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다방열전] 달걀 동동 쌍화차와 테이크아웃 커피의 ‘공존’

입력 : 2017-11-15 00:00
경남 함양군 수동면에 있는 ‘사랑채 다방’은 여느 시골다방과 달리 내부가 밝고 화사하다.

시골 다방열전(10)함양 ‘사랑채 다방’

20여년 전 ‘장미다방’으로 시작 3년 전 화사한 분위기로 새 단장

원두커피 기계 들여놓고 아메리카노 모닝커피 팔기도

사랑채처럼 친근한 주민들 휴식처
 


“사장님, 홍차 주세요. 아가씨도 여기 와서 커피 한잔 해. 이렇게 창가에 앉으니 조용필의 노래 ‘창밖의 여자’가 생각나네.”

경남 함양군 수동면의 ‘사랑채 다방’에 들어선 손님의 말에 주인 손미경씨(57)와 레지 두명이 모두 까르르 웃었다. 사랑채 다방에서는 이 손님이 음악을 떠올렸듯, 행여나 다른 손님이라도 오면 시 한구절 떠올릴 성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여느 시골다방과 확연히 달랐다. 낡고 오래되거나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내부는 화사했고 손씨가 직접 그린 그림까지 걸려 있었다.

“20년 가까이 운영된 다방이었어요. 그래서 3년 전에 인수하면서 인테리어를 깨끗하고 밝은 쪽으로 바꿨죠.”

 

사랑채 다방의 외부 모습. 주인 손미경씨는 “원두커피 기계까지 들여놓았다”고 자랑했다. 다방 오른쪽에 달린 조그마한 유리창을 통해 테이크아웃 방식으로도 커피를 판매한다고.


꽃집을 오래 한 손씨의 감각이 한껏 발휘됐음은 물론이다. 더 있다. 이 다방의 첫 상호는 장미다방, 손씨가 넘겨받기 직전에는 전원다방이었다. 손씨는 좀 더 부드럽게, 모든 손님이 편히 쉬라고 ‘사랑채’ 다방으로 변경했다.

“시골에서도 커피는 문화랍니다. 아침 8시에 문 열면 모닝커피 드시러 오는 손님이 있고요, 아메리카노도 꽤 많이 주문하세요. 원두커피 기계까지 들여놓았다니까요.”

손씨는 창문을 열어 커피를 테이크아웃 방식으로도 판매한단다. 마치 시골이라 촌스럽다고 여기지 말라는 투였다.

손씨가 들려준 ‘문화적인 다방’에 관한 일화 하나. 과거 손씨가 인근 산청군에서 산호다방을 운영할 때, 그러니까 2002년부터 1년 가까이 SBS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를 바로 그 다방에서 촬영했단다. 배우 고수가 주인공이었고, 조민수가 고수 엄마이자 다방 주인역으로 출연했다. 배우 김수현이 뜬 작품이자 당시 무명인 송중기가 나온 드라마이기도 했다. 손씨는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고 고수 사진까지 붙여놓은 덕분에 일본인들도 많이 찾아왔다”고 귀띔했다.

그래도 이곳 역시 시골은 시골이었다. 요즘은 농번기라 손님이 뜸하다는 것. 사과 수확철이라 주민들이 한창 바쁘기 때문이다. 손씨는 손님들한테 들은 풍월로 이곳이 ‘나락 베고 나면 양파 심는’ 이모작 농사를 짓는 지역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단 한분이 오셔도 손님 없는 날은 없어요. 단골은 60~70대이지만 30~40대 젊은 분들도 들르시죠. 그래서 쉬는 날 없이 1년 365일 문을 엽니다. 명절에는 고향에 내려왔다가 지인을 만나기 위해 찾는 분들도 많고요.”

손씨는 평소 관공서 공무원들도 손님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들른다고 전했다. 꼭 용무가 있는 손님들뿐만이 아니다. 식사하고 나서 커피 한잔, 면 소재지에 볼일 보러 나왔다 커피 한잔, 인근이 버스정류장이라서 차 기다리며 커피 한잔 하는 식이다.

 


레지가 깎아내오는 과일 한조각에 2000원짜리 커피 한잔. 기분 좋으면 5000원짜리 쌍화차 한잔.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질리면 농담도 주고받는 편안한 자리. 옛날처럼 북적이지는 않지만 사랑채 다방은 여전히 주민들의 쉼터다.

함양=강영식 기자 river@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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