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책·빵이 있는 평화의 쉼터로 오세요”

입력 : 2021-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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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군 신서면에서 책방·카페·게스트하우스 ‘오늘과 내일’을 운영하는 이수진(왼쪽)·김희송씨 부부가 고객이 주문한 커피와 빵을 마련하며 활짝 웃고 있다. 연천=이희철 기자 photolee@nongmin.com

[농촌 Zoom 人] ‘오늘과 내일’ 운영하는 이수진·김희송 부부

자연·평화에 도움되는 일 하고 싶어 38선 근처 최북단 정착 … 귀촌 4년차

1층 게스트하우스 2층 책방·카페 운영 공감·조화 위한 다양한 서적 채워넣어

지역농산물 활용 빵·음료 개발 열심 감자 식빵·블루베리 에이드 등 인기

 

책·빵·여행을 한군데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 연천군 신서면에 있는 ‘오늘과 내일’이다. 1층은 게스트하우스로, 2층은 갓 나온 빵과 책을 즐길 수 있도록 카페 겸 책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늘과 내일’을 운영하는 이수진(44)·김희송씨(41) 부부를 만나봤다.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곳에 정착하고 싶었어요. 분단 상황을 당연시하고 있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가장 북쪽 가까운 곳으로 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오게 됐어요. 38선 근처 최전방에서 평화를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살아가는 게 목표예요.”

서울에서 어린이집 교사를 하던 이씨와 목사를 하던 김씨는 평화를 위해 4년전 연천을 귀촌지로 정했다. 신서면은 우리나라 최북단인 연천군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평화’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주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책방을 차렸다.

이곳에 구비된 책들이 전부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모든 관계에 있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는 생각으로 세대간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책이나,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끼리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서적들을 채워넣었다. 지금도 한달에 한번꼴로 10권 가까이 새로운 책을 들여온다. 좁은 공간에 다양한 책을 두기 위해 같은 책은 한권만 준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에는 환경과 사람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진정한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나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다룬 책들도 수집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민들이 가끔 책방을 찾아와 필요한 책을 말하면 장르 불문하고 수소문 끝에 찾아준다. 이처럼 주민들과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없어서는 안될 동네 책방으로 거듭나고 싶어서 부부는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현실적으로 책방 운영만으로는 수입에 도움이 안돼요. 책을 함께 공유한다는 꿈을 실현했지만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시작한 게 제과제빵이에요. 커피와 갓 구운 빵을 함께 먹으며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연천을 찾은 부부에게 현실적인 생활을 가능케 해준 것은 사회적기업 ‘해피트리’다. 어린이집이나 군부대에 떡·빵 등을 납품하는 이곳에서 김씨는 제과제빵을 배웠다.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에서 직접 빵을 구워 판다는 소식에 이웃들은 직접 기른 농작물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올해는 감자가 풍년이라 이웃들이 나눠준 감자가 아직도 주방에 한상자 남아 있다고 한다.

김씨는 주민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각종 농작물을 활용한 메뉴를 날마다 개발 중이다. 그 많던 감자를 소진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감자 식빵이나 감자 스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꽤나 인기를 끌었다. 향이 강하다고 알려진 연천 부추를 활용한 부추야채빵, 연천 팥을 활용한 단팥빵 등은 연세가 많은 주민분들이 꾸준히 즐겨 찾는 메뉴다.

부부는 빵뿐 아니라 음료를 만들 때도 이웃 주민들이 챙겨준 농작물을 활용한다. 연천 블루베리를 활용해 만든 에이드가 올해 여름 연천 주민들의 더위를 책임지고 있다. 카페를 자주 찾는 손님 중에 꽃청을 만드는 단골이 있는데, 직접 만들어 기증해준 꽃청으로 ‘메리골드 에이드’ ‘아카시아 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손님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아요. 매일 다른 빵을 선보이기 때문에 재료를 설명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고민과 걱정을 나누기도 하죠.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고민을 들으면서 배우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는 연천의 특징답게 카페에는 군인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주변에 군부대가 많고 직업군인 가족이 사는 아파트가 가깝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부터 평화에 유별난 관심을 가지며 연천까지 찾은 부부에게 군인들은 평화의 현실적인 부분을 알게 해줬다.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평화가 모든 갈등의 해답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다른 위치에서 ‘평화’라는 개념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아직도 새로운 가치와 개념을 배워가는 중이라고 부부는 설명한다.

“연천은 최북단이라는 사실 이외에도 자연경관이 빼어나다는 특징이 있어요. 직접 와서 살아보니까 천혜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선물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연천의 이곳저곳을 이웃 주민들과 직접 탐방하기도 하고, 여행 오시는 분들한테 직접 찾은 명소들을 추천하기도 해요.”

2020년 7월 연천은 한탄강 일대가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으로 승인되면서 국내 4번째로 지정된 세계지질공원이 됐다. 아직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았고, 찾는 이도 적어서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명소들이 많다. 평화누리길은 그중에서도 가장 자랑할 만한 곳이다. 평화누리길은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연천 4개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 길로 2010년 개장됐다. 총 12개 코스로 189㎞에 달하는 규모인데 도보로 걸으면 1코스당 4∼5시간이 걸린다. 부부는 연천을 찾은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 꼭 평화누리길을 추천한다. 마을 골목길이나 논길·제방길·해안철책·한강하류·임진강 등 다양한 자연경관을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자연·역사·문화를 모두 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도 좋은 여행지다.

“자연과 책을 즐기며 여유를 찾고, 지역농산물로 다양한 빵을 구워 팔면서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너무 소중해요. 평소 관심 많던 부분들을 잘 활용하면 귀촌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견문을 넓히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연천=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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