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차례 간소화, 예법·전통 안 어긋나…형식보단 마음이 중요”

입력 : 2020-09-28 00:00

비대면 명절, 전통문화에 어울릴까

‘전통 중시’ 종가들도 제례규모 축소 다산 후손 “추석, 가족끼리 보낼 것”

 

고향에 가면 안될 것 같은데 안 가자니 부모님께 죄송한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추석을 앞둔 자식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을 꾹 누르고 올 추석만큼은 각자의 집에서 보내달라고 방역당국은 당부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조심해야죠. 올 추석에는 서울 사는 아이들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어요. 여기 안동의 분위기가 그래요.”

퇴계 이황의 형이며 조선 인종 때 대사헌을 지낸 학자 온계 이해의 후손, 진성 이씨 온계파 종가의 류명석 종부는 올 추석을 간소하게 지낼 계획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할까봐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이면 빠짐없이 귀향하던 차종손도 올해는 오지 말라고 했다.

“얼마 전 지낸 온계 할아버지의 불천위 제사도 다른 지역에 계시는 집안 어르신들은 오지 마십사 부탁하고 안동에 거주하는 후손들만 모여서 치렀다”는 류 종부는 쓸쓸하겠지만 모두를 위해 꼭 해야 할 선택이라고 말한다.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갈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안전을 생각하면 안 가는 게 맞지만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것이 전통의례인데 가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식들 없이 늙은 부모끼리 차례 지내느라 고생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전통의 상징인 종가들은 이미 제례나 차례를 간소화하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진성 이씨 온계파 종가를 비롯한 안동의 유수한 종가들은 물론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다산 정약용의 후손인 나주 정씨 월헌공파 종가는 몇달 전 다산의 묘제를 10명 내외의 인원만 모여서 지냈다. 탕이나 전 등 항상 마련하던 제수도 이번에는 준비하지 않았다. 사람이 모이는 것도 음식을 준비해 나눠 먹는 것도, 코로나19를 생각하면 조심스러운 일이기 때문이었다는 게 이유정 종부의 설명이다.

“다산 할아버지 묘제에는 집안 어르신들 외에 연구하는 학자들, 관람객들까지 백명 넘는 사람들이 모이곤 하는데 올해는 집안 어르신들도 못 오시게 하고 아주 소규모로 지낸 거죠. 음식도 주과포 등 제사에 꼭 필요한 것들로만 준비해서 간소하게 지냈어요.”

추석에도 아예 친지의 방문을 정중히 거절하고 함께 사는 가족끼리만 보낼 계획이라고 종부는 덧붙였다.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차례의 간소화가 예법이나 전통에 어긋나는 일이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유교연구와 전통예절 계승활동을 하는 성균관에서도 지나친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정성스러운 마음을 나누는 것이 전통에도 맞고 유교 정신에도 맞다고 조언한다.

이번 추석엔 고향에 못 가는 대신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고향을 지키며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은 자식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고 안 와도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년에 몇번이라도 자식을 더 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잊지 말자.

이상희 기자 monte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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