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삶…농촌서 이루세요”

입력 : 2021-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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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대표가 완공을 앞둔 ‘청년 비빌언덕’ 건물을 소개하고 있다. 완주=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농촌 Zoom 人] ‘이제, 시골’ 저자 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대표 <전북 완주>

농촌살이 20년 책으로 펴내 ‘반농반X’ ‘퍼머컬처’ 강조하며 본능 살려 직업으로 삼으라 조언

군생활 중 귀농 결심…교사로 시작 국내 첫 농촌개발컨설팅 회사 설립 완주서 ‘퍼머컬처대학 강좌’ 열어

생태농업 중요성 알리는 데 도움 청년 예비 귀농인 위한 공간 조성도

 

농촌을 생각하면 마음이 포근하고 넉넉해진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귀농·귀촌인에겐 녹록지 않은 현실로 다가오는 곳이기도 하다. 땅이나 집을 구하는 것은 물론 농사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도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귀농·귀촌에 대해 고민한다면 전국 농촌 곳곳에 정착한 경험을 나누는 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대표(47)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그는 충남 홍성, 전북 완주 등 농촌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몸소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최근 <이제, 시골> 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귀농이라는 걸 너무 거창하고 무겁게 생각하는 것부터 바꿔야 해요. 도시에서처럼 농촌에서도 성공지향적인 목표를 둔다면 심적인 부담감을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 소박한 삶 가운데 소가 걷듯 천천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찾고 실천에 옮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가 쓴 책에는 ‘반농반X’와 ‘퍼머컬처’를 농촌에서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가 자세히 담겼다. 반농반X는 농촌에서 농사와 농사 외 일을 균형 있게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영속적인(Permanent)’과 ‘농업(Agriculture)’의 영어를 합친 말로, 자연의 다양성·지속가능성을 활용한 생태농법을 뜻한다.

이 대표는 반농반X와 퍼머컬처를 실천하기 위한 핵심 단어로 ‘본능’과 ‘겸업’을 꼽았다. 도시에 살면서 억압됐던 본능을 되살려 소득을 창출할 직업으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음식을 직접 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본능이 있다면 로컬푸드 요리사, 무엇인가를 키우며 즐거움을 찾는 본능이 있다면 반려동물산업에 도전해보라는 것이다.

“저와 일하는 친구 중 한명은 밭농사 외에도 목수 일과 청소년 코디네이터까지 겸하며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보낸답니다. 오랫동안 목재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다는 꿈을 농촌에서 이루게 된 것이죠.”

이 대표는 서울 토박이다.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학교 대학원 환경계획학과에서 석·박사를 땄다. 이런 그가 어떻게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게 됐을까.

“충북 충주의 농촌지역에서 장교로 군생활을 했는데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짓는 한 목사님과 교류하게 됐어요. 근데 그분이 대뜸 ‘환경을 전공했는데 왜 농사를 안 짓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 ‘듣고 보니 그렇네’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죠. 그 목사님 덕분에 농업·농촌을 제 운명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됐다고나 할까요.”

그는 운명으로 여긴 농촌을 누비며 농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공동체의 힘을 키우는 데 열정을 쏟았다.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2000년 홍성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교사로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강원 춘천에 국내 최초의 농촌개발컨설팅 회사인 ‘주식회사 이장’을 설립해 여러 마을의 자립을 도왔다. 2004년에는 충남 서천에 지사를 세워 농촌 신활력사업을 기획·자문했고, 전원생태마을인 ‘산너울마을’을 탄생시키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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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대표(가운데)가 전북 완주의 한 마을에서 텃밭 가꾸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위쪽 사진) 임경수 대표가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을 역임할 때 센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제공=협동조합 이장

완주와의 인연은 2009년 당시 임정엽 완주군수가 그에게 손을 내밀면서 시작됐다. 임 전 군수가 임 대표의 농촌에 대한 열정을 알아보고 군내 농업·농촌 사업의 큰 그림을 그려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완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 대표는 2011년 ‘퍼머컬처대학 강좌’를 열어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 이후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전주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센터장직을 맡아 굵직굵직한 지방자치단체 위탁사업을 성공궤도에 올려놓기도 했다.

농업계에서 경력이 차곡차곡 쌓이자 여기저기서 그를 찾는 곳이 더 많아졌다. 경기 화성, 충남 논산, 전북 전주 등의 지자체·공기업과 손잡고 로컬푸드,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분야에서 전문가로 활약했다.

현재 이 대표와 협동조합 이장은 완주에 안착할 청년이 마음 놓고 살아갈 농촌을 설계하는 데 여념이 없다. 행정안전부 지역자산화 융자사업을 활용해 고산면 성재리에 청년 예비 귀농·귀촌인이 미래를 탐색할 공간인 ‘청년 비빌언덕’을 조성하고 있다. 790㎡(240평) 부지에 들어설 건물에는 교육장·사무공간·공유부엌·카페·숙소가 마련될 예정으로,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다년간 농촌 사회문제에 천착해온 귀농 선배로서 그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을까.

“비교적 낮은 소득으로 삶의 만족을 찾는 이른바 ‘다운시프트(Downshift)’ 원칙이 흔들리지 않아야 해요. 농촌에서는 다른 이와 힘을 모아 도시경제에 의존하지 않는 자급자족 체계를 만들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거든요. ‘화려하진 않지만 풍요로운 삶’을 꿈꾼다고요? 그럼 지금이라도 농촌에서 그 답을 찾으세요.”

완주=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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