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마을여행] 전남 장흥 선학동마을에서 본 파란 하늘·황금 들판·순백의 메밀꽃

입력 : 2017-10-13 00:00 수정 : 2017-10-13 10:10
전남 장흥의 선학동마을은 매년 가을이면 파란 하늘과 바다. 황금빛 들판, 순백의 메밀꽃이 어우러지는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마을 감싸고 있는 공지산 줄기 날아오르는 거대한 학의 형상

콩·참깨 재배하던 계단밭에 2006년부터 유채·메밀 심어

산책로 꼭대기에 오르면 마을 찾게 만든 절경 한눈에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는 많다.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를 맛보기 위해, 신나고 짜릿한 레저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한적한 곳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기기 위해 …. 그리고 또 하나.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을 눈에 담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떠날 이유는 충분하다.


전남 장흥의 선학동마을을 찾아가게 된 이유는 가을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찾다가 발견한 한장의 사진 때문이다. 파란 하늘과 바다, 황금빛 들판, 순백의 메밀꽃이 있는 마을.

‘그곳에 가고 싶다. 카메라가 아닌 두 눈에 그 풍경을 담고 싶다.’ 이런 생각에 빠져 서울에서 차로 다섯시간을 넘게 달려 한반도의 정남쪽인 장흥에 있는 선학동마을을 찾았다.

마을은 메밀꽃밭이 조성되기 전에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옆동네 진목마을 출신의 소설가 이청준(1939~2008년)은 어린 시절에 드나들던 선학동마을을 배경으로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썼다. 그는 마을 뒷산인 공지산과 마을 앞 갯벌을 배경으로 의붓남매의 이뤄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밀물이 들어 포구에 바닷물이 가득 차면 수면에 드리워진 산줄기 그림자가 한마리 학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이었다.’

- <선학동 나그네> 중

 

선학동마을에는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이 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이청준이 날아오르는 학으로 표현한 공지산과 그 밑에 자리 잡고 있는 소박한 농촌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운데 솟은 관음봉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뻗은 산줄기는 마을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학의 형상을 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학의 그림자가 비치던 갯벌은 기다란 둑이 생기면서 40㏊의 들판으로 변했다.

들판 옆에는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인 <천년학>은 소설의 배경인 선학동마을에서 촬영했다. 영화에서 선술집으로 나온 세트장은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해안가 둑길을 따라 바다를 감상하며 10분 정도 걷다보면 마을 뒤 산자락에 펼쳐진 메밀꽃밭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지산 줄기를 따라 15㏊ 규모로 조성된 메밀꽃밭은 10여년 전만 해도 콩이나 참깨를 재배하던 계단밭이었다. 마을이 고령화되면서 일손이 줄자 관리되지 않은 밭이 황무지처럼 변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최귀홍 이장(62)이 몇몇 주민들과 뜻을 모아 2006년부터 봄에는 유채, 가을에는 메밀을 심기 시작했다.

“나고 자란 마을이 황무지처럼 변하는 게 싫어서 꽃을 심었어요. 바닷가에 있는 마을이라 원래 풍경이 좋았는데, 꽃을 심고 나서는 일부러 사진 찍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어요. 메밀은 수확해 내다팔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이죠.”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자 주민들은 산책로를 조성하고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정자를 세웠다. 공지산 기슭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20분 정도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산책로에서는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메밀꽃이 알싸한 향을 전한다.

산책로 맨 꼭대기에 오르면 마을을 찾게 만든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밑에는 하얀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메밀꽃밭이 펼쳐진다. 잘 익은 팝콘을 이리저리 뿌려놓은 듯도 하다. 그 뒤로 주황색과 파란색 지붕의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고, 황금빛 들판이 마을을 감싼다. 저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와 하늘까지 더해지면 비로소 한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선학동마을의 메밀꽃은 9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 절정을 이룬다. 메밀꽃이 만개하는 시기에는 공지산 뒤에 있는 천관산의 억새도 한창이라 함께 둘러보면 좋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어디든 떠나기 좋은 가을. 일생 동안 기억에 남을 한 장면을 건지고 싶다면 선학동마을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한우고기+키조개 관자+표고버섯’ 한입에 쏙…“환상의 맛”

‘장흥삼합’ 꼭 맛보세요

 


선학동마을이 있는 전남 장흥에는 ‘장흥삼합’이라는 음식이 있다.

‘삼합’은 보통 삭힌 홍어와 돼지고기 수육, 묵은지를 함께 먹는 ‘홍어삼합’을 가리키는데,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이에 반해 한우고기,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을 함께 먹는 장흥삼합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장흥삼합은 산과 바다가 함께 있는 장흥의 지리적 특성 덕분에 만들어졌다. ‘사람보다 소가 더 많다’고 할 정도로 대표적인 한우 사육지인 장흥은 키조개와 표고버섯의 주산지로도 유명하다. 이런 특산물들을 조합해 만든 것이 장흥삼합이다.

장흥삼합은 특별한 조리법이 없다. 세가지 재료를 불판에 구워 함께 먹기만 하면 된다.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맛은 그 어떤 음식에도 뒤지지 않는다. 한우고기의 감칠맛에 키조개 관자의 쫄깃함과 표고버섯의 향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장흥읍에 있는 토요시장에는 장흥삼합을 맛볼 수 있는 한우식당이 줄지어 있다. 정육점에서 신선한 한우고기를 고르고 식당에서 키조개 관자와 표고버섯을 구해 함께 구워먹을 수 있다. 오일장은 매달 2일과 7일이고, 토요일마다 장이 열린다. 장흥삼합을 파는 한우식당은 매일 영업한다.

 

장흥=장재혁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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