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오느른’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귀촌 유튜버 최별 PD

입력 : 2021-08-25 00:00
최별 PD가 자신의 집에서 동네 주민들과 함께 가꾼 논을 보며 강아지와 놀고 있다. 김제=김병진 기자

[농촌 Zoom 人] 귀촌생활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최별 PD

지난해 봄 여행왔다 덜컥 폐가 계약 회사에 농촌 브이로그 기획안 제출

서울집 전세 빼고 김제에 눌러앉아

1년여간 동네이야기 담은 영상 올려 28만5000명 구독·2831만회 조회

“농촌에 젊은 사람 유입 더 많아져야”

 

전북 김제시 부량면 옥정리에는 서울에서 온 방송국 피디(PD)가 살고 있다. 시골에 살며 ‘오느른(onulun)’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최별 PD(33)다. 그는 4500만원을 주고 산 폐가를 리모델링하고 동네 주민과 함께 벼농사를 짓는 모습을 유튜브로 공개한다. 귀농·귀촌에 대한 도시민들의 로망을 대신 실현해주는 이 유튜브의 구독자는 28만5000명, 누적 조회수는 2831만회(23일 기준)를 훌쩍 넘어섰다.

“2020년 봄에 친구랑 김제에 여행을 왔어요. 당시엔 이곳에서 1년 넘게 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외주 제작사의 조연출을 거쳐 현재 MBC에서 일하고 있는 최 PD를 김제로 이끈 것 역시 유튜브다. 우연히 김제의 폐가를 소개하는 유튜브를 본 최 PD는 친구와 함께 구경만 하자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막상 폐가를 실물로 보곤 너무 마음에 들어 덜컥 계약해버렸고, 회사에 귀촌생활 ‘브이로그(소소한 일상 영상을 기록하는 콘텐츠)’ 기획안을 제출했다. 이로써 최 PD는 국내 최초로 방송국에서 연예인 없이 브이로그를 제작해 올리는 PD가 됐다. 그렇게 2020년 5월부터 시작한 것이 ‘오느른’ 채널이다. 오느른은 ‘오늘을 사는 어른들’이라는 뜻이다.

최 PD는 수·목요일엔 집에서 영상 편집을 하고, 금요일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주말에는 구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근 상가에 마련한 무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직장이 있는 서울에 가는 날은 월·화요일뿐. 폐가를 고치면서 리모델링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나와 서울의 전셋집도 처분한 상태라 이젠 서울보다 이곳 생활이 더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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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별 피디(PD)는 우연히 발견한 전북 김제의 115년 된 폐가를 직접 수리하고 리모델링해 지금의 ‘오느른 하우스’를 만들었다. 김제=김병진 기자

“유튜브지만 누가 봐도 방송국 PD가 만든 티가 나게 잘 만들고 싶었어요. 예쁘기만 한 영상보다 시골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은 콘텐츠를 만들자고 결심했죠.”

방송국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특정한 지역을 일년 넘는 기간 동안 기록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 PD는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여름에는 집 앞에서 고추를 말리고 겨울엔 메주를 띄우는 모습이 영상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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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별 PD가 자신의 집으로 동네 어르신들을 초대해 각종 전을 만들어 먹고 있다. 사진출처=오느른 채널 영상 캡처

특히 농사 초보인 최 PD가 끊임없이 실수하는 모습은 이 채널의 ‘재미 포인트’다. 텃밭에서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찾다가 덜 익은 수박을 썰어 냉파스타를 해 먹는 모습이나, 가마솥 요리가 처음인 최 PD에게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에 구독자들은 ‘좋아요’를 누른다.

“농촌에서 살면 살수록 생각해본 적도 없는 문제들이 속속 나오더라고요. 농촌을 더 사실적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PD 역시 처음엔 농촌살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논밭을 달리는 모습만 생각했다. 그러던 중 같은 동네에 사는 목련나무집 할아버지가 며칠째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영영 이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사로잡힌 동네 어르신들을 본 최 PD는 고령화된 농촌의 현실을 깨달았다. 다행히 영상은 목련나무집 할아버지가 병원에 간 탓에 집을 비웠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최 PD는 이를 계기로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더 많아져 활력이 넘치도록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이를 이루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들을 시도하고 있다. 가령 피아니스트를 초청해 자연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 식이다. 운영 중인 카페 역시 젊은층 유입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최 PD의 카페에 찾아와 주변 상가에서 창업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는 이들도 늘었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과 뚜렷한 계획을 가지고 시골에 온다면 알찬 귀농·귀촌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어르신들한테 농사를 배우고, 이를 영상으로 담아 사람들에게 귀촌생활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또 제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영상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계획입니다.”

김제=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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