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 직접 손으로 쓰고 서명 아닌 도장 찍거나 공증 받아야

입력 : 2020-04-01 00:00

알아두면 쓸모 많은 법률상식 (23)유언이 효력 발휘하려면

상속인 법적 분쟁 예방 위해 법에서 엄격한 형식 요구

컴퓨터·타자기로 쓰면 안되고 임종 전 구두 유언도 효력 없어
 


“내가 죽으면 모든 재산(부동산·현금·은행예금)을 B대학교에 사회발전기금으로 기부하겠습니다.”

평생 사회복지와 장학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A씨는 노년이 되자 가족들 몰래 이런 유언장을 써서 은행금고에 보관해뒀다. 그는 거액의 재산을 남겨두고 몇년 뒤 세상을 떠났는데, 유품을 정리하던 가족들이 이 유언장을 발견했다. 유언장은 전부 자필로 작성됐는데 도장은 따로 찍혀 있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대학교는 “평소 고인의 유지에 따라 재산을 기부해달라”며 유족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해 결국 법정에까지 가게 됐다. A씨의 유언은 효력이 있을까?

보통 ‘유언’이라고 하면 고인이 죽기 전에 마지막 남긴 말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법적으로는 ‘유언자가 자기의 사망과 동시에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목적으로 일정한 방식에 따라 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요한 것은 유언은 반드시 법이 정한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유언은 유언자의 의사를 유족이나 제3자가 알아보기만 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법은 유언에 대해 아주 엄격한 형식을 요구한다. 민법 제1065~1072조에서는 법에서 정한 방식이 아니면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이렇게 유언에 엄격한 잣대를 대는 까닭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의사는 다시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법원은 ‘요건을 조금이라도 갖추지 못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는 태도를 보인다. 여기에는 세상을 떠나는 사람 역시 생애 마지막 결정을 쉽게 내리지 말고 신중하게 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다시 강조한다면 유언은 법이 정한 형식 그대로 이뤄져야 효력이 생긴다. 유언의 방식으로는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구수증서에 의한 다섯가지가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는 자필증서와 공증사무실에서 공증을 받는 공정증서다.

자필 유언이 유효하려면 컴퓨터나 타자기 등으로 작성해서는 안되고 손으로 써야 한다. 또한 서명이 아닌 도장 날인을 해야만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공증사무실에서 공증을 받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A씨의 유언장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볼 수 있다. A씨는 모든 내용을 직접 작성해 유언의 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도장이 빠져 있었다. 자필증서는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과 작성일·주소·성명을 직접 쓰고 도장까지 찍어야 완벽한 유언이 된다. 법원은 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 유언장이 법에 정해놓은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며 무효라고 판결했다. 결국 유산은 B대학교가 아닌 A씨의 상속인들에게 돌아갔다.

방송이나 영화에서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가족들을 모아놓고 유언을 남기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인간적으로 보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이런 유언은 법적으로는 효력이 없다.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일지도 모르겠다. 만일 유족 중 한명이라도 고인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상속지분을 요구하며 재산분할 청구를 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왕 의미 있는 유언을 남기려면 법이 정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 자들 사이에 또 다른 다툼이 생길 수 있다.

김용국<법원공무원 겸 법률칼럼니스트, ‘생활법률 상식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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