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소소한 일상 다루며 이웃 공감…사회문제 알리미 역할까지 ‘톡톡’

입력 : 2021-08-11 00:00
‘월간 옥이네’를 이끌어온 장재원 전 편집국장(맨 왼쪽부터), 박누리 편집국장, 이범석 발행인이 충북 옥천군 옥천읍 금구리 문화공간 ‘둠벙’ 안 책장 앞에서 잡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농촌 Zoom 人] ‘월간 옥이네’ 만드는 사람들

창간 후 5년동안 매달 빠짐없이 발행월 구독료 1만원 … 구독자 600명 넘어

마을 곳곳 크고 작은 일 살뜰히 기록 생태계 교란 악영향 등 심도 있게 다뤄

각종 강연 등 지역문화사업 지원 옥천 라디오방송국 연내 개국 예정

 

“140여페이지에 달하는 우리 잡지를 읽게 되면 이웃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엔 시장에 가면 그냥 물건 파는 상인이겠거니 했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배우자로서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된 거죠.”

충북 옥천에 가면 지역사회 이야기를 다른 어떤 매체보다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잡지가 있다. <월간 옥이네>라 이름 붙여진 이 잡지는 지역민에게 사랑받으며 건강한 공동체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월간 옥이네>가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잡지 발행인인 이범석씨(50·사회적기업 고래실 대표)와 편집국장인 박누리씨(36), 전 편집국장인 장재원씨(39·고래실 기획협력국장)다. 이씨는 대전에서 유통대기업 마케팅분야에 몸담았다가 지방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고 옥천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옥천으로 온 이씨는 2017년 지역민들과 함께 사회적기업 고래실을 설립했으며, 같은 해 <월간 옥이네>도 창간했다. 이후 대전의 같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박씨와 장씨가 <옥천신문>에서 일하다 <월간 옥이네>에 합류했다.

<월간 옥이네>는 지난 5년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매달 발행되며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월 정기구독료가 1만원인 유료잡지임에도 구독자가 600명 가까이 늘어났다. 또 2020년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잡지협회가 선정하는 ‘우수콘텐츠 잡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월간 옥이네>의 장점을 묻자 이 씨는 ‘지역사회와의 가까운 거리’라고 했다.

“가끔 글 잘 읽었다며 현장에서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쥐어주는 농민도 있어요. 취재기자 얼굴을 알아보고 격려와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요. 기자들이 언론인이면서 주민의 눈과 귀가 돼주는 ‘마실 친구’인 거죠.”

실제 잡지에는 시장 상인, 지역모임 대표, 군의원, 환경운동가 등 지역의 각계각층·남녀노소의 사연이 담긴 사진과 글이 기록돼 있다. 최근에는 30여년간 지역을 대표하는 막걸리를 생산해온 ‘군북양조장’ 홍상경·최순자씨 부부 이야기가 실렸다. 옥천읍에서 ‘바늘과 실’이라는 간판을 달고 주민의 옷을 정성껏 수선해주는 조옥덕 재봉사의 삶도 깊이 있게 조명했다.

지역 잡지라고 이웃의 소소한 일상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편집국장을 포함한 취재기자 6명이 마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현미경처럼 관찰한다. 그리고선 현대사회가 안은 농촌·환경·인구 문제와 결부해 더 넓은 범위의 담론을 이끌어내는 것도 <월간 옥이네>가 하는 일이다.

8월호에서는 큰입배스·블루길·미국선녀벌레·등검은말벌·가시박과 같은 생태계 교란생물이 다뤄졌다. 지역 구석구석을 취재하며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문제, 농업·어업·양봉 업계의 피해 등 교란생물의 악영향을 심도 있게 살폈다.

장씨 역시 이 지점에서 지역 매체의 존재 이유를 찾았다. “바다도 작은 물줄기가 모여 이뤄지잖아요. 언론도 마찬가지죠.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관심을 둬야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요. 지금 옥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곧 한반도, 더 나아가 전세계에서 벌어질 일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월간 옥이네>는 ‘고래실’이 공동체를 복원하고자 추진하는 다양한 지역문화사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청소년의 자립심과 자치 역량을 길러주는 ‘징검다리 학교’, 농사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텃밭 운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직조·목공 수업, 생태문제를 주제로 한 각종 강연과 프로그램 등이다.

고령화와 인구절벽 같은 문제로 신음하는 지방에서 언론사를 운영하는 이들은 농촌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박씨는 ‘농촌소득 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화 바람 속에서 지금까지 농촌의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돼왔어요. 농촌은 점점 가난해지고 도시는 더욱 부유해지는 상황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도농격차를 줄이려면 농촌에 사는 다양한 계층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적인 장치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겁니다.”

이씨는 요즘 <월간 옥이네>를 비롯한 지역 언론의 인재들과 함께 ‘미디어 스쿨’을 만들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다 군 역사상 처음으로 라디오방송국의 연내 개국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옥천에는 기반이 탄탄한 언론사가 많아요. 자연스레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곳에서 ‘풀뿌리 저널리즘’을 실천하려는 인재도 몰려들고 있고요. 이들과 힘을 합쳐 유능한 언론인을 키워내는 미디어 스쿨을 세우고 싶어요. 조만간 우리 동네 이야기를 전파로 전하는 라디오도 생길 테니 옥천의 미래에 귀 기울여주세요.”

옥천=글·사진 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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