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취미 열풍] ‘지직~ 지지직~’ LP의 이 소리…바로 낭만이죠!

입력 : 2021-06-07 00:00 수정 : 2021-06-0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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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수집한 LP를 펼쳐 보이는 홍동민씨. 손에 든 건 서태지와 아이들 카세트테이프 전집.

아날로그 음반 수집가 홍동민씨

30년간 모은  LP·CD 등 2000장 달해

보물 1호는 서태지 ‘난 알아요’ 테이프 전용 수납장까지 만들어 애지중지 보관

음향기기마다 음악 듣는 맛 달라 재미 2~3년내 카페 개업해 함께 듣고파…

 

우리는 스마트한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뭐든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편리함 대신 불편함을 찾는 ‘아날로그 취미’ 열풍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디지털문화에 지친 사람들이 잠자던 아날로그 감성을 깨우는 것이다. 아날로그 취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LP(Long Playing Record·바이닐)로 음악 듣기다. 음반을 판매하는 인터텟 쇼핑몰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P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65% 증가했다. 또 버스커버스커·백예린·아이유 등 요즘 대중가수들도 LP를 별도로 발매하고 있다.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아직도 아날로그를 찾는 이유는 뭘까. 30년간 아날로그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홍동민씨(42·경기 광명)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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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 플레이어 티악 반자동 싱글데크 V-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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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플레이어 데논 DN-951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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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의 LP. 광명=김병진 기자

“효율만 따지면 이런 취미 못 갖죠. 음악 애플리케이션(앱)은 터치 한번이면 끝이잖아요.”

프랜차이즈 업체 참치몬스터 대표이기도 한 홍씨의 집 거실엔 음향기기와 LP·카세트테이프·CD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산전수전 겪으며 30년간 수집한 LP·카세트테이프·CD만 해도 2000여개에 이른다. 소장품은 1980∼1990년대 출시된 음반이 대부분이다. 현진영·산울림·동물원·신해철·김광석·이글스·퀸 등 이름을 듣기만 해도 반가운 가수들이 많다. 이 중 홍씨의 보물 1호는 중학생 때 산 ‘난 알아요(1992년)’가 수록된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카세트테이프다.

“귀에 쏙쏙 꽂히는 강렬한 비트 때문에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까진 용돈을 모아 카세트테이프를 한두개씩 구매하다 대학 입학 후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본격적으로 수집했죠. 서태지와 아이들의 카세트테이프는 전집 다 모았고, 전용 수납장까지 만들었어요. ‘감상용 테이프’와 비닐을 벗기지 않은 ‘보관용 테이프’가 따로 있을 정도죠.”

홍씨가 아끼는 것이 또 있으니 바로 음향기기들이다. ‘티악 반자동 싱글데크 V-9’는 1981년 일본 티악사가 제조한 카세트 플레이어로 사운드 출력 레벨 미터가 색색으로 화려하게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방송용 음향기기로 출시됐던 ‘데논 DN-951FA’ CD 플레이어, 턴테이블과 릴데크(오디오 녹음기), 8트랙 오디오 등도 있다. 홍씨가 티악 V-9에 테이프를 꽂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음악이 나온다. 오래된 기기지만 작동은 문제없다. 음질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다. 가끔 들려오는 ‘지지직’ 소리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LP·카세트테이프·CD는 각각의 듣는 맛이 있어요. LP와 카세트테이프는 한쪽 면의 재생이 끝나면 뒤집어줘야 해요. 또 LP가 카세트테이프보다 잡음이 있는 편이죠. 하지만 LP의 깊은 홈에 턴테이블 바늘을 대며 원하는 노래를 찾는 재미, 카세트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철컥’ 하고 넣는 손맛, CD가 돌아가며 내는 ‘위잉’ 소리 등 사소하지만 멋진 매력이 너무 많아요.”

홍씨는 주로 서울 황학동 중고시장이나 국내외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LP 등을 구한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수집품을 얻으려면 전문용어로 ‘매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시장에서 언제 원하는 물건이 나올지 모르는 만큼 짧으면 수개월, 길면 수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가수 쿨의 ‘해변의 여인(1997년)’이 수록된 LP가 중고시장에서 얻은 흙 속의 진주예요. 쿨은 LP 가수가 아닙니다. 그 당시엔 나이트클럽이나 방송국에 노래를 홍보하려고 LP를 따로 제작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자와 쿨 멤버인 ‘유리’의 사인으로 짐작할 수 있는 거죠.”

홍씨는 2∼3년 내에 아날로그 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는 카페를 개업하는 게 목표다. 지금도 공간이 부족해 진열 못한 LP 등이 창고에 쌓여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취미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통로예요. 어릴 적 추억을 곱씹기도 하고 아들딸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요. 이젠 제 수집품으로 많은 사람과 함께 보고 듣고 설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아날로그 취미의 대체 불가능한 힘이 아닐까요?”

광명=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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