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농부의 스타일] “리넨 치마와 점퍼로 멋 내니 20대로 돌아간 것 같아요”

입력 : 2021-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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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한복 바지에 패딩조끼를 입은 지민정씨의 평소 모습(왼쪽). 리넨 치마에 ‘맨투맨’이라 부르는 스웨트셔츠와 점퍼를 입은 지민정씨(오른쪽). 의상협찬=커버낫·레드윙

등산복에 밀짚모자, 파마머리에 몸뻬바지. 농부라고 하면 혹시 이런 옷차림이 떠오르시나요? 혹시 농민 여러분들도 평소 이런 옷을 즐겨 입으십니까?

흔히 농촌이나 농민을 두고 ‘촌스럽다’고 표현합니다. 왜 우리 농민들은 언제나 이런 모습으로만 인식되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정결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은 것처럼 깔끔하게 차려입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라면 더 눈길이 가지 않을까요.

농민들이 이미지를 바꾸면, 농촌과 농업·농산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농민들의 패션 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요즘 외모나 패션을 바꿔주는 ‘메이크오버(Makeover)’가 유행인데요, 마침 농식품 유통업체인 ‘식탁이있는삶’과 패션 컨설팅업체인 ‘더뉴그레이’가 농어민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파머쇼 2021’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첫회에서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현장을 찾아 메이크오버 과정을 살펴보고, 이후부터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농민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사람씩 보여드리겠습니다.
 

[변신! 농부의 스타일] ① 장류 생산하는 지민정씨

전통식품 취급 농민 개량한복 입어 전형적 느낌 강해 이미지 전환 필요

트임 있는 긴 치마로 활동은 편하게 작업 불편 없도록 맨투맨 상의 매치 

세련된 모습에 지씨도 웃음꽃 가득


“몸매도 안되는데 무슨 옷을 입어요. 얼른 새로 담근 된장이나 드셔보세요.”

커다란 항아리들이 늘어선 충북 보은군 회인면 ‘고시랑장독대 영농조합법인’. 농사를 지으며 장을 담그는 지민정씨(56)는 옷에는 관심이 없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느라 분주했다. 천연염색 개량한복 바지에 패딩조끼를 걸친 지씨는 “농촌으로 시집와 장을 담그면서부터는 한복만 입는다”고 말했다. 개량한복이 작업할 때도 편하고 좋다는 것이다. 지씨는 남편 고상흠씨(56)와 함께 직접 농사지은 콩과 농산물로 50여가지의 장류 제품을 생산해 백화점 등에 판매하고 있다.

이날 프로젝트를 위해 고시랑장독대를 찾은 사람은 ‘더뉴그레이’의 권정현 대표와 헤어디자이너·사진가, 그리고 ‘식탁이있는삶’ 직원이다. 패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권 대표는 지씨의 사진을 보고 미리 준비해온 의상을 꺼내 지씨가 입을 수 있도록 했다.

권 대표가 고른 옷은 리넨 소재의 치마와 일명 ‘맨투맨’이라 부르는 스웨트셔츠, 그리고 하늘색 줄무늬 셔츠와 점퍼다.

“한복은 장류 같은 전통식품을 취급하는 농민들이 주로 입는데 전형적인 느낌이 너무 강해 이미지를 바꿔볼 필요가 있어요.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리면 좋을 것 같아 치마를 골랐고, 활동성을 높일 수 있도록 트임이 있는 긴 치마를 택했어요. 상의는 작업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맨투맨과 점퍼를 매치했죠.”

잠시 후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던 지씨가 나왔다. “오, 잘 어울리는데요.” “너무 귀여워요!”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웃으며 한마디씩 했다. 전문가가 골라준 옷을 입기만 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베이지색 치마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영문이 적힌 맨투맨은 얼굴을 한층 젊어 보이게 했다. 추울 때 덧입을 수 있도록 허리에 묶어 아래로 내린 셔츠와 짙은 카키색 점퍼는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워커도 치마와 잘 어울렸다.

“20대로 돌아간 것 같아요. 왜 한번도 이런 옷을 입을 생각을 안했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입으니 마음도 젊어지는 것 같고 더 젊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옷을 갈아입은 뒤엔 사진촬영이 시작됐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지씨도 점점 편안해하며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 했던가. 새로운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 지씨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함박웃음은 옷보다 더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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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비니를 쓴 지민정씨가 장류 제품을 들고 웃고 있다. 비니는 머리를 단정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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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을 맡은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왼쪽)가 지민정씨의 매무새를 만져주고 있다.

이번엔 모자에도 도전했다. 권 대표가 추천한 검은색 비니를 쓴 것. 뜻밖에도 잘 어울리는 모습에 사진가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 권 대표는 “비니는 젊은이들의 전유물 같지만 잘만 쓰면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어 작업에 도움이 되고 스타일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촬영이 끝나고 다시 한복으로 갈아입은 지씨는 “달라진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객들에게도 보여줘야겠다”며 또 함박웃음을 지었다.

보은=김봉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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