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양립 어려울 정도의 종교 심취는 ‘이혼 사유’

입력 : 2020-03-18 00:00

알아두면 쓸모 많은 법률상식 (22)부부간 종교 갈등

특정 신앙 있다는 것만으론 이혼 안돼

종교에 빠져 가출…양육 중단하거나 과다한 헌금 납부·경제활동 포기 등

혼인 지속 어려운 중대 사유로 판단

신앙생활 강요보다 존중·배려해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수조사 과정에서 배우자가 특정 종교 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갈등을 빚는 부부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배우자간 종교 갈등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민감하고 쉽지 않은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정과 양립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종교 심취는 이혼 사유가 된다.

법에서 정해놓은 재판상 이혼 사유는 비교적 엄격한 편이다. 부부간 동거·부양의무 위반, 부당한 대우, 외도 등을 비롯해 결혼생활이 일방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정도가 돼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배우자가 특정 신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혼은 어렵다. 또한 배우자 사이라도 특정 종교를 믿도록 강요하거나 개종을 강요할 수 없다. 다만 종교적인 이유로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비종교인인 배우자가 상대에 대한 배려나 양보 없이 신앙 포기를 강요하거나 폭력을 사용하는 행동은 되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

종교 갈등이 있더라도 부부 사이에 애정이 남아 있고, 결혼생활을 유지할 의사가 있다면 법원도 이혼이 해답은 아니라고 본다. 예컨대 종교 갈등이 결혼에 막대한 지장을 주지 않거나, 신앙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거나, 부부 사이에 애정이 남아 있고 혼인관계 회복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이혼 청구는 받아주지 않는다.

이와 달리 안타깝게 파국을 맞게 되는 사례도 있다. 종교가 없는 남편 A씨와 기독교 신자인 아내 B씨는 신혼초부터 다툼이 잦았다. 결국 A씨가 교회에 나가고, B씨는 제사는 지내지 않되 집안행사로 인정해 참석은 하는 걸로 서로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B씨는 종교 교리를 내세우며 제삿날 시댁 식구들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더 나아가 A씨에게도 제삿밥을 먹지 말라고 하고 심지어 아들의 이름을 교회 목사와 상의해 결정하는 등 갈등을 빚다가 두사람은 별거에 들어갔다. 법원은 “서로의 가치관·종교관으로 비롯된 갈등이 해결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이혼 판결했다.

가정에서의 과도한 종교생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C씨는 종교활동에 심취해 가족 몰래 성수(聖水)를 음식에 넣거나 자고 있는 가족에게 뿌리고, 종교음악을 하루종일 틀어놓았다. 또한 자신과 함께 교회에 나갈 것을 줄곧 강요해 딸이 일시 가출하기도 했다. 법원은 C씨에게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가족에게 강요해 가정이 파탄됐다”며 이혼과 함께 위자료 지급을 명했다.

이밖에 ▲종교단체에 빠져 잦은 가출이나 외박 등으로 가정을 방치하거나 자녀 양육을 중단한 사례 ▲가정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과다하게 헌금 납부, 채무 부담을 하거나 경제활동을 포기한 행위 ▲자신의 종교를 배우자에게 강요하고 배우자 몰래 종교활동을 위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받은 행위 등도 법원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심지어 헌법을 통해 보장할 만큼 종교는 중요한 권리다. 따라서 타인에게 부당하게 강제하거나 강요해서는 안된다. 이는 부부 사이라도 마찬가지다. 신앙생활이 부부 사이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김용국<법원공무원 겸 법률칼럼니스트, ‘생활법률 상식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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