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농촌에 ‘예술꽃’ 피우다

입력 : 202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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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가평청년문화예술기획단 ‘담다’ 대표(맨 앞줄 오른쪽)가 ‘가평 자라섬 남도 꽃축제’를 앞두고 개막식 공연에 나설 설악중학교 학생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다. 가평=이희철 기자 photolee@nongmin.com

[농촌 Zoom 人] 이현 가평청년문화예술기획단 ‘담다’ 대표

무용 전공 후 가수지망생들 춤 가르쳐 2017년 ‘청년 기획자’ 제안받고 귀촌

공연기획·연기 전공한 동문들 합류 지난해 가평청년문화예술기획단 꾸려

보호수 이야기·어르신들 위한 영상 제작 지역 가을축제 개막공연 준비 여념 없어

주민·중학생 등 60여명 군무 ‘진두지휘’ 재능 펼쳐 가평 ‘비보잉 메카’로 만들 것 

 

언뜻 생각하기에 농촌과 예술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농촌에는 문화예술을 즐길 만한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하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타파하고자 도전장을 내민 청년이 있다. 농촌에서 ‘예술의 가치’를 전파하는 가평청년문화예술기획단 ‘담다’ 대표 이현씨(34)가 그 주인공이다.

이씨는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가수 지망생에게 춤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약했다. 그러다 2017년 12월 “경기 가평군청 일자리경제과에서 ‘청년 기획자’를 모집하는데 지역에서 활동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지인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됐다.

‘청년창업 육성사업’에 참여한 그는 가평군에서 마련해준 공간에서 카페와 식당을 관리·운영하는 업무를 맡았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에 뛰어들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데 재미와 보람을 느꼈다.

가평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면서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농촌을 바꿀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평소 친분이 있던 대학 동문 이윤정(36)·연보라씨(36)에게 도움을 청했다. 가평에 오기 전까지 윤정씨는 공연기획 분야에서 활동했고, 연기를 전공한 보라씨는 연극연출 분야에서 기량을 갈고닦아왔다. 두 사람이 합류한 이후 이씨는 행사기획·디자인·영상제작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해 지난해 가평청년문화예술기획단을 꾸렸다.

“농촌이든 도시든, 젊은 사람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문화예술을 누릴 권리는 똑같이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농촌 사람들이 예술과 더 가까워질 수 있게 가교역할을 해보자며 3명이 의기투합했죠.”

세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한 일은 올 5월 마을마다 있는 보호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가평군 문화체육과 공모사업으로 진행됐는데 나무에 얽힌 옛날이야기를 구술하는 지역주민을 영상으로 찍고 보호수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이었다.

“얼마 전 우리가 만든 작품을 본 산림청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보호수를 주제로 한 동화를 엮을 계획인데 협업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땀의 결실을 조금씩 보는 것 같아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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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청년문화예술기획단이 6월부터 약 3개월에 걸쳐 만든 ‘방구석 시리즈’ 프로그램의 영상 화면. 지역 요리사를 섭외해 농축수산물 꾸러미를 활용한 요리법을 어르신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사진제공=가평청년문화예술기획단

6월에는 가평군 노인복지관과 공동으로 ‘방구석 시리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다양한 영상이나 현장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르신의 실내 놀이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였다.

기획단은 6월부터 8월까지 약 3개월간 모두 8회분의 영상을 제작했다. 어르신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건강체조, 노래강사와 함께하는 가요교실, 농축수산물 꾸러미를 활용한 간편 요리법 등 다채로운 내용이 영상에 담겼다. 또 장신구와 옷을 구입해 어르신들을 꾸며주는 활동도 벌여 호평받았다.

지금은 가을에 열릴 ‘가평 자라섬 남도 꽃축제’ 개막식 공연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올해로 두번째를 맞은 축제에서 지역주민, 중학생, 전문 비보잉 춤꾼 등 60여명을 등장시켜 화려한 군무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씨는 “비전문가의 춤 실력이 공연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만큼 마을과 학교를 돌며 연습을 진두지휘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고 말했다.

‘가평의 예술전도사’로서 조금씩 활동반경을 넓혀가는 이씨의 시선은 세계로 향하고 있다. 비보잉이 ‘브레이킹’이라는 이름으로 2024년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된 것을 계기로 가평을 대표하는 전세계적인 비보잉 전문가를 양성하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을 때 비보잉을 가르친 후배 가운데 ‘농촌지역 예술문화 창달’에 관심 있는 이들과 손잡고 교육기관을 세우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예술은 가난한 자를 구제할 수 없지만 위로할 순 있다’는 말이 있죠. 저의 춤 실력, 친구들의 공연기획 능력으로 농민을 웃게 하고 농촌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어요. 먼 훗날 가평을 비보잉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꿈이 실현된다면 제가 기획한 공연을 보러 ‘신명 나는 가평’에 꼭 놀러 오세요.”

가평=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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