”고 설명했다.

죄인을 가두는 옥사 앞에서 관람객들이 형벌 주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구불구불한 돌담길과 조그만 연못이 있는 마을을 느릿느릿 돌아 다시 낙풍루로 나온다. 이 동문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문이다. 문을 나오니 비로소 현재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다. 전승해야 할 좋은 가치들을 과거에서 가져와야 제대로 된 미래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매표시간은 12~1월 오전 9시~오후 5시, 2~4월과 11월 오전 9시~오후 6시, 5~10월 오전 8시30분~오후 6시30분. 어른 4000원, 어린이 1500원. 순천 낙안읍성 관광안내소 ☎061-749-8849.

순천=김도웅 기자 pachino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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